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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 TPO

가을 여자 데이트룩

가을 여자 데이트룩 — 데이트 장소보다 먼저 확인할 낮 최고기온과, 벗었을 때 완성되는 안쪽 옷차림

가을 데이트의 가장 흔한 실수는 아침 기온에 맞춰 옷을 입고 나와, 낮이 되자 땀을 식히느라 겉옷을 팔에 걸치는 모양새다. 가을 데이트룩의 정답은 두꺼운 코트가 아니라 벗었을 때 완성되는 안쪽에 있다. 낮 기온 18도, 실내 22도의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 겉옷은 벗겨지고, 그때부터 데이트의 대부분을 이너 차림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니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테이블에 마주 앉았을 때의 니트, 블라우스, 원피스가 먼저고, 그 위에 걸칠 가벼운 아우터는 그다음이다.

이 원리만 잡으면 가을 데이트룩은 간단해진다. 무게감 있는 겨울 코트를 꺼내기 전, 얇지만 바람을 막아줄 한 겹을 고르는 일. 그리고 그 안에 입은 이너 자체가 한 벌의 완성된 코디가 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을 데이트의 처음과 끝이다. 장소의 격식은 그 위에서 살짝 얹어주면 된다.

먼저 니트를 잡고, 그다음 아우터를 고른다

데이트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옷이 사람보다 튀지 않는 것이다. 가을에 그 역할을 가장 잘 해내는 게 니트다. 니트 스웨터 중에서도 7~9게이지 정도의 미드 게이지 니트나 12게이지 이상의 파인 게이지 니트가 제격이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지 않아 마주 앉은 자리에서도 어깨 라인이 흐트러지지 않고,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거나 목이 살짝 파인 디자인을 고르면 과하지 않은 여성스러움이 생긴다. 캐시미어나 메리노 울 같은 소재는 피부 자극이 적어 목과 손목에서 까슬거리지 않고, 자체 광택이 은은해 저녁 조명 아래에서도 지나치게 반짝이지 않는다. 색은 아이보리, 카멜, 라이트 그레이, 연한 핑크처럼 톤을 낮춘 계열이 얼굴을 화사하게 살리면서도 옷이 먼저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이 니트를 중심으로 나머지를 맞춘다. 하의는 니트가 두께감이 있다면 반대로 가볍게 흘러내리는 슬랙스나 미디 스커트를 붙여 무게 균형을 잡는다. 니트가 얇다면 코듀로이나 울 혼방 팬츠로 가을 질감을 살려도 좋다. 이렇게 안쪽이 완성된 후에야 아우터를 고른다. 낮 최고기온이 15도 이상이면 트렌치코트나 가벼운 싱글 모직 코트, 그 이하로 떨어지면 울 블렌드 코트로 올린다. 어깨선이 정확히 맞는 코트를 걸치는 순간 그날의 데이트룩은 끝난다. 어깨가 어긋난 코트는 안의 니트가 아무리 완벽해도 전체를 무너뜨린다.

블라우스와 원피스는 소재로 계절을 말한다

니트가 캐주얼과 세미포멀 사이를 편안하게 잇는다면, 조금 더 여성스러운 무드를 내고 싶을 땐 블라우스와 원피스가 답이다. 단, 여름에 입던 실크 블라우스를 그대로 가져오면 계절감이 어긋난다. 가을 블라우스는 소재에서 차이가 난다. 블라우스는 같은 디자인이라도 천에 따라 갈 수 있는 자리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가을에는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비스코스나 레이온 혼방, 혹은 은은한 광택이 있는 폴리에스터 시폰이 잘 어울린다. 깃 아래로 살짝 묶는 리본 타이넥 디자인은 과하지 않은 포인트가 되어, 액세서리를 최소화해도 허전해 보이지 않는다. 하의는 발등을 살짝 덮는 기장의 테일러드 슬랙스나 A라인 미디 스커트로 받쳐주면 앉았다 일어서는 동선에서도 단정함이 유지된다.

원피스를 입는다면 니트 원피스나 저지 소재의 롱 원피스가 우선이다. 피부에 달라붙는 바디콘 실루엣은 데이트 자리에서 시선을 옷으로 쏠리게 하고, 정작 본인은 내내 불편하다. 차라리 허리에서 살짝 떨어지는 셔츠형 원피스나 플레어 라인이 부드럽게 무릎 아래로 흐르는 디자인을 고르는 게 낫다. 여기에 발목이 드러나는 로퍼나 키튼 힐을 신으면 경쾌함이 살고, 저녁 기온이 떨어질 때는 여기에만 트렌치코트 하나를 걸치면 된다. 원피스의 색은 네이비, 버건디, 머스타드, 모스 그린처럼 가을에 깊이가 살아나는 톤을 고르면 얼굴빛까지 차분하게 정돈된다.

장소가 정한 격식 위에, 반 칸만 더한다

가을 데이트라고 해서 옷이 다 같은 건 아니다. 낮 카페와 저녁 파인다이닝은 다른 옷을 부르고, 그 차이는 대개 격식에서 온다. 기준은 간단하다. 장소의 요구보다 반 칸만 위로 잡는다.

브런치나 공원 산책 같은 낮 데이트라면 니트에 데님, 거기에 스니커즈로도 충분하다. 이때 과하게 차려입으면 오히려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라면 니트 대신 블라우스로 올리거나, 니트라도 파인 게이지에 진주 귀걸이 하나를 더해 세미포멀 톤으로 전환한다. 전시회나 공연처럼 감각적인 장소에서는 실루엣이 재미있는 디자이너 니트나, 소매에 볼륨을 잡은 블라우스로 포인트를 줘도 좋다. 어떤 장소든 공통된 금기는 둘이다. 너무 큰 로고나 강렬한 원색은 옷이 사람을 덮어버리고, 지나친 노출이나 반짝이는 소재는 데이트의 편안함을 깬다. 데이트룩이 노리는 건 '이 사람이 오늘을 신경 썼구나'라는 인상이지, '이 옷을 자랑하러 나왔구나'가 아니다.

TPO 매칭드레스코드 해석는 장소별 격식 수준을 더 세밀하게 나누고 싶을 때 참고할 만하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가을 여자 데이트룩으로 원피스 어때요?

원피스 자체는 좋은 선택입니다만, 니트 원피스처럼 소재감이 가을에 맞고 단독으로 입어도 완성되는 디자인을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화려한 디테일보다는 실루엣과 색감으로 승부하는 쪽이 데이트 무드와 잘 맞고, 입은 사람이 더 편안해 보입니다.

가을 데이트에 코트는 어떤 걸 입어야 하나요?

낮 기온이 15도 이상인 초중반 가을이라면 베이지나 그레이 계열의 가벼운 트렌치코트나 싱글 모직 코트를 권합니다. 두껍고 무거운 코트는 낮에 들고 다니기 버겁고, 반대로 너무 얇으면 저녁 바람에 쓸쓸해 보이니 접어서 들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감을 골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