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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원

뮬 역사 — 뒤축을 잘라낸 신발이 실내화에서 거리 패션으로 넘어온 경로

뮬 역사 — 뒤축을 잘라낸 신발이 실내화에서 거리 패션으로 넘어온 경로

뮬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기원전 고대 로마의 실내에서 찾는다. '물레우스(mulleus)'라 불린 이 신발은 붉은 가죽으로 발등만 덮고 뒤꿈치는 완전히 비워둔 채, 원로원 의원 같은 특정 신분이 집 안에서만 신었다. 밖에서는 닫힌 구두로 사회적 역할을 표시하고, 안에서는 이 열린 신발로 권위를 벗어던진 셈이다. 지금 우리가 "슬리퍼처럼 편하다"고 말하는 그 구조는 애초에 '바깥일을 접었음'을 알리는 제스처였다.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 프랑스 궁정에서 뮬은 다시 등장한다.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이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한 굽 있는 뮬을 신으며, 실내화는 사치와 에로티시즘의 코드로 재탄생했다. 이 시기의 뮬은 벨벳과 실크, 금사로 수놓아졌고 굽도 있었다 — 지금의 가 힐 버전과 플랫 버전으로 갈리는 뿌리는 이미 여기에 있다. 궁정 밖으로 나가지 않는 신발이었기에 더 과감할 수 있었다.

귀족의 실내화가 스크린의 섹시 심볼이 되기까지

19세기 내내 뮬은 부두아르(여성의 개인 공간)에 머물렀다. 그러다 1950년대 할리우드가 이 신발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낸다. 마릴린 먼로가 뒤축 없이 발등을 가늘게 가로지르는 오픈 토 힐을 신고 등장한 이미지는 뮬이 방 안을 벗어나도 된다고, 아니 벗어나는 것 자체가 매력이라고 말했다. 발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신발이 관능으로 읽히기 시작한 지점이다.

이 관능을 1990년대가 다른 방향으로 꺾는다. 미니멀리즘이 패션을 지배하던 시기, 뒤축을 자른 로퍼 형태의 클로즈드 토 뮬이 등장한 것이다. 섹슈얼한 개방 대신 무심하고 지적인 느낌 — 로퍼의 구조에서 뒤만 빼고 앞가죽을 넓게 살린 이 디자인은 사무실에 신고 가도 어색하지 않은 최초의 뮬이었다. 실내화가 일상복이 된 순간이다.

2020년대, 길거리에서 뮬이 승리한 이유

2010년대 후반부터 뮬은 스니커즈 시장에까지 침투한다. 스포츠 샌들 브랜드가 발등을 감싸는 컴포트 뮬을 내놓는가 하면, 명품 하우스는 로고 스트랩 하나로 뒤를 비운 샌들형 뮬을 런웨이에 올렸다. 이 교차가 결정적이었다. 편안함을 원하는 사람은 풋베드형 플랫 뮬로,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은 스틸레토 힐 뮬로 — 같은 '뒤가 트였다'는 구조 안에서 완전히 다른 욕망이 해결됐다.

이 흐름에서 한국의 봄여름 거리는 지금 뮬이 샌들의 자리를 상당 부분 빼앗은 상태다. 발가락을 드러내는 샌들보다 발등을 덮은 뮬이 더 단정해 보이고, 양말과의 조합도 자연스럽다는 점이 작용했다. 양말을 신은 뮬이 어색하지 않은 건, 애초에 뮬이 로퍼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미니멀 계열의 스퀘어 토 뮬은 와이드 슬랙스나 데님과 만나 도시적인 무드를 만들고, 오픈 토 스트랩 뮬은 여름 드레스에 얹혀 리조트 톤을 낸다. 한때 방 안에서만 신던 신발이, 이제는 가장 바깥의 패션을 말한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뮬은 원래 어떤 신발로 시작했나요?

고대 로마의 실내화 '물레우스(mulleus)'에서 기원합니다. 귀족 계급이 집 안에서 신던 뒤축 없는 슬리퍼 형태였으며, 이후 16~18세기 프랑스 궁정에서 사치스러운 실내화로 부활해 귀족의 게으름과 품위를 동시에 상징하는 신발로 자리 잡았습니다.

뮬이 야외에서 신는 패션 아이템이 된 건 언제인가요?

1950년대 마릴린 먼로가 뒤축 없는 오픈 토 힐을 신으며 관능적인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 전환점입니다. 이후 1990년대 미니멀리즘 물결 속에서 매니쉬한 로퍼형 뮬이 등장하며 일상 신발로 편입됐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스포츠 샌들 브랜드와 명품 하우스가 동시에 밀며 거리 패션의 중심으로 올라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