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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원

리조트 역사

리조트 역사 — 20세기 유럽 귀족의 지중해 휴양에서 럭셔리 하우스의 크루즈 컬렉션까지, 한 벌로 모래밭과 디너 테이블을 오가는 옷의 기원과 변천

1913년 여름, 프랑스 도빌 해변. 코코 샤넬은 남성용 저지로 만든 헐렁한 카디건을 걸치고 모래밭에 섰다. 당시 여성들은 코르셋과 긴 치마로 무장한 채 양산을 쓰고 해변을 거닐던 시절이었다. 샤넬은 그 모든 걸 벗어던지고, 햇볕에 그을린 맨팔을 드러냈다. 이 장면이 리조트웨어의 시초다. 노동의 흔적이었던 그을린 피부가 여가의 상징으로 바뀌고, 물가에서 저녁 식탁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옷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순간이다.

휴양을 위한 옷은 샤넬 이전에도 있었다. 19세기 말 유럽 귀족들은 겨울이면 지중해 리비에라로, 여름이면 노르망디 해안으로 이동했다. 기차와 유람선이 이 동선을 가능하게 했고, 귀족들은 도착지에서 입을 옷을 따로 챙겼다. 다만 그 옷은 일상복을 가볍게 만든 버전일 뿐, 진짜 리조트웨어라고 부르기엔 한참 멀었다. 샤넬이 바꾼 건 소재와 태도였다. 저지, 트리코, 가벼운 면 — 신축성 있고 구김이 덜 가는 이 소재들은 가방에서 꺼내 바로 입을 수 있었고, 몸을 조이지 않았다. 옷이 공간을 이동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지중해에서 발리까지, 휴양이 지도를 그리다

리조트웨어의 지리는 20세기 중반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넓어진다. 1950년대 이탈리아 카프리섬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유럽 상류층이 모이는 휴양지가 됐고, 이곳에서 탄생한 카프리 팬츠 — 발목에서 살짝 멈추는 7부 길이의 슬림한 바지 — 는 리조트웨어의 새 어휘가 됐다. 같은 시기 하와이에서는 일본계 이민자들이 기모노 원단으로 만든 알로하 셔츠가 관광객들 사이로 퍼져나갔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에서 트로피컬 프린트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다.

1960~70년대엔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다. 발리의 사롱과 인도네시아 바틱 프린트가 서양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스며들었고, 마이애미 비치는 아르데코 호텔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풀사이드 문화를 형성했다. 리조트는 이제 단순한 여름옷이 아니라 특정 장소의 공기와 빛을 옷에 옮겨 담는 일이 됐다. 장소마다 리조트의 결이 달라진 이유다. 카프리의 리조트는 세련된 미니멀리즘이고, 발리의 리조트는 수공예 프린트와 자연 소재의 향연이며, 마이애미의 리조트는 대담한 컬러 블록이다. 같은 린넨 셔츠라도 어디서 입느냐에 따라 무드가 갈리는 건 이 지리적 계보 때문이다.

유람선에서 런웨이로, 크루즈 컬렉션의 탄생

오늘날 리조트 스타일의 방향을 잡는 가장 강력한 엔진은 럭셔리 하우스의 크루즈 컬렉션이다. 이름 그대로 유람선 여행에서 왔다. 20세기 초 부유층은 겨울이면 대서양을 건너 지중해나 카리브해로 크루즈 여행을 떠났고, 이들이 귀국할 때쯤이면 유럽의 부티크들은 이미 봄 컬렉션을 걸어둔 뒤였다. 시즌 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게 크루즈 컬렉션이다. 1월에서 5월 사이 매장에 걸리는 이 라인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크루즈 여행의 기후에 맞춰 가벼운 니트와 실크, 면을 주로 썼다.

샤넬이 2000년대부터 크루즈 컬렉션을 뉴욕, 베니스, 쿠바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쇼로 선보이면서 이 라인은 단순한 시즌 간 상품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크루즈 컬렉션이 리조트의 기준을 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봄·가을 정규 컬렉션보다 매출 비중이 크고, 매장에 머무는 기간도 길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오래 보고 가장 많이 사는 옷이 크루즈 라인인 셈이다. 그래서 유행의 변동이 적고, 장소의 무드를 옷으로 번역하는 힘이 중요해진다. 리조트웨어가 트렌드보다 분위기에 기대는 건 이 구조 때문이다.

현대 리조트웨어의 문법 — 떠나지 않아도 여행자처럼

리조트의 본질은 공간 이동에 있다. 수영복 위에 린넨 셔츠 한 장을 걸치는 순간 비치웨어가 리조트웨어로 승급하는 건, 그 한 장이 "방금 물에서 나온 사람"을 "휴양지에 사는 것 같은 사람"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커버업은 리조트의 핵심 문법이고, 이 원리는 도심에서도 작동한다. 무더운 여름, 출근길에 입은 린넨(마) 셔츠 한 장이 오후 카페 테라스에선 리조트의 무드를 낸다. 공간을 오가는 기능이 리조트웨어의 실용적 가치라면, 떠나지 않아도 여행자의 태도를 빌려오는 감각이 이 스타일의 매력이다.

소재 선택에서 오는 함정은 분명하다. 린넨은 리조트의 1번 소재지만, 자연스러운 구김과 지저분한 구김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가방에 구겨 넣은 채 30분 입은 린넨은 후줄근할 뿐이다. 패킹할 때 접지 말고 둥글게 말아야 하고, 도착해서 스팀 한 번이면 결이 살아난다. 손이 가는 만큼만 산다는 게 린넨의 규칙이다. 폴리에스터 단독은 차라리 피하는 편이 낫다. 땀과 습기를 가두는 구조라, 더위를 견디는 옷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같은 이유로 너무 달라붙는 실루엣보다는 몸에서 살짝 떨어지는 여유 있는 핏이 리조트의 언어에 맞다. 공기가 흐를 공간이 필요한 옷이기 때문이다.

출처

  • 복식사·패션사 자료 — 20세기 초 유럽 휴양 문화와 샤넬의 리조트웨어 기원
  • BoF — 크루즈 컬렉션의 비즈니스 구조와 현대 리조트 시장
  • 보그·GQ 매거진 — 리조트 스타일의 장소별 변천과 현대적 해석

자주 묻는 질문

리조트웨어는 언제부터 생겼나요

20세기 초 유럽 귀족들이 지중해 휴양지에서 입던 옷에서 시작됐습니다. 1910년대 코코 샤넬이 편안한 소재로 해변에서 입는 옷을 제안하며 현대 리조트웨어의 틀이 잡혔고, 이후 하와이안 셔츠와 이탈리아 카프리섬 무드가 차례로 더해졌습니다.

크루즈 컬렉션이 리조트와 무슨 관계인가요

크루즈 컬렉션은 원래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여행 가는 부유한 고객을 위한 라인입니다. 유람선 여행 시즌에 맞춰 발표되던 이 컬렉션이 오늘날 리조트 스타일의 방향을 잡는 핵심 축이 됐고, 봄·가을 정규 시즌 사이에 끼어 있지만 매출 비중은 가장 큽니다.

리조트웨어와 비치웨어는 어떻게 다른가요

비치웨어는 물에 들어가는 수영복·래시가드 등이고, 리조트웨어는 그 위에 걸쳐 풀사이드에서 레스토랑까지 이동할 수 있는 옷입니다. 핵심은 커버업 한 장으로, 공간을 오가는 기능이 리조트웨어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