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조합
플레어 슬랙스, 무릎 아래가 결정하는 모든 것
플레어 슬랙스 — 품과 길이가 만드는 선을 실제 비율에 맞추는 법
플레어 슬랙스를 고를 때는 넉넉함과 헐거움을 구분해야 한다. 여유가 있는 옷은 움직일 공간을 남기지만, 기준 없이 큰 옷은 몸의 중심을 흐린다. 실루엣이 자연스러우려면 가장 넓은 지점과 가장 좁은 지점이 분명해야 한다.
입어 볼 때는 서 있는 모습만 보지 말고 한 번 앉아 본다. 허리와 밑위가 당기거나, 소매와 밑단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가면 실제 생활에서는 더 거슬린다. 움직임을 통과한 핏이 오래 입기 좋다.
상의는 짧거나, 꼭 맞거나
플레어 슬랙스의 볼륨이 무릎 아래에서 시작되므로, 상의는 그 반대편에서 선을 잡아야 한다. 가장 확실한 선택은 상의를 허리선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크롭 기장의 니트나 재킷, 또는 셔츠를 바지 안에 완전히 넣어 상체를 짧게 끊으면 하체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때 상의는 몸에 붙는 슬림핏일수록 좋다. 플레어의 퍼짐과 상체의 밀착이 만드는 대비가 비율의 핵심이다. 턱인 스타일링에서 다루는 프런트 턱인 정도로는 부족하고, 풀 턱인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몸에 붙는 재킷을 입을 때는 기장 선택이 갈린다. 허리선에서 끝나는 크롭 재킷은 플레어 슬랙스와 가장 이상적인 짝이다. 반면 엉덩이를 덮는 레귤러 기장의 테일러드 재킷을 플레어 슬랙스와 함께 입으면 순식간에 1980년대 복고풍 수트가 된다. 의도한 스타일이 아니라면 피하는 편이 낫다. 오히려 재킷을 입고 싶다면 어깨가 팔뚝까지 내려오는 오버핏 재킷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상체 볼륨을 인위적으로 키워 A라인을 위아래로 길게 잡아주는 방식이다. 이때는 재킷을 열어 입어 안에 넣은 이너의 허리선이 드러나게 하는 디테일을 챙긴다.
니트나 티셔츠처럼 부드러운 소재를 고를 때도 원칙은 같다. 몸에 붙는 얇은 니트를 골라 바지 안에 넣고, 소매와 몸판이 늘어지지 않는 타이트한 조직감을 선택한다. 루즈한 스웨터를 플레어 슬랙스 위에 그냥 내려 입으면 상하의가 모두 헐렁해져 중심을 잃은 실루엣이 된다. 처음부터 스웨터를 입고 싶다면 한 치수 작은 사이즈를 골라 몸에 맞게 입거나, 두꺼운 니트라면 밑단을 바지 안에 살짝 밀어 넣어 경계를 만든다.
신발은 밑단이 요구하는 무게를 채워라
플레어 슬랙스의 밑단은 옆으로 벌어지며 바닥과 만난다. 이 넓은 단면을 가느다란 신발로 받치면 발이 실종된다. 밑단이 신발을 거의 다 덮어버리면서 다리가 짧아 보이고, 걸을 때마다 바지 밑단이 끌리는 사고가 생긴다. 그래서 신발은 반드시 볼륨이 있어야 한다. 굵은 굽의 로퍼, 플랫폼 스니커즈, 청키한 옥스퍼드가 이 바지가 요구하는 무게를 채워준다.
기장과 신발의 관계도 이 지점에서 결정된다. 플레어 슬랙스의 기장은 신발 윗면에서 1cm 정도 여유를 두고 끊기거나, 신발을 살짝 덮는 풀 기장으로 가야 한다. 복사뼈 위로 끊는 앵클 기장은 플레어의 흐름을 잘라버려 바지의 정체성을 없앤다. 밑단이 퍼지다가 갑자기 멈춘 형태가 되어 다리가 중간에 끊겨 보이는 실수가 된다. 기장과 신발의 구체적인 균형은 신발-하의 매칭에서 더 다룬다.
스타일에 따라 신발의 무드를 바꿀 수 있다. 가죽 재킷과 함께 입을 때는 무광 블랙 플랫폼 부츠로 시크하게 떨어뜨리고, 니트와 셋업처럼 입을 때는 굵은 체인의 로퍼로 단정함을 더한다. 운동화를 신고 싶다면 밑창이 두껍고 볼륨이 있는 어글리 스니커즈나 테니스화를 고른다. 캔버스화처럼 얇고 납작한 신발은 피한다.
색과 소재가 만드는 연결과 차단
플레어 슬랙스 코디에서 가장 쉽게 통일감을 만드는 방법은 상의와 하의의 색을 맞추는 것이다. 니트와 슬랙스를 같은 톤으로 맞추면 셋업처럼 읽히면서도 플레어 실루엣이 방해받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때는 허리선에서 끊김이 없기 때문에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지 않으면 심심해질 수 있다. 시계나 벨트, 이어링처럼 작은 금속 디테일이 필요하다.
반대로 상하의 색을 대비시키면 허리선이 극적으로 강조된다. 블랙 플레어 슬랙스에 화이트나 옅은 블루 셔츠를 넣어 입으면 상체와 하체가 명확히 분리되면서 다리가 더 길어 보인다. 이때 상의가 밝은 색이면 시선이 위로 쏠리고, 하의가 어두우면 하체가 안정적으로 가라앉는다. 단, 대비가 강할수록 상의가 반드시 슬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루즈한 밝은색 상의를 어두운 플레어 슬랙스 위에 입으면 몸이 두 동강 나면서 가로로 퍼져 보이는 함정이 있다.
소재는 계절에 따라 갈린다. 봄·가을에는 가벼운 울 혼방이나 슬랙스에서 다루는 개버딘으로 구조를 살리고, 여름에는 린넨이나 폴리 혼방으로 드레이프를 줄여 시원하게 떨어뜨린다. 겨울에는 두꺼운 울 플레어 슬랙스에 터틀넥을 넣어 입고, 여기에 오버핏 코트를 걸치면 상하의 볼륨이 코트 안에서 정리된다. 계절을 막론하고 피해야 할 것은 신축성이 지나친 저지 소재의 플레어 슬랙스다. 무릎이 늘어나고 밑단이 흐물거리면서 실루엣 전체가 무너진다.
색이 무너지는 지점
플레어 슬랙스 코디에서 처음 확인할 부분은 위아래를 동시에 풍성하게 입는 것이다. 비율 밸런스에서 설명하듯, 볼륨은 한쪽에만 줘야 한다. 오버핏 후디나 루즈한 맨투맨을 플레어 슬랙스 위에 그냥 내려 입으면 옷이 사람을 삼킨다. 이걸 피하려면 상의를 크롭하거나, 바지 안에 넣거나, 아예 상의를 슬림하게 바꿔야 한다.
또 하나 피해야 할 것은 밑단을 롤업하는 행위다. 플레어 슬랙스의 밑단은 퍼짐이 완성되는 지점인데, 이걸 접어 올리면 퍼짐이 사라지면서 평범한 와이드 팬츠처럼 변한다. 기장이 길다면 접지 말고 재단사에게 맡겨 밑단을 잘라내야 한다. 수선할 때도 반드시 입고 가서 신발과의 간격을 확인해야 한다. 벗어 놓고 재면 신발을 신었을 때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플레어 슬랙스는 그 자체로 하체에 움직임이 큰 바지다. 여기에 프린트나 큰 패턴까지 더하면 시선이 분산되어 다리가 짧고 무거워 보인다. 솔리드 컬러나 미세한 헤링본 정도의 절제된 패턴으로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패턴을 넣고 싶다면 상의에만 스트라이프를 주고 하의는 단색으로 막아 균형을 잡는다.
출처
- 패션 용어 사전, 한국의류학회 교육자료 (슬랙스 핏 분류 및 플레어 실루엣 정의 참조)
- 어패럴뉴스, 여성복 브랜드 플레어 슬랙스 출시 동향 (허리선 강조 및 셋업 코디 사례 참조)
- Allure Korea, 가을 슬랙스 스타일링 기사 (플레어 핏과 재킷·가죽점퍼 코디 사례 참조)
자주 묻는 질문
플레어 슬랙스 코디
상의는 타이트하거나 몸에 맞는 핏으로 선택해 밑단의 퍼짐과 대비를 줍니다. 재킷을 입는다면 허리선이 드러나는 짧은 기장이나 오버핏으로 균형을 잡고, 신발은 볼륨이 있는 플랫폼이나 굵은 굽으로 바닥과의 연결을 채우는 편이 좋습니다.
슬랙스 플레어 핏
골반과 허벅지에서 무릎까지는 몸에 밀착되다가 무릎 아래부터 완만하게 퍼지는 실루엣입니다. 밑위가 짧거나 허벅지가 당기면 작은 옷이니 한 치수 올려 허리와 골반부터 편안하게 시작해야 옆선이 깔끔하게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