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원
파자마·잠옷 역사
파자마·잠옷 역사 — 침실을 넘어 거리로 나온 실내복의 계보와 가장 흔한 실수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자마를 고를 때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선택은 무난한 체크나 스트라이프의 면 셋업이다. 언뜻 보기엔 실수할 게 없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정작 피부에 닿는 소재와 밤새 유지되는 핏의 문제는 간과한다. 까끌거리는 면이나 몸에 달라붙는 저지가 한여름 땀을 머금었을 때의 불쾌감, 디자인만 보고 고른 헐렁한 실루엣이 아침 거울 앞에서 주는 낙담. 파자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옷은 원래 잠을 위한 기능보다 깨어 있는 휴식의 품위를 먼저 챙기던 옷이었다.
파자마라는 말은 페르시아어 '파에자마(paejama)'와 힌디어 '파자마(pajama)'에서 왔는데, 둘 다 발목에서 느슨하게 조이는 헐렁한 바지를 뜻했다. 17~18세기 영국 동인도회사 직원들과 식민지 관료들이 인도에서 이 바지를 접하고 유럽으로 가져왔다. 낮에는 전통 의상으로, 밤에는 편안한 잠옷 하의로 받아들여지면서 상의가 없는 바지 한 벌이 '파자마'였던 셈이다. 그러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유흥과 사교가 화려해지면서 남성들이 저녁 식사 후 흡연실이나 사교실에서 입는 실내복, 즉 흡연 재킷과 매치되는 세트로 발전했다.
식민지 바지에서 귀족의 실내복으로
영국 빅토리아 시대 후기, 상류층 남성은 저녁 만찬이 끝나면 테일코트와 타이트한 바지를 벗고 흡연 재킷과 파자마 바지로 갈아입었다. 턱시도가 생기기 전, 딱딱한 디너 재킷 대신 편안한 벨벳이나 실크로 만든 흡연 재킷에 페르시아풍 헐렁한 바지를 맞춘 것이 당시 사교계 남성들의 사적인 제복이었다. 이때만 해도 파자마는 잠옷이라기보다 깨어 있지만 격식을 내려놓은 상태를 상징하는 옷에 가까웠다. 복식사·패션사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파자마는 침실보다 흡연실과 도서실에 어울리는 옷이었고, 원단도 잠을 위한 실용성보다 시각적인 우아함과 촉감의 고급스러움을 따졌다.
여기에 20세기 초 폴 푸아레 같은 디자이너들이 동양 무드를 서양 패션에 접목하면서 여성용 파자마가 등장한다. 푸아레가 1910년대 선보인 여성용 실크 파자마는 해변 리조트나 홈 파티에서 입는 사교복이었다. 이 무렵부터 파자마는 단순한 바지가 아니라 상하의가 같은 원단으로 맞춰진 한 벌이라는 인식이 정착했고, 1920~30년대 코코 샤넬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라운지웨어 연출을 타고 대중에게 번졌다.
잠옷이 '겉옷'이 되기까지
파자마가 본격적으로 잠옷의 대명사가 된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량생산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잠옷은 긴 나이트셔츠나 슈미즈가 일반적이었는데, 기성복 공장에서 면 소재의 셋업 파자마를 값싸게 찍어내면서 침실의 표준이 바뀌었다. 동시에 파자마는 실내복에서 잠옷으로 영역을 좁히는 듯 보였지만, 1960~70년대 히피 무브먼트와 동양 취향의 부활,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거치며 다시 겉옷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2020년대 팬데믹을 기점으로 이 흐름은 완전히 굳어졌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옷과 외출복의 경계가 무너졌고, 파자마 셋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룩이 되었다. BoF은 이 시기 홈웨어 시장이 급성장했으며, 특히 상하의가 맞춰진 세트 파자마가 '원마일웨어'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2020년대 초반 SNS에서는 '파자마코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거리에서도 실크 파자마 셋업에 힐을 신거나, 플란넬 체크 파자마에 오버사이즈 코트를 걸치는 연출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긴 여정에서 남은 기본 원칙
이렇게 길고 복잡한 여정을 거친 파자마이지만, 지금 입는 파자마를 고를 때 따져야 할 핵심은 오히려 단순하다. 100년 전 흡연실의 실내복이든 오늘날의 원마일웨어든, 파자마는 몸을 조이지 않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여유와 피부에 닿는 촉감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앞서 소재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까슬거리는 저가 면이나 통기성이 떨어지는 폴리에스터는 밤새 땀을 가두고 수면을 방해한다. 차라리 면이라도 촘촘하게 짠 고밀도 직조나 흡습성이 좋은 모달·텐셀 계열이 낫고, 겨울이면 플란넬이나 기모 처리된 면이 보온을 챙긴다. 실크는 가장 고급스럽지만 물세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파자마·잠옷에서 다루듯, 잠옷은 셔츠나 바지보다 맨살에 오래 닿기 때문에 소재가 만족감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핏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너무 딱 맞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헐렁한 것을 고르는 것이다. 몸에 달라붙는 저지 파자마는 자는 동안 뒤틀리고, 어깨가 흘러내리는 과한 오버사이즈는 오히려 거슬린다. 깨어 있을 때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드롭 숄더와, 허리 고무줄이 배를 압박하지 않는 정도의 여유가 이상적이다. 20세기 초 실내복 파자마가 지금도 우아해 보이는 것은, 몸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여유를 정확히 계산했기 때문이다.
출처
- 복식사·패션사 자료 — 파자마의 어원과 영국 식민기 인도에서의 도입 과정, 빅토리아 시대 실내복으로서의 발전
- 위키피디아 패션 항목 — 파자마의 정의와 시대별 변천, 서구 패션에서의 수용 배경
- BoF — 팬데믹 전후 홈웨어 시장의 성장과 파자마코어 트렌드 분석
자주 묻는 질문
파자마는 원래 어떤 옷이었나요?
원래는 페르시아와 인도에서 입던 헐렁한 바지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영국 식민기 인도에서 서양인들이 편안한 하의로 받아들였고, 이후 상하의 한 벌로 굳어지며 오늘날의 잠옷·실내복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파자마와 잠옷은 어떻게 다른가요?
오늘날에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파자마는 원래 상하의가 같은 원단으로 맞춰진 셋업 형태를 강조합니다. 잠옷은 그보다 넓은 범주로 원피스형이나 헐렁한 티셔츠까지 포함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