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EENK(잉크)
EENK(잉크) — 알파벳 A부터 Z까지 책장을 넘기듯 매 시즌 이야기를 쌓는 브랜드. 트위드 재킷과 니트 베스트라는 두 기둥에 문학적 서사를 입혀, 옷을 입는 일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든다.
트위드 재킷 한 벌을 고르는 일은 대개 ‘할머니 옷장’이나 ‘샤넬 스타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십상이다. 하나는 시대에 뒤처질까 불안하고, 다른 하나는 감당할 수 없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EENK(잉크)는 그 빈틈을 파고든 브랜드다. 클래식한 소재에 또렷한 컨템포러리 감각을 입혀, 트위드를 ‘물려받은 옷’이 아니라 ‘지금 사서 오래 입을 옷’으로 다시 놓는다.
브랜드명은 인쇄소를 운영한 아버지의 잉크(ink)와 디자이너 영문명 LEE HYEMEE에서 반복되는 알파벳 E에서 따왔다. 인쇄와 글자라는 뿌리가 브랜드의 핵심 서사인 ‘레터 프로젝트(Letter Project)’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점이다. A부터 Z까지 매 시즌 하나의 알파벳을 키워드로 삼아 컬렉션을 전개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브랜드가 세상을 해석하는 구조 자체다.
딕셔너리를 넘기듯
레터 프로젝트의 미덕은 시즌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마치 사전을 한 장씩 넘기듯, 지난 시즌과 연결되면서도 매번 다른 정의를 내린다. 예컨대 ‘K for Knit’라는 시즌이 있다면 니트라는 익숙한 소재를 잉크만의 문법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이 구조 덕분에 브랜드는 하나의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매 시즌 진부해질 위험을 피한다.
디자이너 이혜미는 한섬과 제일모직 등에서 여성복과 남성복을 두루 거친 이력의 소유자다. 대기업에서 쌓은 테일러링 기본기가 컨템포러리 감성과 만나면서, 옷은 클래식한 골격 위에 트렌디한 살을 붙이는 형태가 된다. 2022년 파리 패션위크 진출 이후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70%에 이를 만큼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이 브랜드의 미학이 특정 지역의 유행에 갇히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트위드와 니트, 두 개의 기둥
잉크를 관통하는 두 개의 기둥은 트위드 재킷과 니트 베스트다. 트위드 재킷은 이 브랜드의 얼굴과도 같다. 투박하거나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는 트위드라는 소재를 짧은 기장과 또렷한 숄더 라인으로 현대적으로 바꿔 놓는다. 여기에 달린 골드 버튼이나 자체 개발한 부자재가 브랜드의 가격대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니트 베스트는 F/W 시즌 스테디셀러로, 핑크와 네이비 컬러가 특히 자주 거론된다. 셔츠 위에 레이어드하거나 얇은 터틀넥 안에 받쳐 입으면, 평범한 출근복에 ‘책 읽는 사람’의 공기를 불어넣는다. 이 지적인 무드가 잉크를 MATIN KIM(마뗑킴)의 도시적 로고 플레이나 Mardi Mercredi(마르디메크르디)의 사랑스러운 플라워 그래픽과 갈라놓는 핵심이다. MATIN KIM(마뗑킴)이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한 방을 노린다면, 잉크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취향의 신호를 보낸다.
실크 블라우스와 디테일이 강조된 카디건도 이 두 기둥을 받치는 주요 아이템이다. 액세서리에서는 메탈 손잡이를 단 아이폰 케이스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의류와 소품을 가리지 않고 ‘클래식의 재해석’이라는 동일한 프레임을 적용한다는 점이, 브랜드를 파편화되지 않게 붙드는 끈이다.
지적인 무드를 입는 법
잉크를 가장 잘 입는 방법은 ‘한 벌 셋업’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트위드 재킷과 같은 소재의 스커트나 팬츠를 함께 맞추면 순식간에 정장 느낌이 강해져, 나이 들어 보이거나 자리가 과해질 위험이 있다. 차라리 트위드 재킷 하나만 꺼내 와이드 팬츠나 스트레이트 데님에 걸치는 편이 도시적이다. 하의를 캐주얼하게 풀어줄수록 상의의 클래식함이 돋보인다.
니트 베스트는 레이어드의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핑크 베스트를 골랐다면 안에 받쳐 입는 셔츠는 흰색이나 옅은 블루로 정리해 발랄함을 살리고, 네이비 베스트라면 톤온톤으로 어두운 셔츠를 매치해 시티보이 특유의 차분한 지적 무드를 완성한다. 이 레이어드 감각은 셋업의 정석적인 매치보다 한 끗 풀어낸 데서 오는 자연스러움에서 빛난다.
트위드와 니트 모두 몸에 딱 맞는 사이즈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어깨가 살짝 떨어지는 오버사이즈 핏을 선택하면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되 숨 막히는 격식에서 해방된다. 여기에 INSILENCE(인사일런스)의 깔끔한 슬랙스나 베이직한 울 코트를 더하면, 잉크의 페미닌함이 정돈된 시티 무드 안에 안착한다.
출처
- 패션 전문 용어 사전 —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가격대·포지셔닝 정의
- 무신사 매거진 —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 소개 및 스타일링 경향
- 보그·GQ 매거진 — 잉크 파리 패션위크 진출 및 컬렉션 리뷰
자주 묻는 질문
EENK(잉크)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2015년 디자이너 이혜미가 론칭한 한국 컨템포러리 브랜드입니다. ‘레터 프로젝트’라 하여 A부터 Z까지 알파벳 키워드로 매 시즌 컬렉션을 전개하며 이야기를 쌓아가는 독특한 서사 구조가 정체성입니다. 트위드 재킷과 니트 베스트가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여성복을 중심으로 남성복과 액세서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EENK(잉크)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가요?
대체로 40만 원에서 6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트위드 재킷이나 니트류가 이 범위 안에 드는 편입니다.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 중에서는 높은 축에 속하는데, 자체 개발한 부자재와 소재 퀄리티를 내세워 가격을 정당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