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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소재

개버딘 Gabardine

개버딘 — 촘촘한 능직. 트렌치·정장

1879년, Burberry(버버리)의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가 직조 단계에서 발수성을 만드는 능직 원단의 특허를 냈다. 그전까지 비를 막으려면 고무를 천에 발라야 했고, 그렇게 코팅한 옷은 무겁고 숨이 막혔다. 개버딘은 코팅 대신 실을 촘촘히 비틀어 짜는 것만으로 가벼운 비를 흘려보냈다 — 이 한 가지 발상이 트렌치코트라는 옷을 가능하게 했고, 개버딘을 클래식 테일러링의 기둥 소재로 올렸다.

개버딘의 정체는 패턴도 색도 아니라 직조다. 날실 한 가닥이 씨실 두 가닥 이상을 건너뛰며 짜이는 능직(twill) 구조로, 평직보다 교차점이 적어 실이 더 촘촘하고 매끄럽게 정렬된다. 그 결과 표면에 45도로 흐르는 또렷한 사선 골(리브)이 새겨진다. 이 빗금이 보이는 게 진짜 개버딘이고, 그 골이 곧 내구성·형태 유지·약한 발수성의 근원이다.

같은 직조, 다른 실 — 소재가 성격을 바꾼다

개버딘에서 가장 헷갈리기 쉬운 게, 같은 능직 골이 보여도 무슨 실로 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옷이 된다는 점이다. 직조는 구조를 주고, 소재는 성격을 준다.

울 개버딘이 원형이자 최상급이다. 울 섬유 자체의 천연 발수성에 촘촘한 직조가 더해져 가벼운 빗물이 표면에서 굴러떨어지고, 부드러운 탄력과 깊은 드레이프로 트렌치·슈트·코트의 격을 만든다. 면 개버딘은 발수성을 양보하는 대신 가볍고 빳빳한 구조감을 줘 봄 코트나 캐주얼 블레이저에 맞고, 가정에서 빨 수 있다. 폴리에스터 개버딘은 가장 싸고 구김에 강하며 빨리 말라 유니폼·사무복 슬랙스의 주력이고, 여기에 스판덱스(엘라스테인)를 섞은 스트레치 개버딘은 움직임 많은 날의 활동형 슈트로 간다.

발수성이라는 단어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 일이다. 개버딘은 방수가 아니라 발수다. 코팅도 멤브레인도 없으니 소나기 아래 30분을 서 있으면 결국 스며든다. 다만 코트로 잠깐 비를 가르고 지나가는 정도는 별도 처리 없이 막아준다 — 트렌치가 비 오는 날의 외투로 자리 잡은 이유가 정확히 이 선이다.

옷이 달라도 쓰는 이유는 같다

개버딘이 트렌치, 슈트, 코트, 바지를 가리지 않고 쓰이는 건 한 가지 성질 때문이다 — 하루 종일 형태가 안 무너진다. 트렌치코트는 개버딘의 정체성을 가장 또렷이 보여주는 옷으로, 버버리가 1차 세계대전 영국군 장교복용으로 개발한 것이 기원으로 통한다. 비바람을 막으면서도 무게가 가벼워, 이후 클래식 아우터의 표준 소재가 됐다.

블레이저에서는 폼이 잘 잡히고 드레이프가 깊어 봄·가을 단품 재킷이나 헐렁한 유러피안 컷에 선호된다. 슬랙스는 개버딘의 구김 저항이 가장 직접 체감되는 자리다 —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해도 무릎이 늘어지지 않아 폴리 혼방 개버딘 슬랙스가 사무복·유니폼을 폭넓게 덮는다. 포멀한 체스터필드 코트에서는 능직 표면이 만드는 구조감과 균일한 드레이프가 오버코트의 격을 세운다.

이 균일한 표면이 스타일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개버딘은 클래식·테일러드올드머니·콰이어트 럭셔리의 물질적 기반이다. 광택을 살짝 머금은 매끈한 면과 흐트러지지 않는 드레이프가 "잘 다려진 사람"의 시각 신호를 만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나 모던 트렌치에 쓰이면 댄디시티보이 쪽 캐주얼 무드로 풀린다.

비즈니스에서 개버딘을 두는 자리

출근·오피스룩·비즈니스 캐주얼에서 개버딘 트렌치는 어떤 이너 위에 걸쳐도 인상을 한 단계 정돈한다. 울 혼방 트렌치에 셔츠·슬랙스·더비를 받친 기본 공식이면 충분하고, 비 오는 날엔 발수성 덕에 그대로 비 오는 날 대응까지 된다. 색은 네이비 운용 계열이나 베이지가 가장 단정하다.

셋업으로 넘어가면 개버딘 블레이저와 같은 톤 슬랙스가 정석이다. 능직 표면이 광택을 머금는 만큼 패턴 없는 솔리드일수록 소재의 완성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 무지 개버딘 슈트가 싸구려와 고급으로 가장 정직하게 갈리는 이유다. 격식 규칙은 수트 룰를 함께 본다.

개버딘을 망치는 네 가지 길

개버딘은 한 벌에 투자해 오래 입는 소재라, 잘못 다루면 손해가 크다. 자주 어긋나는 지점을 짚어둔다.

여름에 두꺼운 울 개버딘을 입으면 촘촘한 직조가 열을 가둬 덥다. 여름엔 경량 혼방이나 린넨(마)·시어서커로 옮긴다. 울 개버딘을 자주 집에서 빠는 것도 위험하다 — 울은 뜨거운 물이나 기계 세탁에서 펠팅(felting, 수축·뭉침)이 생기니, 빠는 대신 솔로 먼지를 털고 통풍으로 관리해 세탁 주기를 늘리는 게 정석이다. 부득이 집에서 빨면 찬물에 울 전용 세제로 손세탁하고, 직사광선을 피해 뉘어 말린 뒤 생긴 주름은 스팀으로 편다.

색 조합에서도 자주 미끄러진다. 네이비 개버딘에 검정 구두를 신으면 둘 다 어두워 발끝이 둔해 보인다 — 정석은 브라운 레더다(네이비 운용). 마지막으로, 오버사이즈 트렌치 안에 헐렁한 이너를 받치면 개버딘의 정제된 드레이프가 죽는다. 겉이 넉넉할수록 안은 핏을 잡아야 능직의 매끈함이 산다(핏 기초).

소재끼리 비교가 필요하면 인접한 울(양모)·면(코튼)·트위드를, 캡슐 구성으로 묶는 법은 캡슐 옷장를 함께 본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개버딘 소재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개버딘은 날실과 씨실이 사선으로 촘촘하게 교차하는 능직(twill) 원단으로, 표면에 45도 사선 리브가 나타납니다. 이 구조 덕분에 형태 유지력과 구김 저항, 내구성이 뛰어나 트렌치코트와 정장 테일러링의 핵심 소재로 쓰입니다.

개버딘은 방수가 되나요?

울 개버딘은 울 섬유 특유의 천연 발수성에 촘촘한 능직이 더해져 가벼운 빗물 정도는 표면에서 흘러내립니다. 완전 방수는 아니지만 별도 코팅 없이도 약한 비를 막아주기 때문에 트렌치코트 소재로 적합합니다.

개버딘은 어떻게 세탁하나요?

울 개버딘은 드라이클리닝이 권장되며, 가정에서는 찬물에 울 전용 세제로 손세탁합니다. 면·폴리에스터 개버딘은 찬물~미온수 약세탁이 가능합니다. 직사광선을 피해 뉘어서 건조하고, 생긴 주름은 스팀 다림질로 쉽게 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