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맵시

스타일링

스카프 매는 법 — 매듭 하나가 어깨선을 다시 그린다

스카프 매는 법 — 매듭 유형·길이·계절별 연출로 목과 어깨의 실루엣을 바꾸는 법

이 스타일링을 함께 적용하는 항목 · 1

목에 두른 천 한 장이 사람의 키를 바꾼다. 같은 정사각 실크를, 같은 사람이, 같은 코트 위에 둘렀는데도 한쪽은 목이 짧아 보이고 한쪽은 쇄골이 길게 떨어진다. 차이는 천의 값이 아니다. 매듭이 목 어디에 앉느냐, 끝자락이 가슴 어느 높이에서 멈추느냐가 전부다. 스카프는 액세서리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체 실루엣 자체를 다시 그리는 물건이다. 귀걸이는 귀에서 끝나고 시계는 손목에서 끝나지만, 스카프는 목·어깨·가슴이라는 가장 넓은 면적 위에 직접 선을 긋는다.

그래서 "어떻게 매느냐"는 질문은 사실 "어디에 부피를 둘 것이냐"는 질문이다. 매듭을 턱 바로 아래 높이 올리면 목이 묻히고 얼굴이 커진다. 매듭을 쇄골 아래로 내리고 V자로 떨어뜨리면 가슴팍에 세로선이 생겨 상체가 길어 보인다. 이 한 가지 원리만 손에 쥐면 유튜브에 떠도는 스무 가지 매듭법은 전부 변주에 불과해진다.

천이 매듭을 결정한다, 매듭이 천을 못 이긴다

매는 법을 배우기 전에 천부터 봐야 한다. 입문자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이것이다. 두꺼운 캐시미어 머플러로 실크 스카프 영상의 정교한 매듭을 따라 하고는 "왜 이렇게 둔해 보이지" 한다. 캐시미어 더블페이스는 스펀지처럼 부피를 먹는 소재다. 거기에 복잡한 매듭을 넣으면 목 앞에 베개를 얹은 꼴이 난다. 두꺼운 천은 매듭을 적게, 얇은 천은 매듭을 많이 — 이게 첫 규칙이다.

실크(견) 트윌은 정반대다. 에르메스가 1937년 첫 카레(carré, 90cm 정사각 스카프)를 내놓은 이래 실크 트윌이 스카프의 기준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트윌 조직은 사선 결이 있어 매듭을 잡으면 그 자리에 머무는데, 동시에 손에서 흐르는 드레이프가 살아 있어 끝자락이 칼처럼 떨어진다. 같은 실크라도 새틴은 표면이 너무 미끄러워 매듭이 풀리고, 시폰은 너무 얇아 부피가 안 산다. 정사각 실크를 살 거면 트윌인지부터 확인하라.

폴리에스터 혼방은 매듭 면에서 실격이다. 표면 마찰이 없어 어떤 매듭을 묶어도 30분이면 슬슬 흘러내린다. 모달이나 비스코스가 섞인 천은 그나마 결이 있어 잡히는데, 그래도 100% 천연 실크나 울의 안정감에는 못 미친다. 가격이 천의 값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매듭이 버티는 시간이 천의 값을 따라간다고 보면 맞다.

정사각 한 장으로 만드는 기본형 세 가지

가장 쓸모 있는 출발점은 정사각 스카프를 대각선으로 접어 삼각형을 만드는 것이다. 90cm 카레라면 한 번 접어 큰 삼각, 두세 번 더 접으면 긴 띠가 된다. 이 접힘의 폭이 곧 목에 두를 부피를 정한다.

가장 단순한 건 목에 한 바퀴 두르고 앞에서 가볍게 묶는 루프 노트다. 삼각으로 접어 삼각 끝을 가슴 앞에 늘어뜨리고, 양 끝을 뒤로 돌려 앞으로 다시 가져와 삼각 천 안쪽으로 통과시킨다. 매듭이 보이지 않고 천만 겹쳐 떨어져 단정하다. 트렌치코트나 셔츠 위에 얹기 좋고, 사무실 출근에 가장 무난한 형태다.

조금 더 입체적인 건 파리지엔 노트, 흔히 말하는 반접기 매듭이다. 정사각을 띠 모양으로 길게 접어 목 뒤에서 앞으로 가져온 뒤, 한쪽 끝을 접힌 고리 안에 통과시켜 살짝 당긴다. 목 앞에 작고 단단한 매듭이 생기고 두 끝이 나란히 떨어진다. 이게 파리 거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매듭이고, 트렌치코트 옷깃을 세웠을 때 그 안에서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다.

세 번째는 애스콧 변형이다. 긴 띠로 접어 목에 한 바퀴 감고 끝을 셔츠 첫 단추 사이로 살짝 밀어 넣는다. 매듭이라기보다 천을 끼우는 것에 가까운데, 옥스퍼드 셔츠 칼라가 서 있는 클래식·테일러드 룩에 얹으면 목선이 채워지면서도 답답하지 않다. 남자가 실크를 매기 가장 부담 없는 방식이다.

긴 머플러는 길이가 곧 디자인이다

겨울 머플러는 정사각과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180~200cm 직사각 울 머플러는 매듭법보다 늘어뜨린 양 끝의 길이 차이가 인상을 결정한다. 한쪽을 짧게, 한쪽을 길게 비대칭으로 떨어뜨리면 시선이 사선으로 흘러 키가 길어 보인다. 양쪽을 똑같이 맞춰 떨어뜨리면 단정하지만 자칫 교복 같다.

가장 많이 쓰는 건 머플러를 반으로 접어 목에 걸고, 접힌 고리에 양 끝을 통과시키는 유러피언 루프다. 한 동작에 끝나고 부피가 목 앞에 모여 보온이 좋다. 단점은 부피가 앞으로만 쏠려 목이 짧아 보인다는 것이다. 키가 작거나 목이 짧다고 느끼면 이 매듭은 피하고, 차라리 한 바퀴 느슨하게 감아 양 끝을 길게 늘어뜨리는 쪽이 세로선을 살린다.

캐시미어 100% 머플러는 매듭을 꽉 조이면 안 된다. 이 소재는 압력에 약해서, 매번 같은 자리를 강하게 묶으면 그 지점의 섬유가 눌려 보풀이 일고 결이 죽는다. 머플러·목도리를 오래 입으려면 매듭은 느슨하게, 보관은 접지 말고 둘둘 말아서 한다. 십 년 입은 캐시미어가 새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비싼 걸 산 게 아니라 매듭을 약하게 묶는 사람이다.

계절이 천과 부피를 갈아 끼운다

봄·가을의 스카프는 보온이 목적이 아니라 면적을 채우는 게 목적이다. 환절기에 셔츠 한 장은 허전하고 코트는 덥다. 이 틈을 가벼운 모달 스카프나 면 보일 한 장이 메운다. 색은 옷보다 한 톤 밝게 가져가는 편이 얼굴을 띄운다. 카멜 트렌치에 아이보리 모달 스카프를 느슨하게 두르면 4월 아침의 환승역에서 코트를 벗었다 입었다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여름에도 스카프는 산다. 다만 목이 아니라 가방으로 옮겨 간다. 가는 실크 스카프를 토트백 손잡이에 매듭지어 묶으면, 흰 린넨 셔츠 차림에 색 한 점이 생긴다. 에르메스가 카레를 가방·머리·허리에 두루 두르는 스타일링을 오래 밀어 온 것도 이 다용도성 때문이다. 한 장의 천이 목·가방·머리·허리를 오가며 같은 옷을 다른 옷으로 만든다.

한겨울은 부피 싸움이다. 두꺼운 코트 위에 가는 스카프를 두르면 비율이 무너진다. 코트가 두꺼울수록 스카프도 두꺼워야 어깨와 균형이 맞는다. 첫눈 오는 날 패딩 위에 가는 실크 한 장을 두르고 나선 사람이 추워 보이는 건 진짜 추워서가 아니라 비율이 어긋나서다. 코트의 무게에 스카프의 무게를 맞춰라.

입문자가 놓치는 디테일, 응용자가 챙기는 디테일

매듭법보다 결과를 가르는 건 끝자락 정리다. 매듭을 묶고 끝낸 사람과, 묶은 뒤 양 끝을 손으로 한 번 쓸어 결을 가지런히 편 사람은 인상이 다르다. 실크는 특히 매듭을 묶으면 천이 비틀려 꼬이는데, 이걸 풀어 면이 정면을 보게 펴 줘야 무늬가 산다. 영상 속 매듭이 깔끔한 건 매듭이 좋아서가 아니라 끝자락을 다림질하듯 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매듭은 정중앙에 두지 않는 편이 자연스럽다. 목 정면 한가운데 매듭이 박히면 단정한 대신 경직돼 보인다. 매듭을 살짝 옆으로, 한쪽 어깨 방향으로 비스듬히 밀어 두면 천이 사선으로 흐르며 표정이 생긴다. 거울 앞에서 5도만 돌려 보면 안다.

부피의 위치도 의식해야 한다. 매듭과 천 뭉치가 턱 바로 아래 모이면 얼굴이 커 보이고 목이 사라진다. 의도적으로 부피를 쇄골 아래로 끌어내리면 목이 길게 드러난다. 같은 스카프, 같은 매듭이라도 매듭을 3cm 내리는 것만으로 얼굴 크기가 달라 보인다. 결국 스카프 매기의 핵심은 화려한 매듭이 아니라, 천을 목의 어느 높이에 앉힐지를 손이 기억하는 것이다. 천 한 장. 높이 하나. 그게 전부다.

스카프는 액세서리 활용에서도 가장 회복력이 좋은 도구다. 잘못 매면 풀어서 다시 두르면 그만이고, 색이 튀면 한 톤 낮춰 다시 사면 된다. 시계나 가방과 달리 실패의 비용이 낮다. 그러니 거울 앞에서 매듭 세 개만 손에 익혀 두면, 같은 코트로 한 계절을 날 수 있다.

출처

자주 묻는 질문

스카프가 자꾸 풀리는데 어떻게 고정하나요?

90% 이상은 소재 탓이다. 폴리에스터는 표면이 매끄러워 매듭이 미끄러진다. 실크 트윌이나 모달 혼방처럼 표면에 미세한 결이 있는 천을 고르면 매듭이 제 자리에 머문다. 정 안 되면 매듭을 한 번 더 통과시키는 더블 노트로 풀고, 매듭 안쪽을 손가락으로 한 번 꾹 눌러 결을 죽이면 덜 미끄러진다.

정장에 스카프를 매도 괜찮나요?

코트 위라면 좋다. 다만 재킷 안쪽 셔츠 칼라 사이로 욱여넣은 실크 스카프는 90년대 영업사원 인상을 준다. 코트의 옷깃 라인 바깥으로 한 바퀴 두르고 끝을 코트 안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 단정하다.

남자도 실크 스카프를 매나요?

맨다. 다만 폭이 좁은 스키니 스카프나 두께가 있는 모달 스카프를 택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가는 실크 한 장을 목에 한 바퀴 감고 끝을 셔츠 안으로 넣는 애스콧 변형은 트렌치코트와 잘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