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조합
개버딘 셋업, 능직의 구조감을 몸에 거는 법
개버딘 셋업 — 능직의 구조감을 몸에 거는 법
개버딘 셋업은 움직임에서 표정이 나온다. 걸을 때 천이 따라오는지, 바깥으로 뜨는지, 밑단에 무게가 쌓이는지에 따라 옆에 둘 옷의 두께가 달라진다.
주변 아이템은 질감의 세기를 나눠 잡는 편이 좋다. 매끈한 소재라면 니트나 스웨이드처럼 표면이 있는 조각을 하나 더하고, 보송한 소재라면 셔츠나 가죽처럼 선이 또렷한 조각으로 정리한다. 색은 적게 쓰고 표면 차이로 깊이를 내면 과하게 꾸민 느낌이 줄어든다.
먼저 소재의 무게를 읽어라
개버딘 셋업을 고를 때 첫 번째 관문은 색상이 아니라 소재의 혼용률과 무게감이다. 가장 큰 실수는 한여름에 입겠다고 무작정 얇은 걸 찾는 것이다. 폴리에스터 혼방율이 높은 저가형 개버딘은 얇아도 전혀 숨이 안 쉰다. 오히려 통기성은 합성 섬유보다 천연 섬유의 영역이다.
정통은 울 100% 개버딘이다.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순모 개버딘은 봄·가을은 물론, 초겨울 레이어링·겹쳐 입기까지 소화할 수 있는 깊이를 준다. 반면 면 개버딘은 구조감은 살리면서도 울 특유의 포멀한 광택을 덜어내 캐주얼한 인상을 준다. 다만 면 개버딘은 앉은 자리에서 무릎이 늘어나거나 주름이 접히는 속도가 울보다 빠르므로, 지나치게 타이트한 핏은 피하는 게 낫다. 면-폴리 혼방은 관리가 쉽고 구김이 덜해 활동량이 많은 날의 실용적인 선택지지만, 통기성은 울이나 면보다 한 수 아래다.
두께는 정성적으로 판단하자. 손으로 원단을 비볐을 때 뻣뻣한 저항감이 있으면 중량감 있는 개버딘이다. 이건 재킷의 어깨 선과 라펠이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지만, 초여름 낮에는 무리다. 반대로 손등에 비춰 사선 골이 투과해 보일 정도로 얇으면 여름용 트로피컬 개버딘인데, 이건 셋업보다는 단품 슬랙스나 얇은 코트에 더 어울린다. 셋업으로 입으려면 두께감이 한눈에 읽히는, 약간의 중량감을 가진 쪽을 택해야 재킷의 폼이 산다.
색은 사선 골이 덮는다
개버딘은 같은 베이지라도 면 평직 셔츠의 그것과 전혀 다르게 읽힌다. 표면에 흐르는 45도의 사선 골이 빛을 조각내 색이 단색으로 보이지 않고 미세한 농담을 띠기 때문이다. 이 질감을 무시하고 색만 보고 고르면, 막상 입었을 때 생각보다 훨씬 밝거나 칙칙한 톤에 당황하게 된다.
가장 무난한 입문은 네이비다. 무채색 운용의 대표 주자로, 개버딘 특유의 광택을 가장 우아하게 눌러준다. 면접이나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과하지 않다. 그다음이 카키·베이지 계열인데, 주의할 부분은 이 계열이 개버딘의 원형인 트렌치코트와 너무 닮아 ‘군복’ 혹은 ‘탐험가’ 이미지에 가까워지기 쉽다는 점이다. 카키 개버딘 셋업을 입으려면 실루엣을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빼거나, 이너에 진한 톤의 니트를 받쳐 밀리터리 무드를 지워야 한다. 차콜·블랙은 가장 포멀하지만 개버딘의 사선 골이 묻혀 버려서, 굳이 개버딘이 아니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개버딘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색은 사선 골이 만드는 음영이 살아 숨 쉬는 중간 톤 — 네이비, 다크 브라운, 올리브 쪽이다.
셋업의 생명은 ‘세트 관리’다
개버딘 셋업을 망치는 실패가 시작되는 곳은 상의와 하의를 따로 관리하는 것이다. 옷 관리·세탁 기초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같은 원단, 같은 염색 로트로 제작된 셋업은 똑같은 횟수만큼 빨고, 똑같은 환경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상의만 드라이를 한 번 더 맡기거나, 하의만 직사광선에 더 오래 말리면 미세한 색차가 생기고, 그 순간 ‘비싼 셋업’이 아니라 ‘비슷한 색을 주워 입은 사람’으로 전락한다.
세탁은 가급적 드라이클리닝에 맡기되, 반드시 세트로 함께 맡겨야 한다. 면 혼방이라 가정에서 세탁한다면 뒤집어서 찬물에 중성 세제로, 절대 비비거나 짜지 말고 탈수도 약하게 해야 한다. 건조기는 개버딘의 사선 골을 비틀어 버리는 주범이므로 금물이다. 보관할 때는 어깨가 무너지지 않도록 두꺼운 수트용 옷걸이에 걸고, 슬랙스는 바지걸이에 거꾸로 집어 보관하면 무릎 부분의 구김을 줄일 수 있다.
개버딘은 대부분의 계절을 품지만, 가장 빛나는 때는 꽃샘추위가 지난 늦봄과 초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이다. 한여름 무더위의 직사광선 아래서는 숨이 막히고, 한겨울 혹한의 칼바람은 능직 사이를 파고든다. 다만 여름이라도 에어컨이 강한 실내라면 오히려 통기성 좋은 면 개버딘 셋업을 걸치는 게 린넨 셋업보다 훨씬 단정하다. 린넨이 시원함을 위해 구김을 받아들인다면, 개버딘은 약간의 더위를 감수하고 형태를 지키는 쪽이다.
출처
- 패션 전문 용어 사전 — 개버딘의 능직 직조 구조와 발수성 원리
- 한국섬유산업연합회 — 개버딘 소재별 특성과 관리법
- 위키피디아 패션 항목 — 개버딘의 유래와 트렌치코트와의 관계
자주 묻는 질문
개버딘 셋업은 어떤 계절에 입는 옷인가요?
계절보다는 두께에 따라 판단합니다. 중량감 있는 울 개버딘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얇은 면이나 트로피컬 울 개버딘은 초여름 장마철까지도 무리가 없습니다. 단독으로 입는 셋업이라면 한여름 더위보다는 봄·가을, 그리고 여름의 에어컨 실내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개버딘 셋업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의와 하의를 반드시 세트로 관리해야 합니다. 따로 세탁하면 염색 로트 차이로 인한 미세한 색차가 생겨 셋업의 통일감이 깨지므로, 드라이클리닝도 항상 함께 맡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면 혼방이라 가정 세탁을 하더라도, 건조기 사용은 수축과 뒤틀림의 주범이므로 반드시 그늘에서 자연 건조해야 합니다.
개버딘 셋업은 어떤 자리에 어울리나요?
개버딘 특유의 절제된 광택과 형태 유지력 덕분에 비즈니스 캐주얼부터 세미 포멀 자리까지 폭넓게 소화합니다. 다만, 트렌치코트에서 보여주는 야외 활동성과는 달리, 셋업 형태로 입을 때는 깔끔한 오피스나 미팅 자리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