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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브랜드

Lemaire(르메르)

Lemaire(르메르) — 프랑스. 절제·드레이프·올드머니

Lemaire(르메르)의 정체는 디자인을 더하는 데 있지 않고 빼는 데 있다. 로고를 빼고, 과장된 어깨를 빼고, 시즌마다 바뀌는 트렌드 신호를 뺀다. 그렇게 다 빼고 남는 것 — 소재의 감촉, 움직일 때 따라 흐르는 드레이프, 손으로 다린 듯 정확한 비율 — 이 르메르다. 그래서 르메르는 입은 채로 서 있을 때보다 걸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옷이 몸을 따라 움직이며 만드는 선이 이 브랜드가 파는 것이고, 옷걸이에 걸린 르메르는 절반만 보는 것이다.

Hermès(에르메스)를 거쳐 온 손

크리스토프 르메르(Christophe Lemaire)는 1991년 자기 이름을 단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다. 그 뒤 2000년대에 Lacoste(라코스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브랜드를 재건했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Hermès(에르메스)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에르메스에서 익힌 것 — 최고급 소재를 다루는 감각, 단순하지만 완결된 형태를 향한 집착 — 이 오늘의 르메르 미학에 그대로 녹아 있다. 에르메스를 떠난 뒤 파트너 사라-린 트란(Sarah-Linh Tran)과 함께 브랜드를 2014년경 현재 형태로 재출범시켰고, 이후 컨템포러리 럭셔리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덜어냄"이 철학이라 하면 가난한 미니멀리즘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르메르의 절제는 그 반대다. 장식을 비운 자리를 비율과 소재가 채운다. 다른 미니멀 브랜드와 르메르를 가르는 한 가지가 바로 드레이프다 — 옷이 몸을 조이는 게 아니라 몸의 형태와 움직임을 따라 흐르도록 패턴을 재단한다. 그래서 실크·리넨·가벼운 울처럼 드레이프성이 좋은 소재를 즐겨 쓴다. 갓 산 새 옷의 빳빳함과 가장 먼 자리에 르메르가 있고, 이 점이 르메르가 올드머니·콰이어트 럭셔리의 현대적 해석으로 자주 불리는 이유다. 과시하지 않는 우아함, 유행을 타지 않는 형태, 물려받은 듯 여유로운 핏 —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는 옷이다.

크로와상 백, 그리고 흐르는 옷들

르메르의 가장 아이코닉한 가방은 크로와상 백(Croissant Bag)이다. 크루아상을 닮은 반달형 숄더백으로, 부드러운 가죽이 어깨에서 접히며 만드는 드레이프가 핵심이다. 가방 하나에 브랜드 철학을 담는다면 이것이다 — 단단한 구조로 형태를 잡는 대신, 가죽이 스스로 늘어지며 형태를 만들게 둔다.

옷도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느슨하게 떨어지는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부드럽게 흐르는 와이드 팬츠, 드레이프성 소재의 릴랙스드 핏 블라우스·셔츠, 풍성한 실루엣의 코쿤 코트가 시그니처로 꼽힌다. 남성복과 여성복이 거의 같은 미학적 언어를 공유하고, 시즌마다 철학을 유지하면서 소재와 비율에서만 미묘하게 변주를 준다. 소재로 보면 드레이프의 핵심인 실크(견), 여름의 린넨(마), 코트·니트의 울(양모), 고급 니트의 캐시미어, 드레이프를 강화한 텐셀·리오셀, 크로와상 백 같은 가죽 액세서리의 가죽(레더)가 팔레트를 이룬다.

UNIQLO U(유니클로 U)라는 입문점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2016년부터 Uniqlo(유니클로)의 파리 R&D센터를 이끌며 "UNIQLO U(유니클로 U)" 라인을 총괄 디자인해 왔다. 디자이너 본인의 럭셔리 브랜드와 글로벌 SPA를 한 손으로 굴리는 이례적인 사례다. 그래서 르메르의 비율 감각과 소재 철학을 유니클로 가격대로 먼저 만져 볼 수 있고, 이 점이 르메르를 알고 싶은 사람의 현실적 입문점 역할을 한다.

다만 둘은 출발 철학이 같아도 목적이 다르다. 그 차이를 한 표로 정리하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양보하는지가 분명해진다.

항목유니클로 U르메르 본 라인
가격대하이 스트리트컨템포러리 럭셔리
소재유니클로 기준 최고 소재르메르 자체 소재 탐구
드레이프기본 수준 반영르메르 철학 완전 구현
실루엣단순화된 비율세밀하게 계산된 비율
용도일상 캐주얼의 업그레이드컬렉션 중심

여기서 입문 순서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먼저 유니클로 U 라인으로 르메르식 비율 밸런스 감각을 손에 익히고, 다음으로 뉴트럴 팔레트만으로 캡슐 옷장를 짜며 색·소재를 줄여 완성도를 올리는 법을 익힌다. 그 뒤에야 본 라인의 핵심 한 점 — 트렌치나 와이드 슬랙스 — 으로 들어가면 실크(견)·울(양모) 드레이프의 실제 차이가 비로소 손에 잡힌다. 한 번에 본 라인으로 직행하는 것보다 이 단계가 실패가 적다.

르메르식으로 입는다는 것

르메르의 핵심은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운용 원칙이다 — 드레이프, 뉴트럴, 릴랙스드 핏. 그래서 본 라인을 가지지 않아도 이 결을 다른 옷으로 옮길 수 있다. 색은 아이보리·베이지·카멜·샌드·그레이·블랙의 무채색 운용 안에서 고르고, 핏은 한 치수 여유 있게 가져가 드레이프가 살아나게 둔다. 타이트하게 입으면 르메르다운 선이 사라진다. 강한 로고를 가진 아이템과는 충돌이 생기니 로고 없는 조용한 브랜드와 섞는 게 자연스럽다. 마지막으로 르메르 코디의 고급스러움을 한 단계 올리는 건 소재 대비다 — 실크 셔츠 위에 두꺼운 울 팬츠처럼 질감의 낙차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상황으로 풀면 무게를 어디에 두는지가 보인다. 오피스·비즈니스 캐주얼에서는 드레이프 와이드 팬츠에 무게를 싣고 부드러운 블라우스로퍼로 받친다(출근·오피스룩·비즈니스 캐주얼, 핏 규칙은 수트 룰). 데이트룩이라면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에 심플 터틀넥·목폴라과 뉴트럴 톤을 더해 과하지 않게 세련되게 간다(데이트룩, 올드머니·콰이어트 럭셔리). 웨딩 게스트룩은 로고 없는 울 코트·코트에 절제된 이너와 미니멀 소품으로 우아함을 맞춘다(결혼식 하객룩, 격식 해독은 드레스코드 해석). 여행에서는 구김에 강한 린넨(마)·텐셀·리오셀 셔츠에 와이드 보텀과 숄더백을 더해 편하게 흐르게 둔다(여행룩). 일상이라면 릴랙스드 와이드 팬츠에 베이직 상의와 클린 스니커즈·운동화면 충분하다(데일리 캐주얼). 크로와상 백을 더해 오버사이즈 트렌치·와이드 슬랙스·로퍼로 닫는 조합, 또는 코쿤 코트에 심플 터틀넥과 스트레이트 슬랙스를 받친 조합이 르메르다움의 기본 골격이다.

스타일 맥락에서 르메르는 "가장 완성된 미니멀"(미니멀)이라는 평가를 받고, 과시 없는 우아함의 전형(올드머니·콰이어트 럭셔리), 클래식의 현대화(클래식·테일러드), 그리고 드레이프와 릴랙스드 실루엣의 보헤미안적 자유(보헤미안)로도 읽힌다. 올드머니 믹스를 노린다면 르메르 슬랙스에 Polo Ralph Lauren(폴로 랄프로렌) 니트와 로퍼를 더하거나, 르메르 트렌치에 베이직 셔츠와 클린 스니커즈를 받치는 식이 통한다.

인접 럭셔리와 어디서 갈리나

르메르는 컨템포러리 럭셔리의 상단에 위치한다. AMI Paris(아미)보다 높고, Saint Laurent(생로랑)·Bottega Veneta(보테가 베네타) 같은 하이 럭셔리보다는 접근성이 있는 자리다. 인접 브랜드와의 거리를 짧게 잡으면 — 같은 프랑스 컨템포러리인 AMI Paris(아미)는 더 캐주얼하고 접근성이 좋다. Maison Margiela(메종 마르지엘라)는 해체주의 미학으로 르메르보다 컨셉이 강하다. Bottega Veneta(보테가 베네타)는 같은 로고 없는 럭셔리지만 포지셔닝이 더 높다. Acne Studios(아크네 스튜디오)는 스칸디나비아 미니멀로, 르메르보다 에지 있고 젠더리스 쪽이다. 르메르가 그 사이에서 잡는 자리는 "가장 점잖고 가장 확신에 찬" 미니멀이고, 소재 품질과 제작 방식이 가격 이상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출처

  • Lemaire 공식 웹사이트 (lemaire.fr) — 브랜드 소개, 컬렉션 정보
  • BoF — Christophe Lemaire 인터뷰 및 브랜드 프로파일
  • 보그·GQ 매거진 — 르메르 컬렉션 리뷰 및 글로벌 패션 미디어 소개
  • System Magazine — 크리스토프 르메르 심층 인터뷰
  • UNIQLO 공식 채널 — UNIQLO U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개
  • 무신사 매거진 — 한국 시장 내 브랜드 소개

자주 묻는 질문

Lemaire(르메르)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1991년 시작하고 파트너 사라-린 트란과 함께 2014년경 현재 형태로 재출범한 프랑스 컨템포러리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로고와 과장된 실루엣 없이 소재의 감촉, 드레이프의 움직임, 비율의 정확함으로 차이를 만드는 '조용한 럭셔리'의 대표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르메르의 디자인 특징은 무엇인가요?

'덜어냄'의 철학이 핵심으로, 옷이 몸을 구속하지 않고 움직임을 따라 흐르도록 설계된 드레이프가 다른 미니멀 브랜드와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실크·리넨·가벼운 울 등 드레이프성이 좋은 소재를 즐겨 쓰며, 반달형 크로와상 백이 이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그니처로 알려져 있습니다.

Lemaire(르메르)와 UNIQLO U(유니클로 U)는 어떤 관계인가요?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2016년부터 Uniqlo(유니클로) 파리 R&D센터를 이끌며 UNIQLO U(유니클로 U) 라인의 디자인을 총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르메르 특유의 비율 감각과 소재 철학을 유니클로 가격대로 만날 수 있어, 르메르를 알고 싶은 사람의 입문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