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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원

선글라스 역사

선글라스 역사 — 빛을 차단하는 도구에서 얼굴의 건축이 되기까지, 기능과 스타일이 교차한 2000년의 궤적

눈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충동은 선글라스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기원전 북극권의 이누이트족은 바다코끼리 상아를 깎아 만든 눈가리개를 썼는데, 여기엔 좁은 틈새 하나만 뚫려 있어 눈부심을 막으면서도 시야를 확보했다. 색이 있는 렌즈는 아니었지만, 과도한 빛이 눈에 해롭다는 인식 자체는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던 셈이다. 색유리를 눈에 대는 행위는 18세기로 넘어와서야 등장하는데, 당시 의사들은 매독 환자의 광선공포증을 완화하기 위해 청록색 렌즈를 처방했다. 멋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의료 목적이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두 개의 축이 이 이야기를 바꾼다. 하나는 기술, 다른 하나는 이미지다. 기술 쪽에서는 1929년 에드윈 랜드가 편광 렌즈를 발명해 반사광을 차단하는 길을 열었고, 이미지 쪽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플래시 세례와 사생활 노출을 피하기 위해 어두운 렌즈를 끼기 시작하면서 선글라스가 일반인의 욕망 대상이 된다. 기능이 먼저였고, 욕망이 그 뒤를 따랐다.

하늘에서 시작된 디자인

현대 선글라스의 원형은 전쟁기 하늘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 미 육군 항공대는 고고도 비행 중 파일럿의 시야를 방해하는 강렬한 태양광과 눈부심을 해결해 달라고 바슈롬에 의뢰했고, 그 결과물이 눈물방울 형태의 렌즈를 가진 아비에이터다. 렌즈가 아래로 길게 빠진 이유는 계기판을 내려다볼 때도 빛을 차단하기 위해서였고, 얇은 금속 프레임은 가벼워야 한다는 군용 요구에서 나왔다.

이 기능적 설계가 패션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순간은 2차 세계대전 이후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필리핀에 상륙할 때 아비에이터를 끼고 등장한 사진이 전 세계 신문에 실리면서, 이 안경은 승리와 남성적 권위의 상징이 된다. 군복이 일상복이 되었듯, 군용 안경이 시민의 액세서리가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레임이 얼굴의 건축이 되다

1952년 레이밴이 웨이퍼러를 내놓으면서 선글라스는 금속 프레임의 시대에서 플라스틱의 시대로 넘어간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두꺼운 셀룰로이드 아세테이트 프레임은 기존 금속 안경이 얼굴 위에 얹히는 가벼운 도구였다면, 웨이퍼러는 얼굴 정중앙을 점유하는 건축물이었다. 이때부터 선글라스는 빛을 차단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얼굴형과 프레임 형태의 관계가 중요해진 것도 이 지점부터다.

프레임 디자인은 이후 수십 년간 놀라운 속도로 분화한다. 1960년대 재클린 케네디가 오버사이즈 프레임으로 파파라치와의 거리를 만들었고, 이는 사생활 보호라는 실용적 목적과 우아함이라는 미적 목표가 하나로 합쳐진 사례다. 같은 시기 캣아이는 바깥쪽이 위로 올라가는 라인 하나만으로 여성의 눈매를 리프팅하는 착시를 만들어냈고, 클럽마스터는 검은 상단 테와 얇은 금속 하단의 대비로 지적인 인상을 부여했다. 하나의 형태가 하나의 사회적 신호가 되는 패턴이 이때 완성된다.

색과 소재의 진화가 말해주는 것

렌즈 색의 발전사는 의외로 단순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빛을 줄이는 농도가 전부였고, 짙은 색일수록 좋다는 믿음이 지배했다. 문제는 이 믿음이 틀렸다는 데 있다. 짙은 렌즈는 가시광선을 줄여 동공을 확장시키는데, 자외선 차단 코팅이 없으면 오히려 더 많은 UV가 눈 속으로 들어간다. 이 함정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업계의 기준은 농도에서 파장 차단으로 옮겨갔고, UV400 인증이 렌즈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편 색의 선택은 순수한 기능에서 출발해 점차 심미적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레이 렌즈가 색 왜곡을 최소화해 본래 색감을 유지하는 반면, 브라운과 앰버 계열은 콘트라스트를 높여 드라이빙과 아웃도어 스포츠에서 우위를 점한다. 그린 렌즈가 눈 피로가 적다는 장점으로 중간 지대를 차지하고, 미러 코팅은 상대방에게서 시선을 완전히 숨기는 심리적 효과로 스트리트 패션의 언어가 된다. 색마다 움직임이 다르고, 그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출처

  • 복식사·패션사 자료 — 북극권 눈가리개부터 20세기 군용 선글라스까지 기능적 기원의 흐름
  • 위키피디아 패션 항목 — 선글라스 기술 발전사 및 주요 프레임 형태의 등장 시기
  • BoF — 선글라스 산업의 대중화 과정과 액세서리로서의 포지셔닝 변화

자주 묻는 질문

선글라스는 언제부터 사용되었나요?

눈 보호 개념은 기원전 북극권의 상아 눈가리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대적 의미의 선글라스는 20세기 초 파일럿과 할리우드 스타들을 통해 대중화되었습니다. 색이 있는 렌즈 자체는 18세기부터 의료용으로 처방되기 시작했습니다.

선글라스가 패션 아이템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930년대 미 육군 항공대의 의뢰로 아비에이터가 개발되면서 기능과 스타일이 처음 결합되었고, 이후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생활 보호와 이미지 연출을 위해 착용하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