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맵시

용어 사전

고젯 — 퍼짐은 어디서 오는가

고젯 — 밑단에 삼각 조각을 끼워 퍼짐을 만드는 패턴 조각

겨울 코트를 입고 버스에 올랐다. 두꺼운 코트 자락을 양옆으로 젖히고 좁은 통로 의자에 앉는데, 옷이 허벅지 앞에서 무리 없이 펼쳐진다. 계단을 성큼 오를 때도 밑단이 다리를 구속하지 않는다. 이 작은 해방감은 보이지 않는 삼각형 천 조각 하나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 조각을 고젯(godet)이라 부른다.

고젯은 스커트나 드레스, 코트의 밑단이나 솔기에 끼워 넣는 삼각형 또는 부채꼴 모양의 천 조각이다. 허리선의 치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밑단으로 갈수록 원단의 폭을 늘려,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퍼지는 플레어를 형성한다. 단순히 밑단을 넓힌 옷은 허리에서부터 옆선이 벌어지지만, 고젯이 들어간 옷은 특정 지점부터 갑작스럽게 퍼지며 이는 옷에 드라마틱한 움직임과 볼륨을 부여한다.

옷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구조

고젯의 본질은 옷에 움직임의 자유도를 심는 일이다. 패션 전문 용어 사전에 따르면, 이는 중세 유럽의 의복에서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겨드랑이와 밑단에 끼워 넣은 삼각 천 조각에서 유래했다. 이후 20세기 초 폴 푸아레 등이 여성복의 코르셋을 해체하고 유연한 실루엣을 시도하면서 밑단의 장식적·구조적 요소로 부활했고, 1930년대 바이어스 컷 드레스의 물결치는 듯한 밑단을 완성하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고젯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A라인 스커트와는 궤를 달리하는 머메이드 스커트다. 머메이드 스커트는 무릎까지 신체에 밀착하다가 무릎 아래에서 급격히 밖으로 퍼지는데, 이 전환점에 바로 여러 장의 고젯이 박혀 있다. 트럼펫 스커트가 허벅지 중간부터 완만하게 퍼지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코트에서는 뒤트임 자리에 긴 삼각 고젯을 넣어 보행 시 옷이 자연스럽게 갈라지며 흘러내리게 하고, 소매 밑단에 넣어 나팔처럼 퍼지는 벨 슬리브를 만들기도 한다.

고젯과 혼동하기 쉬운 용어가 고어(gore)다. 둘 다 삼각형 패널이지만, 고어는 스커트 전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구성할 때 사용하는 패널 자체를 지칭한다. 6고어 스커트는 여섯 장의 삼각 천을 허리부터 밑단까지 길게 이어 만든 옷이다. 반면 고젯은 완성된 옷의 솔기선 사이에 추가로 끼워 넣는 부속적 조각이다. 천을 주름 잡아 부피를 만드는 플리츠와도 다르고, 단순히 밑단 둘레를 늘인 플레어와도 다르다. 플레어가 결과라면 고젯은 그 결과를 만드는 구조 공학이다.

차라리 고젯을 찾아야 할 때

밑단이 넓은 스커트를 입었는데도 걸을 때마다 앞으로 말려들거나, 앉을 때 무릎 위로 천이 당겨 올라온 경험이 있다면 그 옷에는 고젯이 없는 것이다. 단순히 밑단 둘레만 키운 옷은 옆선이 완만한 곡선으로 빠지며, 정작 필요한 무릎 앞뒤의 공간은 확보되지 않는다. 특히 두꺼운 울 소재의 겨울용 스커트나 코트일수록 이런 차이는 두드러진다. 고젯이 들어간 옷은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공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움직임이 많은 직장인의 출퇴근복이나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실수를 줄여준다.

반대로 고젯이 불필요하게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실루엣을 원한다면, 고젯이 만드는 갑작스러운 부피는 실루엣을 무겁게 만들 뿐이다. 이런 옷에서는 밑단에 슬릿만 넣어 활동성을 확보하는 쪽이 낫다. 자신의 체형에서 가장 볼륨을 더하고 싶은 지점이 무릎 아래인지, 아니면 차라리 발목까지 일자로 떨어지는 라인을 원하는지를 먼저 판단하라. 전자라면 고젯이 답이고, 후자라면 고젯 없는 스트레이트 핏이 정답에 가깝다.

출처

  • 패션 전문 용어 사전 — 고젯의 정의·어원·고어·플리츠 등 혼동하기 쉬운 용어 간 차이에 대한 표준 기술을 참고했다.
  • 위키피디아 패션 항목 — 고젯의 역사적 용례(중세 유럽~1930년대 바이어스 컷)에 관한 기술을 참고했다.

자주 묻는 질문

고젯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옷의 밑단이나 솔기에 삼각형 또는 부채꼴 천 조각을 끼워 넣어 실루엣이 아래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만드는 패턴 조각을 말합니다. 단순히 밑단을 넓힌 것과 달리, 고젯은 허리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밑단의 여유량과 움직임만 확보해줍니다.

고젯과 플리츠, 플레어는 어떻게 다른가요?

고젯은 퍼짐을 만드는 구조적 방법이고, 플레어는 그 결과로 생긴 형태를 지칭합니다. 비슷하게 퍼지는 효과를 내는 플리츠는 천을 접어 만드는 반면, 고젯은 별도의 조각을 이어 붙인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제작 기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