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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원

페미닌 역사 — 한 번의 끊김이 만든 실루엣

페미닌 역사 — 허리선에서 시작되는 실루엣의 계보

페미닌의 기원은 색이 아니라 구조다. 19세기 말까지 여성복의 실루엣은 코르셋과 크리놀린이라는 골조 위에 세워졌고, 이는 인체를 극단적으로 조이는 방식으로 허리선을 만들었다. 20세기 초 폴 푸아레가 코르셋을 없애고 하이웨이스트의 자유로운 직선 라인을 제안하면서 한 차례 해방이 일어났지만, 이때의 실루엣은 아직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페미닌과는 거리가 있었다. 몸을 조이지 않았을 뿐 허리에서 한 번 끊어내는 곡선의 미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1947년 크리스티앙 디올의 '뉴 룩'은 전쟁 후 각진 어깨와 군복 같은 직선 실루엣에 지친 시대에 모래시계 형태를 되돌려놓았다. 잘록하게 조인 허리와 풍성한 스커트는 지금까지도 페미닌의 가장 강력한 원형으로 남아 있다. 이후 1950년대의 핏 앤 플레어 원피스, 1960년대의 A라인 미니, 1980년대의 파워 숄더 블레이저까지 시대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어딘가에서 허리가 한 번 꺾이거나 곡선이 개입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디올이 정한 뼈대, 시대가 덧입힌 살

디올이 제시한 것은 '여성스럽게 보이려면 어디를 끊어야 하는가'라는 설계도였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페미닌의 실루엣 문법을 정의한 사건이었다. 이후 디자이너들은 이 설계도 위에 각 시대의 재료와 태도를 얹었다.

1950년대는 이 문법을 가장 정석으로 따랐다. 허리선이 명확한 원피스와 풀스커트가 중심이었고, 진주와 장갑 같은 액세서리로 완성하는 클래식 페미닌의 전형이 이때 만들어졌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 미니스커트와 트위기로 대표되는 소년 같은 체형이 등장하면서 곡선의 강조는 약해졌지만, 대신 A라인 드레스가 허리 위에서부터 벌어지며 새로운 방식의 페미닌을 만들었다.

1980년대는 흥미로운 반전이다. 두꺼운 어깨 패드가 들어간 파워 슈트가 직장 여성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페미닌은 '부드러움'에서 '당당함'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때의 페미닌은 테일러드 재킷으로 어깨를 넓히고, 보텀은 슬림하게 떨어뜨려 전체적으로 역삼각형 실루엣을 그렸다. 허리를 조이지 않았지만, 어깨와 보텀의 대비 자체가 하나의 곡선을 암시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몇 시즌 사이 다시 주목받는 '뉴 페미닌'도 이 계보 위에 있다 — 테일러드 재킷에 플리츠 스커트를 받쳐 남성복의 구조와 여성복의 유연함을 섞는 조합은 1980년대 파워 페미닌의 현대적 변주다.

페미닌은 하나의 결이 아니다

같은 페미닌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이 된다. 매장에서 옷을 고를 때나 옷장 앞에서 코디를 짤 때,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어떤 결의 페미닌인가'다.

소프트 페미닌은 실크나 모달처럼 몸에 흐르는 소재가 만드는 결이다. 주름이 잔잔한 드레이프 미디 원피스나 블라우스가 여기에 속하고, 어깨가 드러나는 슬립 계열도 이 범주에 든다. 힘을 뺀 곡선이라 데이트나 소개팅 자리에서 가장 부담 없이 쓴다.

클래식 페미닌은 허리가 명시적으로 잡히는 핏 앤 플레어 원피스, 또는 하이웨이스트 스커트에 블라우스를 넣어 입는 조합이 중심이다. 소재는 코튼이나 메리노 울처럼 어느 정도 몸을 지지하는 질감이 받쳐줘야 곡선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객이나 졸업식처럼 적당한 격식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실패가 적다.

파워 페미닌은 구조적인 블레이저와 슬림한 보텀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긴다. 어깨 라인은 분명하게 잡고 허리선은 블레이저 안쪽에서 셔츠를 넣어 간접적으로 만든다. 개버딘이나 캐시미어처럼 무게감 있는 소재가 힘을 실어준다. 오피스나 프레젠테이션에서 당당함을 드러내고 싶을 때 선택한다.

캐주얼 페미닌은 A라인 스커트나 슬림 데님에 카디건을 걸치는 식으로, 허리선을 살짝 암시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코튼이나 모달처럼 일상적인 소재가 어울리고, 캠퍼스나 데일리룩에서 무리 없이 녹아든다. 차라리 너무 꾸민 듯한 디테일을 덜어내야 이 결이 산다.

컬러를 고르기 전에 할 일

페미닌을 망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컬러부터 고르는 것이다. 핑크나 레이스 장식이 페미닌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은 디올 이후 70년 넘게 반복된 교훈이다. 검정 슬립 드레스는 쇄골과 허리를 따라 흐르는 실루엣 하나만으로 베이비 핑크 박스 후디보다 훨씬 강한 페미닌을 만든다.

순서는 실루엣, 소재, 그다음 컬러다. 먼저 어디서 끊을지 정하고 — 벨트로 묶을지, 턱인으로 넣어 올릴지, 애초에 허리가 들어간 옷을 고를지. 그다음 그 끊김이 부드럽게 흐를지 단단히 설지는 소재가 결정한다. 컬러는 이 두 가지가 정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선택지가 된다.

페미닌의 힘은 색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구조가 서면 블랙도 페미닌이다. 구조가 무너지면 핑크도 그냥 천이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페미닌 스타일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현대적 페미닌의 기준은 1947년 크리스티앙 디올이 발표한 '뉴 룩(New Look)'에서 비롯됩니다. 전쟁 중 유행하던 각진 직선 실루엣을 버리고 잘록한 허리와 풍성한 스커트로 여성적 곡선을 강조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페미닌의 뼈대가 되고 있습니다.

페미닌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요?

색이나 장식이 아니라 허리선을 어디서 잡느냐가 페미닌을 결정합니다. 어깨에서 발끝까지 직선으로 흐르는 옷은 중성적인 반면, 벨트나 절개선으로 흐름을 허리에서 끊으면 여성미가 생깁니다. 실루엣을 먼저, 소재와 컬러는 그다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