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원
시티보이 역사
시티보이 역사 — 《POPEYE》에서 성수까지, '어긋남의 미학'이 탄생한 계보 (40~150자)
시티보이는 하나의 실루엣이 아니라 하나의 편집 방식이다. 옷장에 없는 아이템을 새로 사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가진 셋업과 스니커즈 사이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일에 가깝다. 다들 안전하다고 여겨 정장에 구두를 신지만, 사실 그게 시티보이의 가능성을 지우는 가장 흔한 실수다. 발끝 하나만 바꾸면 평범한 출근복이 거리의 무심함을 획득한다 — 그 전환점을 의도하는 순간부터 시티보이는 시작된다.
이 스타일의 뿌리는 1976년 일본에서 창간된 남성지 《POPEYE》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미국 서부의 캠퍼스 룩을 일본식으로 번역해 소개하던 이 잡지는, 수십 년에 걸쳐 '도시를 사는 남자의 옷차림'이라는 내러티브를 다듬어왔다. 그 결실이 2010년대 도쿄의 편집샵과 스트리트 문화에서 현재의 시티보이 룩으로 굳어졌고, 한국에는 2018년 전후로 유입돼 서울식으로 변주됐다.
《POPEYE》가 설정한 도시 남성의 기준
《POPEYE》가 시티보이의 설계도라면, 그 청사진의 핵심은 '매거진 하우스'라는 편집 방식에 있다. 특정 브랜드를 좇기보다 아이템 간의 조합과 균형을 잡지 지면 위에서 먼저 제안했고, 독자는 그 페이지를 옷장으로 옮겨오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원칙이 지금 시티보이의 골격이다. 셋업은 단정하게, 발끝은 가볍게 — 위아래를 똑같은 온도로 맞추지 않고 일부러 한 군데를 풀어둔다. 이 '어긋남의 미학'이야말로 《POPEYE》가 수십 년간 반복해 다듬은 시티보이의 정체성이다.
아메리칸 캐주얼, 특히 아이비리그와 워크웨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시티보이는 그 토대 위에서 한 가지 결정적인 편집을 가한다. 아메카지(아메카지)가 데님과 밀리터리 팬츠의 거친 질감과 빈티지 워싱을 끌어안는다면, 시티보이는 같은 여유로운 실루엣을 블레이저와 슬랙스로 옮겨와 도시적인 톤으로 정돈한다. 원단의 무게감은 비슷하게 가져가되 표면의 질감과 디테일을 절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도쿄에서 성수까지 — 지역이 핏을 바꿨다
2010년대 도쿄의 시티보이는 약간 헐렁한 셋업에 캔버스 토트백을 메는 무드가 중심이었다. 어깨선이 팔뼈 위로 살짝 흘러내리고 기장은 엉덩이를 충분히 덮는, 말 그대로 '넉넉한 실루엣'이 표준이었다. 이건 단순한 오버핏 유행이 아니라, 백패킹과 캠핑 같은 아웃도어 라이프를 도시 안으로 끌고 온 라이프스타일의 결과물이었다. 활동성을 위해 품을 넉넉히 잡고, 그 여유를 테일러링의 단정함으로 제어하는 이중 구조가 도쿄 시티보이의 본질이다.
한국에 이 스타일이 상륙한 시점은 2018년 전후,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도쿄의 헐렁함이 그대로 넘어오지 않고 서울식으로 다듬어졌다. 어깨 폭이 줄고 기장이 짧아졌으며, 전반적인 핏이 한 단계 더 조여졌다. 도쿄 버전이 여유로움 속의 단정함을 추구했다면, 서울 버전은 단정함 속에 여유를 숨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색 구성도 더 절제돼 차분한 단색 조합이 주류를 이뤘다. 같은 시티보이라는 이름 아래, 도시의 밀도만큼이나 다른 해석이 자리 잡은 셈이다.
현대 시티보이의 변주 — 정통에서 파생까지
현재 시티보이는 두 갈래로 읽힌다. 하나는 《POPEYE》의 정통을 따르는 라인으로, 셋업을 기본 틀로 두고 흰 스니커즈로 발끝만 푸는 원칙을 고수한다. 옥스포드 셔츠나 터틀넥·목폴라처럼 절제된 이너를 받치고, 색은 회색·베이지·네이비 안에서 조율한다. 이쪽은 시티보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보수적인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이 문법을 해체해 미니멀이나 컨템포러리 캐주얼과 섞는 파생형이다. 블레이저 대신 오버사이즈 코트를 걸치거나, 슬랙스 대신 와이드 데님을 받치는 식으로 아이템을 교체하면서도 '위는 정리, 아래는 이완'이라는 핵심 구도만은 유지한다. 이쪽은 시티보이의 편집 방식을 빌려와 전혀 다른 옷장에 적용하는 응용형에 가깝다. 어느 쪽이든 본질은 같다. 발끝 하나로 격식을 반 칸 내리고 거리의 무심함을 반 칸 올리는 그 거리감 — 그걸 의도하는 순간 시티보이는 완성된다.
출처
- 복식사·패션사 자료 — 아메리칸 캐주얼과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일본 유입 및 변천 과정
- BoF — 2010년대 도쿄 스트리트 문화와 편집샵의 역할, 글로벌 트렌드 확산 경로
- 무신사 매거진 — 한국 내 시티보이 룩 유입 시점과 서울식 변주 양상
자주 묻는 질문
시티보이 스타일은 어디서 시작됐나요?
2010년대 일본 도쿄의 편집샵과 스트리트 문화에서 형성됐습니다. 1976년 창간된 남성지 《POPEYE》가 수십 년간 다듬어온 '도시 남성의 옷차림'이라는 내러티브가 2010년대 들어 현재의 시티보이 룩으로 굳어졌습니다.
시티보이룩의 핵심 특징은 무엇인가요?
정장의 격식과 거리의 무심함을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조합하는 데 있습니다. 셋업 수트에 흰 스니커즈를 신는 식으로, 위는 단정하게 잡고 아래 한 점만 풀어내는 거리감 조절이 핵심입니다.
시티보이는 아메카지와 어떻게 다른가요?
아메카지가 워크웨어와 빈티지의 거친 질감을 중심으로 한다면, 시티보이는 같은 캐주얼 토대에서 테일러링 쪽으로 한 발 더 당겨온 갈래입니다. 여유로운 실루엣을 공유하지만 시티보이 쪽이 더 정돈되고 도시적인 분위기를 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