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KIJUN(기준) — 로맨틱과 스트리트 사이, 그 낯선 틈
KIJUN(기준) — 낯선 비틀림으로 만드는 로맨틱 시티
평범한 셔츠를 기대하고 집어 들었는데, 소매 한쪽이 완전히 사라져 있고 어깨는 실오라기 몇 가닥으로만 연결되어 있다면 어떨까. KIJUN(기준)은 바로 그 지점을 노린다. 이 브랜드가 파는 것은 '예쁜 옷'이 아니라, 익숙한 도시 여성의 실루엣에 심어진 낯선 균열이다. 시어 소재가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순간, 네크라인이 한쪽으로 비틀린 순간, 그것은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통제된 불균형이 된다. 80~90년대 서울의 향수를 말하지만, 복고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 세대의 날 선 감각으로 벼려 낸다.
브랜드명 KIJUN(기준)은 말 그대로 '표준'을 뜻한다. 다만 그 기준은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비틀기 위해 존재한다. "익숙함에서 가치를 찾아 조화로운 감각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는 슬로건이 말해 주듯, 이들은 일상적인 옷의 문법을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배치한다.
하나의 완성형보다는, 깨진 조각의 서사
2018년, 디자이너 김현우와 공동창업자 신명준이 론칭한 기준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 뿌리를 둔다. 김현우는 론칭 직후 W Korea에서 '슈퍼 루키'로 소개되며 "한 편의 영화 같은 옷"을 만든다는 평을 들었다. 이 수식은 지금도 유효한데, 기준의 옷은 착장하는 순간 하나의 완결된 스타일이 되기보다는 어떤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기능한다.
이 브랜드가 여성복에서 시작해 현재는 남성 라인(KIJUN MEN)까지 확장했지만, 컬렉션의 중심 정서는 여전히 여성의 신체 위에서 가장 날카롭게 작동한다. 자사몰을 중심으로 MUSINSA(무신사), HEIGHTS STORE(하이츠스토어), 나아가 해외 셀렉트샵 SSENSE와 호주 Chinatown Country Club(차이나타운 컨트리 클럽)까지 유통망을 넓혔지만, 대중화보다는 컬트적인 팬덤을 쌓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옷을 해체하는 네 가지 방법
기준의 디자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시어(Sheer)'다. 단순히 얇고 비치는 소재를 넘어, 옷의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도구로 쓴다. 스카프 탑은 한 장의 천을 두르고 묶는 방식으로 몸을 감싸고, 시어 레이어드 미니 드레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원피스 안에 또 다른 원피스를 겹쳐 입은 듯한 착시를 만든다. 이 시어 소재들은 피부를 가리기 위한 안감이나 속옷을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드러냄으로써 옷의 전통적인 역할을 거부하는 셈이다.
두 번째는 프린트의 활용이다. 폴카닷이나 달마시안 스팟 같은 도트 패턴이 주로 등장하는데, 귀여움을 의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어 소재 위에 프린트가 얹히면, 패턴이 마치 피부에 직접 새겨진 타투처럼 보이는 효과가 난다. 체인과 크로셰 그래픽을 박은 펑크 티셔츠는, 페미닌한 시어 아이템과 충돌하며 브랜드 특유의 긴장감을 만든다.
세 번째는 구조의 비틀림이다. 기준의 와이드 데님과 플레어 팬츠는 단순한 빈티지 무드를 넘어, 허리선이나 밑단 처리를 살짝 어긋나게 해 평범한 데님에 낯섦을 주입한다. 케이블 니트 발라클라바는 니트와 모자의 경계를 허물며, 추위를 막는 실용성을 로맨틱한 오브제로 치환한다. 이 모든 디자인은 ADER error(아더에러)가 그래픽과 봉제선을 비트는 방식과 유사한 태도를 공유하지만, ADER error(아더에러)가 스트리트와 성별 경계를 흔드는 쪽이라면 기준은 여성성이라는 틀 안에서 내부 균열을 내는 쪽이다.
마지막으로, 액세서리에서도 이 결은 유지된다. 플레더 미니백은 작고 사랑스러운 형태지만, 유광의 인조 가죽이 반사하는 빛이 특유의 싸늘함을 더한다. GRAGG나 미키 앤 프렌즈 같은 협업 라인에서조차, 귀여운 IP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기준만의 시어나 비틀림 필터를 통과시킨다.
로맨틱과 시크 사이, 어디에 서나
가격은 국내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의 표준선에 자리한다. 티셔츠 7만 원대, 니트·셔츠 10만 원대 후반이라는 지점은 MATIN KIM(마뗑킴)이나 INSILENCE(인사일런스)와 비슷한 체감이다. 다만 이 두 브랜드가 비교적 '안전한 데일리'를 보장하는 반면, 기준은 구매 자체가 하나의 리스크다. 시어 소재는 코디의 난이도를 올리고, 비대칭 실루엣은 체형을 가리기보다 드러내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기준을 잘 다루는 방법은, 이 브랜드의 아이템 하나를 룩의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비우는 것이다. 시어 스카프 탑 하나에 군더더기 없는 와이드 팬츠와 심플한 힐만 매치해도 룩이 완성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준으로 채우기보다, 베이직한 미니멀 무드의 옷장 속에 이질적인 조각 하나를 심는 방식이 더 강력하다. 그 한 점이 평범한 데일리룩에 긴장감을 주입하고, 옷을 입은 사람의 태도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계절감은 소재가 결정한다. 봄·여름에는 시어 탑과 레이어드 드레스를 전면에 내세워 체온과 공기가 만나는 지점을 연출한다. 겨울에는 케이블 니트나 발라클라바 같은 텍스처가 강한 아이템으로, 레이어드의 안쪽이나 바깥쪽에 포인트를 준다. 결국 기준은 옷장을 새로 짜는 브랜드가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옷들 사이에, 낯선 질문 하나를 던지는 브랜드다.
출처
- KIJUN 공식 웹사이트 (kijun.co) — 브랜드 슬로건, 제품 카테고리, 운영사 정보
- MUSINSA(무신사) 브랜드 페이지 (musinsa.com/brand/kijun) — 설립 연도 및 남성 라인 정보
- W Korea 2018년 12월호 — 디자이너 김현우 '슈퍼 루키' 소개 및 브랜드 초기 지향점
- HEIGHTS STORE(하이츠스토어) (heights-store.com) — 국내 정가 예시 및 제품 구성
- 무신사 매거진 —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 맥락
자주 묻는 질문
기준 어떤 브랜드야?
KIJUN(기준)은 2018년 디자이너 김현우와 신명준이 서울에서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입니다. 80~90년대 서울의 향수를 현대적인 시티 무드로 재해석하며, 시어 소재와 비대칭 실루엣으로 로맨틱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성을 표현합니다.
기준 사이즈는 어떻게 돼?
공식적으로 사이즈 체계가 명확히 공개되어 있지 않아, 아이템별로 프리 사이즈나 S-M-L 넘버링이 혼재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구매 시에는 반드시 각 상품의 실측표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준 가격대는 어느 정도야?
국내 정가 기준 티셔츠는 7만 원대, 셔츠와 니트류는 10만 원대 중반, 팬츠는 12만 원대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해외 셀렉트샵 기준으로는 관세와 유통 마진이 붙어 두세 배 이상 높아질 수 있으니 참고하시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