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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원

톰보이 역사 — 남자 옷장의 빗장을 열어온 150년

톰보이 역사 — 사내아이를 뜻하던 말이 여성의 옷장을 뒤흔든 한 세기 반의 기록

1932년, 파리의 한 극장. 마를렌 디트리히가 남성용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오른다. 객석은 술렁이고 경찰은 외설죄로 체포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로부터 34년 뒤, 이브 생 로랑은 여성에게 턱시도를 입히고 '르 스모킹'이라 명명한다. 이제 그 옷은 박물관에 걸려 있고, 거리에선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다. 한 세기 반 동안 여성들이 남자 옷장의 빗장을 하나씩 열어온 기록 — 그것이 톰보이의 역사다.

이 역사를 모르면 톰보이를 그저 '헐렁한 남자 옷'으로 착각하기 쉽다. 오히려 정교한 대비의 미학이다. 여성의 몸이라는 사실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빌려 온 옷을 얹어 어긋남을 만드는 일. 이 지점에서 톰보이는 성별을 해체하는 젠더리스와 갈라진다. 톰보이는 빌린 옷이 끝내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멋을 길어 올린다.

'사내아이'라는 말이 옷장이 되기까지

톰보이(tomboy)라는 단어는 16세기 잉글랜드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엔 '거칠고 시끄러운 사내아이'를 뜻했고, 곧 '사내아이처럼 뛰어노는 여자아이'로 의미가 옮겨간다. 오랫동안 이 말은 옷이 아니라 기질을 가리키는 수식어였다. 옷으로 굳어진 건 19세기 말, 두 가지 사건이 겹치면서다.

첫째는 자전거의 대중화다. 1890년대 자전거 붐이 일자 여성들은 긴 치마와 코르셋으로는 페달을 밟을 수 없었다. 이때 등장한 블루머(bloomers)는 헐렁한 바지로, 활동성을 위해 여성이 바지를 입은 최초의 대중적 사례였다. 둘째는 교육과 노동 시장 진출이다. 타자기 앞에 앉고 공장에 들어간 여성들에게 몸을 조이는 옷은 더 이상 실용적이지 않았다. 셔츠와 바지는 이렇게 생존의 필요에서 여성의 옷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복식사·패션사 자료).

20세기 들어 이 흐름은 할리우드와 쿠튀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무대를 만난다. 1930년대 마를렌 디트리히는 영화 <모로코>에서 턱시도를 입고 등장해 검열 논란을 일으켰고, 캐서린 헵번은 평생 스커트 대신 슬랙스를 고수하며 당대의 복식 규범을 조롱했다. 코코 샤넬은 저지와 트위드 같은 남성복 소재를 여성복으로 끌어왔고, 이브 생 로랑은 1966년 르 스모킹으로 여성의 턱시도를 오트 쿠튀르의 반열에 올렸다. 이 지점에서 톰보이는 더 이상 '활동성을 위한 차선'이 아니라 의도된 미학이 된다.

한국의 톰보이 — 한 브랜드가 단어를 다시 쓴 사례

한국에서 '톰보이' 하면 1977년 설립된 브랜드 '톰보이'가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흥미롭게도 이 브랜드의 역사는 스타일의 역사라기보다 하나의 단어가 어떻게 상표로 정착하고 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초반 '메가톰보이' 전략 아래 브랜드는 톰보이·톰보이뉴욕·톰보이진 등으로 세분화되었고, 최근까지도 상표권과 운영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BoF). 한때 '톰보이'라는 말 자체가 특정 브랜드의 소유인 듯 여겨질 정도로 대중 인식에 각인된 셈이다.

이 사실이 코디에 주는 교훈은 의외로 단순하다. '톰보이'라는 말에 브랜드 로고나 특정 상품군을 떠올리고 있다면, 그건 스타일의 본질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다. 진짜 톰보이 정신은 어떤 회사의 상표권이 아니라, 150년 전 자전거에 오르며 치마를 벗어던진 익명의 여성들에게서 시작됐다.

빌린 옷은 이렇게 흘러왔다 — 현대 옷장의 계보

현대 톰보이의 옷장을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아이템이 원래 남성복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계보를 알면 무엇을 어떻게 빌려 와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가장 오래된 축은 셔츠다. 19세기 말 여성들이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며 입기 시작한 옥스포드 셔츠는 원래 남성 노동자의 작업복이었다. 옥스퍼드 직조의 빳빳한 면이 몸에 붙지 않고 구조를 유지해, 어깨선을 떨어뜨려 입는 톰보이의 기본 문법을 가능하게 한다. 폴리 혼방 블라우스처럼 광택이 도는 소재는 '빌려 온 옷'이 아니라 '여성복 매장에서 산 옷'으로 읽히니 피한다.

바지는 1890년대 블루머에서 출발해 1930년대 헵번의 슬랙스를 거쳐 1950년대 청바지로 이어진다. 톰보이의 중심에 스트레이트 데님가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스키니 진은 몸의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 톰보이의 '헐렁함'이라는 핵심 장치를 무력화한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일자 데님이나 약간의 여유가 있는 와이드 데님이 빌려 온 옷의 실루엣을 살린다.

겉옷은 1966년 르 스모킹이 열어젖힌 테일러드 재킷의 계보다. 여기에 1980~90년대 스트리트 컬처를 거치며 데님 재킷, 야상·필드재킷 같은 작업복·군복 아우터가 편입된다. 이 아이템들은 원래 남성의 노동과 전쟁을 위해 설계된 옷이라, 여성의 몸에 걸렸을 때 본래 기능과 무관한 멋이 생긴다.

신발은 기능에서 출발해 스타일로 정착한 경로를 그대로 밟는다. 운동화는 20세기 초 남성 스포츠화로 시작해 컨버스·반스 같은 플랫폼이 유니섹스로 흡수되었고, 로퍼는 원래 남성의 캐주얼 슈즈였다. 굽이 없거나 낮은 신발이 톰보이의 발끝을 정리하는 이유는, 그래야 전체 실루엣이 '소년' 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지금 톰보이를 입는다는 것

한 세기 반의 역사가 말해주는 건 하나다. 톰보이는 유행이 아니라 빗장을 여는 행위의 누적이다. 1890년 자전거를 탄 여성이, 1932년 턱시도를 입은 배우가, 1966년 오트 쿠튀르 살롱의 디자이너가 각자 하나씩 열어젖힌 문. 지금 누군가 오버사이즈 옥스퍼드 셔츠에 일자 데님을 입고 흰 스니커즈를 신는 일은, 그 문들을 통과해 온 발걸음 위에 서는 일이다.

실용적인 조언 하나. 톰보이를 시도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남자 옷을 그대로 사는 것이다. 남성복은 어깨와 가슴의 패턴이 다르다. 차라리 여성복 중 오버사이즈로 나온 아이템을 고르거나, 남성복을 선택하더라도 어깨선이 손가락 두 마디 이상 흘러내리면 수선을 감안한다. 빌려 온 옷은 어디까지나 연출이지, 진짜 안 맞는 옷을 입는 건 톰보이가 아니라 그냥 옷을 못 입는 거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톰보이의 정확한 기원은 무엇인가요?

16세기 영어에서 '거칠고 시끄러운 사내아이'를 뜻하던 말이었습니다. 이후 사내아이처럼 활동적으로 노는 여자아이를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옮겨갔고, 19세기 말 여성의 사회 활동 증가와 함께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톰보이 스타일은 언제부터 패션으로 자리 잡았나요?

19세기 말 자전거 붐을 타고 여성들이 블루머를 입으며 실용적인 옷을 선택한 데서 시작됩니다. 1930년대 마를렌 디트리히와 캐서린 헵번 같은 배우들이 공식 석상에서 바지 수트를 입으며 금기를 깼고, 1966년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이 여성의 턱시도를 제도화하며 하나의 장르로 완성되었습니다.

톰보이와 젠더리스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젠더리스가 옷에서 성별을 지워 누가 입었는지 모호하게 만드는 반면, 톰보이는 여성이 남성의 옷을 빌려 입었다는 사실 자체를 스타일의 핵심으로 삼습니다. 큰 셔츠 속 가는 손목이나 데님 위로 드러난 발목처럼, 몸과 옷의 대비를 의도적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