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사전
냅 — 결이 만드는 두 가지 얼굴
냅 — 파일직 표면의 결, 쓰다듬는 방향에 따라 색과 촉감이 갈라진다
스웨이드 재킷을 손으로 한 번 쓸어보면 방향에 따라 색이 확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같은 소재가 한쪽에선 짙고 부드럽다가, 반대 방향에선 희끗하고 까칠하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게 냅이다. 직물 표면에 빽빽하게 세워진 짧은 섬유 다발이 한쪽으로 누워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같은 파일직이라도 냅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벨벳은 표면을 고르게 잘라내 광택이 강하고 결 방향이 극명하다. 코듀로이는 골을 따라 세로줄로 냅이 정리되어 있어 벨벳보다 결이 덜 민감한 편이다. 스웨이드는 가죽 뒷면을 버핑해 만든 짧은 냅이 특징인데, 이쪽은 오히려 마찰에 약해 반들반들해지기 쉬워 관리가 까다롭다.
냅이 만드는 착시 — 같은 옷이 두 가지 색으로
이 결 방향은 단순한 촉감 문제가 아니라 옷의 완성된 컬러를 좌우하는 요소다. 냅이 있는 소재는 빛의 반사 각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면서 짙은 색과 옅은 색을 오간다. 테일러드 재킷의 칼라나 소매처럼 곡면이 많은 부위일수록 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패턴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벨벳이라도 재단 방향이 조금만 어긋나도 소매와 몸판 색이 따로 놀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만든 옷은 모든 패널의 냅 방향을 한 방향으로 통일한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실수하는 게 냅을 거스르는 행위다. 벨벳 재킷 소매를 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쓸어 올리거나, 스웨이드 백을 한 방향으로만 계속 마찰시키면 표면이 눌려 광택이 죽는다. 세탁과 다림질도 마찬가지다. 냅이 있는 옷은 세탁기 안에서 결이 뒤엉키기 쉬워 드라이클리닝이 안전하고, 스팀 다리미를 쓸 때도 결 반대 방향으로 누르면 눌린 자국이 복구되지 않는다. 차라리 스팀만 쐬고 솔로 결을 살리는 편이 낫다.
재단과 관리 — 결을 살리는 기술
의류 생산 현장에서 냅은 재단 공정의 핵심 변수다. 일반 면이나 린넨 원단은 방향에 상관없이 재단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냅이 있는 소재는 원단을 펼칠 때부터 결 방향을 통일해야 한다. 한 벌을 만드는 모든 조각이 위에서 아래로 같은 결을 향하게 배치하는 식이다. 이 과정이 까다로워 냅이 있는 원단은 일반 원단보다 재단 손실률이 두세 배 높아진다.
보관할 때도 냅을 고려하지 않으면 옷이 상한다. 벨벳이나 스웨이드 제품을 접어서 쌓아두면 접힌 부분의 냅이 영구적으로 눌려버린다. 비싼 옷일수록 패딩이 충분한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는 것이 오래 입는 비결이다. 반대로 일부러 냅을 거슬러 효과를 내는 기법도 있다. 데님의 워싱 공정이나 빈티지 가공에서 표면을 일부러 긁어 올려 낡은 느낌을 내는 게 그 예다.
생각보다 많은 소재가 냅을 갖고 있다. 벨벳, 코듀로이, 스웨이드 외에도 벨루어, 플란넬, 멜턴 울까지 넓은 범위의 파일직과 기모 처리된 직물이 여기 해당한다. 구매할 때 손등으로 한 번 쓸어보는 습관만 들여도, 관리법을 몰라 망가뜨리는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출처
- 패션 전문 용어 사전 — 핏·소재·디테일 용어의 스펙트럼 기준을 제공하는 맵시의 표준 사전. 냅을 파일직의 하위 개념으로 분류하고 관리 원칙을 정리한다.
- 위키피디아 패션 항목 — 냅의 직조 공학적 정의와 벨벳·코듀로이·스웨이드 간 냅 차이를 비교한다.
- 한국섬유산업연합회 —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섬유·의류 산업 용어 데이터베이스. 냅이 있는 원단의 재단 손실률과 공정 표준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냅(nap)이 무슨 뜻인가요?
냅은 스웨이드, 벨벳, 코듀로이처럼 표면에 짧은 털이 빽빽하게 세워진 소재에서 결의 방향을 말합니다. 손으로 한 방향으로 쓰다듬으면 매끄럽고, 반대 방향으로 쓰다듬으면 거칠게 느껴지는데, 이때 색도 달라 보입니다.
냅이 있는 옷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냅이 있는 옷은 결 방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세탁보다는 부드러운 솔로 먼지를 떨어내고, 다림질할 때는 반드시 결대로만 눌러야 하며, 보관할 때는 냅이 눌리지 않게 접지 않고 걸어 보관하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