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A라인 스커트
A라인 스커트 — 플레어 치마. 페미닌·클래식
이 아이템이 등장하는 코디·스타일 · 32곳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치맛자락이 한 박자 늦게 따라 흔들린다. 그 흔들림의 폭이 곧 이 스커트의 정체다. 허리에서 밑단으로 갈수록 천이 펼쳐지며 알파벳 A를 그리고, 그 벌어짐이 걸음을 받아 살짝 출렁인다. 너무 좁으면 펜슬 스커트가 되고 너무 넓으면 서클·플레어로 넘어간다. 밑단 둘레가 허리의 1.5~2배 — 그 구간이 A라인의 영토다.
이 스커트의 이름은 1955년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봄 컬렉션에서 나왔다. 1947년 뉴룩으로 잘록한 허리를 부활시킨 그가, 8년 뒤 어깨에서 밑단으로 흐르는 A자 라인을 선보이며 같은 알파벳을 박았다. 70년 가까이 살아남은 실루엣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 옷의 성격을 말한다. 유행을 타는 옷은 이렇게 오래 못 간다.
허리에서 끊고 밑단에서 벌린다
A라인의 인상을 가르는 건 단 한 곳, 벌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허리 바로 아래에서 곧장 퍼지는 디자인은 천이 많이 들어가 발랄하고 학생복에 가깝다. 엉덩이를 한 번 감싼 뒤 허벅지께부터 벌어지는 디자인은 라인이 차분해지고 격이 올라간다. 같은 'A라인'이라도 이 한 뼘의 차이가 캠퍼스와 오피스를 가른다.
밑단 처리는 눈에 안 띄지만 수명을 정한다. 안감이 들어간 스커트는 겉감이 다리에 들러붙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다 — 정전기 심한 겨울에 차이가 가장 크게 난다. 뒤 중심에 킥플리츠(걸을 때 벌어지는 짧은 트임)가 있으면 보폭이 넓어지고, 없으면 무릎 위 좁은 A라인에서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사이드 심 포켓은 일상 착용에서 손이 갈 곳을 주지만, 천이 얇으면 포켓 입구가 도드라져 실루엣을 망친다. 그래서 포켓 없는 깔끔한 면을 택하는 쪽이 더 정돈돼 보일 때가 많다.
기장은 셋으로 나뉜다. 무릎 위 미니는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대신 앉는 자리를 가린다. 무릎을 덮는 니렝스는 가장 늙지 않는 길이로, 면접장이든 출근길이든 자리를 안 가린다. 종아리를 덮는 미디(미디 스커트)는 모던하게 떨어지지만, 종아리에서 끊기는 지점이 두꺼운 부분과 겹치면 다리가 짧아 보이니 자기 종아리의 가장 얇은 선을 노린다.
위는 좁게, 또는 넣어서
A라인 코디의 거의 모든 실패는 위아래가 둘 다 넓을 때 일어난다. 풍성한 치마에 오버사이즈 니트를 얹으면 허리선이 사라지고 사람이 천 더미가 된다. 그래서 원칙은 단순하다 — 위는 몸에 붙거나, 안에 넣는다.
상의를 스커트 안에 넣는 텍 인이 A라인을 가장 정직하게 살린다. 허리선이 드러나면서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모래시계 비율이 즉시 생긴다(턱인 스타일링). 흰 블라우스를 넣고 로퍼를 신으면 출근복이 되고, 슬림 터틀넥·목폴라을 넣고 앵클 부츠를 더하면 가을 데이트룩이 된다. 텍 인이 어색한 니트라면 차라리 짧은 크롭으로 — 스커트 허리선보다 5~8cm 위에서 끊기는 상의가 다리를 길게 만든다. 비율의 일반 원리는 비율 밸런스에서 더 판다.
소재가 무드의 8할을 정한다. 울(양모)이나 트위드 A라인은 천이 스스로 서서 클래식·올드머니로 떨어진다. 가벼운 면(코튼)·린넨(마)은 주름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며 데일리·리조트로 풀린다. 실크(견)나 새틴은 광택과 드레이프로 파티 쪽으로 가지만, 흘러내리는 만큼 A자 벌어짐이 죽기 쉬워 안감이 받쳐야 한다. 너무 얇아 다리에 감기는 천은 A라인에서 가장 손해다 — 벌어지라고 만든 옷인데 펜슬처럼 들러붙으면 정체성이 사라진다.
데님과 가죽이 만드는 다른 얼굴
A라인은 페미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재 하나만 바꾸면 전혀 다른 옷이 된다. 데님 A라인(데님(소재))은 구조감이 단단해 스트리트로 떨어지고, 흰 티셔츠에 스니커즈·운동화만 받쳐도 데일리 캐주얼 무드가 선다. 가죽이나 비건레더 A라인은 빛을 머금어 시크해지며, 스트라이프 톱이나 클래식·테일러드 블레이저와 만나면 컨템포러리로 넘어간다. 같은 실루엣을 페미닌·로맨틱에서는 플로럴·파스텔로, 클래식·테일러드에서는 체크·솔리드로 끌고 가는 것 — 그게 이 옷이 70년을 버틴 방식이다.
졸업식·세미포멀 자리(졸업·입학식)라면 단색 니렝스 A라인에 어깨 맞는 블레이저 한 장이 가장 빠른 정답이다. 이너가 무엇이든 재킷 어깨선만 맞으면 정돈된다. 격식이 필요한 자리일수록 패턴을 줄이고 색을 하나로 묶는다.
걸어보고, 앉아보고, 걸어서 보관한다
매장에서 A라인을 고를 땐 거울 앞에 서지 말고 두 가지를 한다. 한 발 크게 내디뎌 걸어보고, 의자에 앉아본다. 걸을 때 밑단이 무릎을 잡아당기면 너무 좁은 것이고, 앉을 때 허리가 파고들면 한 사이즈 위를 본다. A라인은 엉덩이 위에서 벌어지므로 힙을 지날 때 천이 당기면 안 된다 — 당김 자국은 서 있을 때보다 앉을 때 더 잔인하게 드러난다.
보관은 반드시 걸어서 한다. 접어두면 허리 밴드와 절개선에 자국이 박히고, 그 자국은 다림질로도 잘 안 빠진다. 안감 있는 스커트는 겉감과 안감의 수축률이 달라 함부로 빨면 안감만 줄어 밑단이 뒤틀린다 — 드라이클리닝 태그를 먼저 확인한다. 울·실크는 다리미 대신 스팀으로, 폴리에스터는 저온 다림질로 잡는다.
관련해서 이어 보기
같은 모래시계 비율을 바지에서 만드는 법은 비율 밸런스로, 상의를 넣는 손기술은 턱인 스타일링로 이어진다. 기장이 더 긴 흐름을 원하면 미디 스커트·플리츠 스커트 쪽이 인접해 있다.
출처
- 복식사·패션사 자료 — 1947년 뉴룩과 1955년 A라인 명명, 디오르 실루엣의 변천
- 패션 전문 용어 사전 — 스커트 실루엣 분류(펜슬·A라인·플레어·서클)
- 보그·GQ 매거진 — 시즌별 A라인 스타일링 레퍼런스
- 한국섬유산업연합회 — 한국 패션 소비 트렌드 및 체형별 스타일링
자주 묻는 질문
A라인 스커트가 뭐예요?
허리에서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완만하게 펼쳐지는, 알파벳 A를 닮은 실루엣의 스커트입니다. 1955년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처음 이름 붙인 클래식 아이템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자연스럽게 감싸 페미닌하고 단정한 인상을 줍니다.
A라인 스커트는 뭐랑 입어요?
스커트가 풍성하므로 상의는 타이트하거나 안에 넣어 입는 텍 인이 균형이 좋습니다. 흰 블라우스나 니트를 텍 인하고 로퍼·앵클 부츠·발레 플랫을 매치하면 오피스부터 데이트까지 폭넓게 활용됩니다.
A라인 스커트는 어떤 소재가 좋아요?
A라인 특유의 벌어지는 형태가 살려면 어느 정도 형태 유지력이 있는 소재가 좋습니다. 울·트위드는 탄탄한 실루엣을, 면·린넨은 캐주얼한 무드를 냅니다. 너무 얇고 흘러내리는 소재는 실루엣이 잘 살지 않으니 안감 처리된 제품을 고르면 한결 정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