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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원

버킷햇 역사 — 양동이에서 시작된 모자의 100년

버킷햇 역사 — 양동이에서 시작해 90년대 힙합을 거쳐 지금의 스트리트로 돌아온 모자의 계보

버킷햇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양동이(bucket)'에서 왔다. 챙이 아래로 둥글게 말려 내려가 머리를 양동이처럼 감싸는 실루엣에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이야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처럼 쓰지만, 처음엔 전쟁터의 군인도, 무대 위의 래퍼도 아닌 사람들이 썼다. 1900년대 초 아일랜드의 농부와 어부들이 비를 막고 햇볕을 가리려 머리에 뒤집어쓰던 실용 모자가 그 시초다. 원단은 거의 울 트위드였고, 챙은 지금보다 짧고 몸체는 훨씬 깊었다. 패션보다는 도구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 모양이 군용 모자로 채택된 건 1940년대 이스라엘 군대였다. 텐트 천을 재활용해 만든 단순한 구조의 모자는 차양이 넓어 사막의 햇볕을 막기에 적합했고, 보관할 땐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 보급품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같은 시기 미 해군도 비슷한 디자인의 '데이지 메이(Daisy Mae)' 모자를 보급했다. 군용에서 민간으로 넘어오는 전형적인 경로를 밟은 셈이지만, 이때만 해도 버킷햇은 어디까지나 기능성 아이템이었다.

90년대 힙합이 바꾼 정체성

버킷햇이 실용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미국 힙합 신에서였다. LL Cool J가 카시(Kangol) 버킷햇을 쓰고 등장한 건 단순한 스타일링 이상의 사건이었다 — 기능만 하던 모자가 태도를 입는 순간이었다. 이후 힙합 신 전반으로 퍼지며 버킷햇은 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고, 이 흐름은 한국에도 그대로 흘러들었다. 서태지가 무대에서 쓴 버킷햇은 한국 대중에게 이 모자를 '힙합의 상징'으로 각인시켰고, 그 이미지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버킷햇의 DNA에 남아 있다.

흥미로운 건 버킷햇이 2020년대에 다시 한 번 부활한 경로다. 2010년대 후반부터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들이 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재소환하며 로고 플레이를 얹은 버킷햇을 쏟아냈다. 트랙수트와 청키 스니커즈에 이어 모자까지 레트로가 덮친 흐름이었다. 르까프, 케이스위스, MLB 같은 브랜드가 헤리티지 로고를 박은 버킷햇을 시즌마다 내놓으면서, 이 모자는 다시 한 번 거리로 돌아왔다. 한때 바캉스용 라피아 소재가 여성복 시장에서 먼저 반응을 얻은 것도 같은 시기다.

군용 방한모와는 다른 계보

한국에서 버킷햇은 흔히 '벙거지 모자'로 불리지만, 이 이름이 오히려 역사를 헷갈리게 만든다. 군대에서 보급하는 털 달린 방한모가 벙거지의 이미지로 먼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생김새도, 기원도, 쓰임새도 다르다. 군용 방한모가 털과 패딩으로 보온에 집중한 겨울 아이템이라면, 버킷햇은 본래 비와 햇볕을 막는 사계절 실용 모자에서 출발했다. 버킷햇을 쓸 때 '군대 느낌'이 난다면, 그건 모자의 문제가 아니라 올리브·카키 계열 색상과 카고 팬츠 같은 밀리터리 아이템을 동시에 걸친 조합 탓일 가능성이 크다.

역사를 알면 선택도 달라진다. 90년대 힙합 감성을 살리고 싶다면 로고가 전면에 박힌 블랙 버킷햇을 고르는 쪽이 직관적이다. 반대로 아일랜드 어부의 실용성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면 로고 없이 챙이 짧고 크라운이 깊은 울 소재를, 사막의 군용 모자 쪽에 끌린다면 코튼 립스탑이나 나일론처럼 가볍고 접기 쉬운 소재가 답이다. 같은 버킷햇이라도 어떤 계보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무드가 완전히 갈린다. 그걸 모르고 고르면 그냥 '요즘 유행하는 모자'로 끝나지만, 알고 고르면 머리 위에 100년의 이야기를 얹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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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버킷햇은 군대에서 시작된 모자인가요?

아닙니다. 흔히 '벙거지'로 불리며 한국 군용 방한모와 혼동하지만, 오늘날의 버킷햇은 20세기 초 아일랜드 농부와 어부들이 쓰던 실용 모자에서 출발했습니다. 군용 방한모는 털이 붙은 별개의 아이템이라 구분해 기억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버킷햇이 힙합 패션의 상징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힙합 신에서 LL Cool J 같은 래퍼들이 착용하며 스트리트 패션으로 편입됐습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서태지가 무대에서 쓰면서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됐고, 이후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굳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