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원
고프코어 역사
고프코어 역사 — 산에서 내려온 기능이 도시의 스타일이 되기까지, 그 기원과 변천을 추적한다
고프코어라는 말은 2017년에야 만들어졌지만, 그 씨앗은 반세기 전 아웃도어 산업의 기술 경쟁에서 시작됐다. 1976년 W.L. 고어 사가 방수와 통기를 동시에 잡은 고어텍스 멤브레인을 상용화한 순간, 등산복은 더 이상 비를 막기 위해 땀을 참는 옷이 아니게 됐다. 같은 시기 파타고니아는 클라이밍을 위한 기능성 플리스를 개발했고, 1989년 캐나다에서 창업한 아크테릭스는 마치 실험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극한의 기술력을 밀어붙였다. 이 브랜드들이 쌓아올린 것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자연 앞에서도 인간이 쾌적할 수 있다"는 신뢰였다.
도시가 이 옷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이다. 2017년 뉴욕 매거진의 제이슨 첸이 등산복의 기능성과 놈코어의 평범함을 섞어 'Gorpcore'라 명명했고, 이 이름은 빠르게 하나의 스타일 언어로 자리 잡았다. 발음은 등산객의 주머니 속 간식, 땅콩과 건포도를 뜻하는 GORP에서 왔다. 이 기원은 의미심장하다 — 고프코어의 정체성은 패션쇼의 무대가 아니라 능선과 트레일, 그 현장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킨다.
하이패션과 아웃도어가 만나다
고프코어가 스트리트의 언어로 번역된 결정적 계기는 하이패션과 아웃도어 브랜드의 협업이었다. 2010년대 중후반, 구찌와 노스페이스의 협업, 수프림과 파타고니아의 만남 같은 사건들은 등산 장비에 럭셔리와 스트리트의 프레이밍을 씌웠다. 이때부터 아크테릭스의 셸 재킷은 히말라야 등반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시의 컬렉터 아이템이 됐고, 살로몬의 트레일 러닝화는 지하철 플랫폼에 서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고프코어의 본질은 바로 이 지점 — 진짜 기능이 실재하는 아이템을 걸치고도 도시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흐름을 가속했다. 실내에 갇힌 사람들이 자연과 거리두기를 갈망하면서, 기능성 아우터와 트레킹화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산에 가지 않아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무드 자체가 위안이 된 시기였다. 아웃도어가 일상의 일부가 된 이 전환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옷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 자체를 바꿔놓았다 — 이제는 비를 막지 못하는 재킷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기능이 설득력의 뿌리다
고프코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이것이다 — 스타일은 기능에서 나온다. 패스트패션에서 만든 "등산복처럼 생긴" 재킷은 고프코어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방수가 안 되는 방수 룩, 통기가 막힌 통기 룩은 착용하는 순간 룩 전체를 가짜로 만든다. 1970년대부터 아웃도어 기업들이 쌓아온 기술 — 고어텍스의 멤브레인, 폴라텍의 플리스, 퍼텍스의 경량 원단 — 이 실재하는 아이템만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게 고프코어가 미는 단 하나의 입장이고, 이 입장이 이 스타일을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계보로 만든다.
색과 소재에도 이유가 있다. 고프코어 팔레트를 지배하는 카키·올리브·블랙·네이비는 자연에서 몸을 숨기고 얼룩을 감추는 군용·아웃도어 장비의 유산이다. 비니와 베이스 레이어에 쓰이는 메리노 울은 합성 섬유와 달리 항균성이 있어 며칠간 세탁 없이 입을 수 있다 — 장거리 트레킹에서 시작된 선택이 도시의 미니멀한 옷장 관리법과 만나는 지점이다. 오히려 강렬한 원색이나 인위적인 광택은 이 계보에서 이탈한다.
3중 구조의 도시 이식
고프코어 코디의 골격은 패션의 문법이 아니라 등산의 생존 전략인 레이어링 시스템에서 왔다. 땀을 빼는 베이스, 공기를 가두는 미들, 바람과 비를 막는 셸 — 이 3단 구조를 그대로 도시 옷장에 옮기는 것이 고프코어의 기본 동작이다. 베이스로는 속건 기능의 메리노 티, 미들로는 가볍고 빨리 마르는 폴리에스터 플리스, 셸로는 방수·방풍의 고어텍스 재킷. 이 구조는 등산가가 고도와 날씨에 따라 옷을 더하고 빼듯, 도시에서도 실내외와 계절을 오가는 유연한 시스템이다.
하의와 신발도 마찬가지 논리로 선택된다. 테이퍼드 카고 팬츠는 통기성과 내마모성을 동시에 잡고, 트레일 러닝화는 아스팔트를 트레일처럼 대한다. 살로몬의 XT 시리즈가 고프코어의 아이콘이 된 이유는 이중 구조의 미드솔과 빠른 레이싱 시스템 같은 진짜 기술이 발밑에 있으면서도, 실루엣이 지나치게 투박하지 않아 도시 보텀과 충돌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반 운동화로 타협하느니, 트레킹화의 기능을 그대로 두고 색을 차분하게 고르는 쪽이 고프코어다.
출처
- 복식사·패션사 자료 — 아웃도어 웨어의 기술 발전사, 고어텍스와 플리스의 상용화 시점
- 위키피디아 패션 항목 — 고프코어 용어의 기원과 2017년 뉴욕 매거진의 명명
- BoF — 하이패션과 아웃도어 브랜드 협업의 패션 산업적 맥락
자주 묻는 질문
고프코어의 기원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나요?
2017년 뉴욕 매거진의 제이슨 첸이 '고프코어'라는 조어를 처음 사용했지만, 그 정신은 1970~80년대 아웃도어 기술 혁신에서 시작됐습니다. 등산과 캠핑을 위한 진짜 기능성 장비들이 2010년대 스트리트 패션과 충돌하며 하나의 스타일 언어로 굳어졌습니다.
고프코어는 왜 갑자기 유행하게 됐나요?
2010년대 중반 하이패션 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의 협업이 물꼬를 텄고, 코로나19 시기 자연과 거리두기에 대한 반응이 겹치며 폭발적으로 확산됐습니다. 도시에서도 '진짜 기능'을 가진 옷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겁니다.
고프코어와 일반 아웃도어 패션의 결정적 차이는 뭔가요?
일반 아웃도어는 산에서만 기능하면 되지만, 고프코어는 도시의 일상에서도 어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방수·통기·보온 같은 진짜 기능이 실재하면서도, 카페나 지하철에서 자연스러운 실루엣과 색채를 가져야 한다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