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맵시

역사·기원

셋업 역사

셋업 역사 — 군복에서 수트까지, 한 벌이 세 벌 되는 옷의 계보와 현대 변주

상의와 하의를 똑같은 천으로 맞추는 발상은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없었다. 그전까지 남성복은 프록코트·테일코트처럼 상의가 길고 바지는 별도 천으로 지어 전체적으로 색과 질감이 달랐다. 1860년대 영국 군대에서 장교들이 야외 활동을 위해 같은 천으로 재킷과 바지를 맞춘 '라운지 수트'를 입기 시작했고, 이게 오늘날 셋업의 직접적인 기원이다. 군복의 통일감이 곧 계급과 소속의 표시였고, 한 벌을 빠르게 찍어내기엔 같은 원단이 효율적이었다.

이 라운지 수트가 민간으로 넘어오면서 20세기 초 비즈니스 웨어로 정착한다. 이후 한 세기 동안 셋업은 재킷과 슬랙스를 같은 원단으로 맞춘 테일러드 수트를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스포츠웨어·스트리트웨어가 일상복에 침투하면서 셋업은 한 번 더 확장된다. 니트 상·하의를 맞춘 니트 셋업, 운동복 상·하의를 맞춘 트레이닝 셋업, 데님 재킷과 데님 팬츠를 맞춘 데님 셋업까지 — 같은 원단이라는 원칙만 지킨 채 격식의 전 구간을 덮는 단어가 됐다.

군복에서 비즈니스로, 100년의 정착

19세기 후반 영국군의 라운지 수트는 당시만 해도 야외 비공식 복장이었다. 도시에서 입는 정식 예복은 여전히 상·하의가 다른 천이었고, 같은 천으로 맞추는 건 사냥·산책·해변 휴양지에서나 용납되는 편안한 차림이었다. 그게 역전된 건 20세기 들어서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유럽 남성들 사이에서 실용성이 미덕이 됐고, 전쟁이 끝난 뒤 장교 출신들이 집어온 라운지 수트 스타일이 곧바로 비즈니스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 셋업의 핵심은 통일감이 주는 사회적 신호였다. 같은 천으로 위아래를 맞춘 사람은 '이 옷을 한 세트로 샀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를 드러냈다. 테일러드 수트가 비즈니스·정치·예식의 유니폼이 된 데는 이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20세기 대부분 동안 셋업이라고 하면 곧 수트를 의미했고, 수트는 곧 남성의 사회적 갑옷이었다.

현대 셋업의 다섯 갈래

오늘날 셋업은 수트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섰다. 같은 원단으로 상·하의를 맞춘다는 원칙은 유지한 채, 소재와 격식에 따라 크게 다섯 갈래로 갈린다.

수트 셋업은 여전히 가장 격식 있는 축에 선다. 울(양모) 중심의 재킷과 슬랙스 조합으로, 면접·비즈니스 미팅·예식이 주 무대다. 어깨 패드와 심지가 들어가 형태를 잡아주는 게 특징이고, 같은 원단 조끼를 더하면 쓰리피스로 격이 한 단계 올라간다.

셔츠 셋업은 수트보다 한두 칸 부드럽다. 셔츠나 오버셔츠에 같은 원단 팬츠를 맞춘 형태로, 린넨(마)·면(코튼)이 흔하고 미니멀·시티보이 무드에 붙는다. 어깨 패드 없이 가볍고 스트레치가 들어간 소재가 많아 여름철 사무실이나 캐주얼 데이트 자리까지 폭넓게 쓸 수 있다.

니트 셋업은 상·하의 모두 니트로 맞춘 세트다. 메리노 울·저지처럼 신축성과 보온을 동시에 잡은 소재가 주를 이루며, 착용감은 홈웨어 수준으로 편안한데 겉보기엔 단정한 균형을 잡는다. 차라리 셔츠 셋업이 너무 딱딱하고 수트가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빛을 본다.

트레이닝 셋업은 운동복 상·하의를 맞춘 형태로, 과거에는 말 그대로 체육관 전용이었지만 지금은 스트리트·애슬레저의 중심에 섰다. 저지·나일론 소재에 후드나 조거 팬츠를 더한 구성이 일반적이며, 일상에서 입을 땐 스니커즈와 묶어 스포티한 톤을 완성한다.

데님 셋업은 재킷과 팬츠를 같은 데님으로 맞춘 세트로, 다른 셋업보다 훨씬 늦게 받아들여졌다. 한때 '청청 패션'이라 불리며 어색하게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워싱과 핏을 통일하면 강한 스타일 의도가 읽힌다. 다만 밝은 워싱으로 상·하의를 맞추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 첫 데님 셋업이라면 진한 인디고나 블랙 계열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

왜 셋업을 사는가, 분리해서 입기 위함이다

셋업의 진짜 가치는 한 벌을 세 벌처럼 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재킷은 따로 떼어내 다른 바지 위에 걸치면 블레이저가 되고, 슬랙스는 다른 상의와 맞춰 단독 바지로 산다. 같은 원단이라는 조건이 오히려 분리했을 때의 자유도를 높여주는 셈이다. 캡슐 옷장를 짤 때 가장 효율적인 한 칸이 셋업인 이유가 여기 있다.

분리해서 입으려면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상의와 하의는 반드시 같은 횟수로 세탁하고 같은 방식으로 보관해야 색 빠짐과 원단 노화 속도가 비슷하게 유지된다. 한쪽만 여러 번 더 세탁하면 미세한 색 차이가 생기고, 그 순간 '세트'라는 인상이 무너진다. 셋업을 한 세트로 사는 이유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셋업은 언제부터 입기 시작했나요?

상·하의를 같은 원단으로 맞추는 관습은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군복의 실용적 필요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비즈니스 웨어로 자리 잡았고, 20세기 중반부터는 니트·트레이닝 셋업으로 일상복까지 확장됐습니다.

셋업과 정장의 차이는 뭔가요?

모든 수트는 셋업이지만, 모든 셋업이 수트는 아닙니다. 수트는 재킷과 슬랙스를 같은 원단으로 맞춘 테일러드 형태로 격식 있는 자리용이고, 셋업은 니트·트레이닝·데님 등 캐주얼한 세트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범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