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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고프코어

고프코어 — 등산·아웃도어 기능복의 일상화. 플리스·고어텍스·트레킹화

지하철에서 살로몬 XT-6를 신고 플리스를 걸친 사람을 본다. 그는 오늘 산에 가지 않는다. 가방엔 등산 장비 대신 노트북이 들었고, 목적지는 카페다. 그런데도 그 옷차림은 "당장 능선을 탈 수 있다"고 말한다 — 고프코어의 정확한 무드가 여기다. 진짜 갈 수 있을 것처럼 입었지만 도시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태. 발밑의 트레킹화와 그 위의 기능성 셸이 그 긴장을 만든다.

이름부터 등산에서 왔다. GORP는 'Good Old Raisins and Peanuts', 하이커들이 능선에서 까먹는 트레일 믹스다. 2017년 뉴욕 매거진이 이 운동화·플리스·기능 재킷을 일상에 입는 현상에 'Gorpcore'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하나의 스타일 언어가 됐다.

진짜 기능이 설득력을 만든다

고프코어가 다른 아웃도어 무드와 갈리는 결정적 지점은 진짜냐 흉내냐다. "등산복처럼 생긴" 패스트패션 재킷을 사는 건 고프코어의 정신과 다르다. 방수가 안 되는 방수 룩, 통기가 막힌 통기 룩은 발밑의 트레킹화와 충돌하며 룩 전체를 가짜로 만든다. 원단과 기능이 실재하는 아이템을 골랐을 때만 설득력이 선다 — 이게 고프코어가 미는 단 하나의 입장이다.

그 설득력의 뿌리는 1970~80년대 아웃도어 산업의 기술 혁신이다. 1976년 W.L. 고어가 고어텍스 멤브레인을 상용화하면서 '방수면서 땀은 배출한다'는 모순이 현실이 됐다. 파타고니아는 1970년대부터 기능성 클라이밍웨어를 만들었고, 아크테릭스는 1989년 캐나다에서 창업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쪽으로 갔다. 이 옷들이 도시로 내려온 건 2010년대 중반, 하이패션이 아웃도어 브랜드와 손잡고(구찌 × 노스페이스, 수프림 × 파타고니아) 스트리트 씬이 트레킹화와 플리스를 일상에 끌어들이면서다. 코로나19 이후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흐름은 전 세계로 번졌다.

소재를 알면 가짜를 거른다. 고어텍스(고어텍스)는 비·눈을 막으며 내부 습기를 배출하는 멤브레인이고, 플리스(플리스(원단))는 폴리에스터 기반이라 가볍고 따뜻하며 빨리 마른다. 카고·윈드브레이커의 나일론은 경량·내마모, 베이스·트랙팬츠의 폴리에스터는 속건이 강점이다. 패딩 충전재로는 최상의 보온·경량을 내는 다운(충전재), 천연 온도조절과 항균이 되는 메리노 울은 베이스와 비니로, 신축이 필요한 곳엔 스판덱스(엘라스테인) 패널이 들어간다.

산을 그대로 도시로 옮긴다 — 레이어링

고프코어 코디의 골격은 패션이 아니라 등산에서 빌려온 레이어링 시스템이다. 베이스로 땀을 빼고, 미들로 공기를 가두고, 셸로 바람과 비를 막는 3단 구조를 그대로 도시 옷장에 옮긴다.

베이스는 속건 기능성 티셔츠나 메리노 울 터틀넥·목폴라·헨리넥처럼 피부에 닿는 한 겹이다. 미들은 고프코어의 꽃 — 폴라텍·파타고니아 무드의 플리스 재킷·후리스가 상징이고, 메리노 니트 스웨터나 기능성 후디·후드티, 이너로 쓰는 경량 패딩 점퍼도 여기 든다. 셸은 고어텍스·나일론 방풍 바람막이가 최상위 레이어를 맡고, 헤비 플리스를 그냥 아우터로 쓰거나 헤비 다운을 셸 없이 단독으로 입는 변형도 고프코어식이다.

하의는 립스탑·소프트쉘 카고 팬츠, 테이퍼드 트랙 팬츠, 밑단을 묶는 조거 팬츠가 축이고, 여름엔 퀵드라이 반바지로 내려간다. 그리고 발밑 — 여기가 고프코어를 다른 무엇과도 가르는 단 하나의 시그니처다. 살로몬 XT-6나 호카 같은 로우컷 트레킹화, 메렐 모아브 같은 하이킹 부츠가 방점을 찍고, 뉴발란스 990 계열 클래식 러너나 투박한 워크 부츠도 트레일 무드를 거든다. 액세서리는 다기능 백팩·배낭, 5패널 볼캡·야구모자, 메리노 비니, 쉴드 선글라스, 버프 스타일 넥게이터(머플러·목도리)로 마무리한다.

색은 어스 톤 위에 비비드 한 점

고프코어 컬러는 두 출처가 공존한다 — 자연에서 온 어스 톤과, 안전을 위해 태어난 비비드 악센트.

계열대표 컬러기원
올리브·그린밀리터리 올리브, 포레스트 그린자연 환경 위장
탄·카키샌드, 다크 카키사막·건조 환경
차콜·그레이미드 그레이, 차콜기능복 중립색
블랙·네이비딥 블랙, 딥 네이비하드쉘·아웃도어 클래식
비비드 악센트오렌지·옐로우·레드시인성, 조난 시 발견을 위한 안전색

규칙은 단순하다. 어스 톤으로 전체를 묶고, 비비드는 딱 한 군데에만 — 배낭이든 재킷 로고든 신발 솔이든. 빨강 재킷에 초록 팬츠에 노란 신발을 한꺼번에 쓰면 아웃도어 장비 진열대가 된다. 형광 오렌지 솔의 트레킹화 한 켤레가 올리브·카키로 채운 코디 위에서 살아나는 식이다(어스 톤·무채색 운용).

발밑부터, 그다음 셸

고프코어는 위에서 아무리 레이어링을 쌓아도 발밑이 어긋나면 무너진다. 상체를 완벽히 고프코어로 채우고 얇은 러닝화나 로퍼로 마무리하면 그건 그냥 등산복 입은 사람이지 고프코어가 아니다. 그래서 코디도 예산도 발밑부터 시작한다 — 트레킹화가 먼저, 방수 셸이 그다음, 이너·하의는 기능성 베이직으로 충분하다. 로고가 아니라 실제 소재가 설득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진입하기 쉬운 건 플리스 중심의 도시 고프코어다. 헤비 플리스 집업에 심플 롱슬리브, 테이퍼드 트랙 팬츠나 조거, 호카나 뉴발란스 클래식 러너, 메리노 비니 한 장. 여기서 한 단계 올리면 올 마운틴 — 고어텍스 하드쉘에 플리스 집업을 미들로 받치고, 속건 베이스에 립스탑 카고, 살로몬 트레킹화와 5패널 캡, 다기능 백팩까지 진짜 등산 레이어링을 그대로 가져온다. 워크웨어와 교차하면 셸 아래 헤비 코튼과 덕 캔버스 카고, 워크 부츠로 투박함을 더할 수 있다.

비율 감각이 마지막 관문이다. 레이어링이 핵심이라고 상하 볼륨을 다 키우면 전체가 무너진다. 아우터가 두꺼우면 하의는 테이퍼드로 좁히고, 카고처럼 하의가 볼륨이면 상의 볼륨을 줄인다 — 밑단이 정리되는 트랙 팬츠가 트레킹화 실루엣을 깔끔하게 받아주는 이유다(비율 밸런스). 레이어 운용 자체는 레이어링·겹쳐 입기·시즌 전환에서 더 판다.

로고는 한 점, 여름도 포기 안 한다

짚어둘 오해 둘. 파타고니아·아크테릭스·노스페이스 로고는 고프코어에서 하나의 뱃지처럼 쓰이지만, 셋을 다 보이게 입으면 스타일이 아니라 브랜드 진열장이 된다. 로고는 한 점으로 제한한다. 계절 쪽 오해도 흔하다. 고프코어를 겨울 플리스 전용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여름 버전이 따로 있다. 속건 반팔에 퀵드라이 쇼츠, 메시 캡, 경량 백팩, 그리고 여전히 발밑은 트레킹화나 하이킹 샌들 — 이 조합이면 한여름에도 고프코어다(한여름 무더위).

고프코어가 가장 자연스러운 자리는 데일리 캐주얼·여행룩·공항 패션·장거리 이동다. 경량·편안·다기능이 그대로 무기가 되고, 레이어링 시스템은 간절기·환절기의 변덕에 가장 강하다. 당연히 실제 등산·아웃도어에서도 입을 수 있다는 게 이 스타일의 정직함이다. 반대로 면접·취업·결혼식 하객룩에는 맞지 않고, 출근·오피스룩도 캐주얼한 곳에서만 통한다.

인접 무드와의 거리

테크웨어와는 기능성 소재·다포켓을 공유하지만 테크웨어가 미래지향적 다크 톤이라면 고프코어는 자연에서 온 어스 톤이다. 워크웨어는 유틸리티 포켓과 투박한 소재를 나누고, 애슬레저는 운동 기능복을 일상화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더 도시적이다. 놈코어와는 무심한 실용 태도를, 스트리트와는 2020년대 이후의 아이템 채택을 공유한다. 진짜 트레킹화와 고어텍스 하드쉘 같은 전문 영역은 Salomon(살로몬)·Arc'teryx(아크테릭스)·The North Face(노스페이스)·Patagonia(파타고니아)의 몫이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고프코어가 뭔가요?

등산·트레킹·백컨트리 등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개발된 기능복을 도시 일상에서 스타일로 착용하는 흐름입니다. GORP는 하이커들이 즐겨 먹는 트레일 믹스를 뜻하며, 플리스·고어텍스 재킷·트레킹화가 핵심 시그니처입니다. 진짜 산에 갈 수 있을 것처럼 입었지만 도시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무드를 지향합니다.

고프코어를 처음 시작하려면 뭐부터 입어야 하나요?

플리스를 아우터로 활용하는 도시 고프코어가 가장 진입하기 쉽습니다. 헤비 플리스 집업에 심플한 롱슬리브 티, 테이퍼드 트랙 팬츠나 조거, 호카·뉴발란스 같은 클래식 러너를 매치하세요. 발밑을 트레킹화·하이킹 슈즈 계열로 마무리하는 것이 고프코어의 방점입니다.

고프코어와 테크웨어는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기능성 소재·스트레치·다포켓을 공유하지만, 고프코어는 어스 톤 기반에 자연·등산 감성을 살린 반면 테크웨어는 더 미래지향적이고 도시적인 다크 톤 중심입니다. 고프코어는 실제 기능을 갖춘 아웃도어 아이템을 일상에서 쓰는 설득력을 중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