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조합
체스터필드코트, 슈트를 벗어던지다
체스터필드코트 — 무드보다 먼저 확인할 면적과 질감의 순서
체스터필드코트를 잘 입는 사람들은 대개 많은 것을 더하지 않는다. 대신 길이, 소재, 신발의 무게를 조용히 맞춘다. 멀리서 봤을 때 형태가 먼저 읽히고, 가까이서 봤을 때 디테일이 따라오는 정도가 좋다.
비율 밸런스는 거창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다. 가장 밝은 면, 가장 어두운 선, 가장 질감이 강한 조각이 어디에 있는지만 보면 된다. 셋이 한곳에 몰리지 않으면 익숙한 아이템도 훨씬 정돈돼 보인다.
데님과 니트로 웨이스트를 내리다
체스터필드코트를 가장 현대적으로 입는 방법은 하의를 캐주얼하게 내리고 상의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코트의 뼈대가 포멀하니, 나머지는 일부러 무너뜨려야 한다. 가장 쉬운 조합이 진한 인디고 데님과 터틀넥 니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청바지의 핏이다. 코트의 직선적인 H라인 실루엣에 맞춰, 밑단이 너무 좁은 스키니나 지나치게 넓은 와이드보다는 일자로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데님이 코트의 실루엣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상의로는 터틀넥·목폴라를 선택하면 목부터 가슴까지 불필요한 시각적 잡음을 없앨 수 있다. 셔츠 칼라가 코트의 라펠과 충돌할 걱정도 없고, 셔츠를 넣거나 빼며 허리선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색은 짙은 차콜 그레이나 블랙이면 코트와 한 덩어리가 되어 상체를 더 길고 날씬하게 보여 준다. 여기에 신발은 로고가 없는 순백색 레더 스니커즈로 마감한다. 코트의 무게감을 신발 하나로 가볍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슈트를 벗고, 슬랙스로 갈아타다
출근이나 약속 자리에서 슈트 세트는 부담스럽지만, 체스터필드코트의 포멀함을 완전히 버리고 싶지는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땐 슈트 재킷을 완전히 제거하고, 그 자리에 부드러운 소재의 상의를 넣는 편이 훨씬 낫다. 상의는 셔츠와 니트 사이의 애매한 지점을 공략해야 하는데, 바로 메리노 울이나 캐시미어 혼방의 하이게이지 니트가 그 역할을 한다. 칼라가 있는 미니멀한 반집업이나 버튼업 니트라면, 재킷 없이도 코트 안에서 품위 있는 목선을 만들어 준다.
하의는 울 슬랙스로 코트의 격식을 이어받되, 재킷 없이 비어 보이는 상체의 볼륨을 하의로 약간 보완하는 느낌으로 간다. 상의는 하이게이지 니트라면 얇아 보일 수 있으니, 상체가 너무 가냘퍼 보이지 않도록 상의를 바지 안에 넣어 허리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벨트는 코트를 닫았을 때 보이지 않으니, 신발과 같은 계열의 가죽으로 통일하거나 아예 생략한다. 발끝은 브라운 스웨이드 로퍼나 진 네이비 로퍼로 마무리하면, 블랙 슈즈보다 덜 엄숙하고 현대적인 비즈니스 캐주얼이 완성된다.
검은색 체스터필드가 아니어도 된다
체스터필드코트 하면 떠올리는 색은 대부분 블랙이나 차콜이지만, 이건 코트의 가능성을 반도 못 쓰는 생각이다. 오히려 카멜이나 베이지 컬러의 체스터필드는 검은색보다 더 넓은 스타일링 폭을 가진다. 같은 디자인이어도 색이 바뀌면 옷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카멜 체스터필드는 블랙 데님, 화이트 티셔츠, 그리고 브라운 슈즈와 만나면 전형적인 겨울 클래식이면서도 검은색 코트 특유의 무거운 엄숙함에서 자유롭다.
베이지 계열의 코트를 입을 땐 안에 받치는 옷의 톤을 통일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이보리 니트에 크림색 슬랙스나 라이트 그레이 팬츠를 매치하면, 코트와 안쪽 레이어가 하나의 긴 세로선을 만들어 체형이 극적으로 길어 보인다(비율 밸런스 참조). 여기에 유일한 포인트로 검은색 벨트나 진한 버건디 컬러의 가죽 장갑을 더하면, 밋밋할 수 있는 톤온톤 코디에 시선을 잡아줄 앵커가 생긴다.
소재의 온도 차이로 계절을 속인다
체스터필드코트는 보통 겨울 아우터로 분류되지만, 소재와 레이어링만 신경 쓰면 가을 중반부터 초봄까지도 끌어다 입을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안에 무엇을 받치느냐다. 한겨울에는 코트 안에 얇은 울 가디건이나 경량 패딩 조끼를 레이어드한다. 코트는 몸에 딱 맞게 입는 옷이 아니라 약간의 여유를 두고 입는 옷이므로, 플라이 프런트 라인이 당기지만 않는다면 안에 니트 한 겹 정도는 무리 없이 들어간다.
초봄이나 늦가을에는 오히려 코트의 무게감을 줄이는 쪽으로 간다. 두꺼운 울 니트 대신, 셔츠 위에 얇은 면 니트를 걸치거나, 셔츠 자체를 코트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얀색 옥스포드 셔츠의 칼라를 코트 밖으로 살짝 빼내고, 소매 끝도 1cm 정도 보이게 하면 상체가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이때 하의는 짙은 네이비 치노 팬츠나 다크 그레이 면바지로 가볍게 떨어뜨리고, 신발은 스웨이드 로퍼나 미니멀 스니커즈로 계절감을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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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체스터필드코트는 슈트 없이 입어도 어색하지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슈트 없이 입을 때 이 코트의 진짜 현대적 매력이 드러납니다. 코트 자체의 구조감과 깔끔한 플라이 프런트 덕분에, 안에 니트와 데님만 받쳐도 충분히 완성된 코디가 나옵니다. 어깨가 무너지지 않도록 가벼운 어깨 패드가 있는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요령입니다.
벨벳 칼라가 있어야만 진짜 체스터필드인가요?
아닙니다. 체스터필드의 바탕은 단추를 가리는 플라이 프런트 디자인과 절제된 H라인 실루엣에 있습니다. 벨벳 칼라는 역사적 장식 요소일 뿐이며, 없는 것이 더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무드를 연출하기 쉽습니다. 칼라 디테일보다 옷의 전체적인 비율과 핏이 더 중요합니다.
체스터필드코트에 운동화를 신어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다만 어떤 운동화를 신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립니다. 기술적인 러닝화나 두꺼운 농구화는 코트의 포멀한 라인과 충돌하기 쉬우니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대신 로고가 없는 미니멀한 화이트 레더 스니커즈나 독일군 스니커즈처럼 절제된 디자인을 골라야 격식을 깨면서도 세련된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