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Juun.J(준지)
Juun.J(준지) — 2007년 파리에서 데뷔한 정욱준 디자이너의 브랜드.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블랙 컬러를 축으로 클래식 테일러링을 해체·재조합하는 스트리트 테일러링이 핵심이다.
서울 도산공원 인근, 한낮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면 모든 옷이 검다. 블랙 코트, 블랙 재킷, 블랙 팬츠. 그런데 같은 검은색인데도 전부 다르게 보인다. 어떤 건 어깨가 과장되게 떨어져 있고, 어떤 건 소매가 두 팔을 합친 듯 부풀려져 있다. 클래식한 남성복의 격식과 스트리트의 반항이 검은 천 위에서 뒤엉키는 장면 — 이것이 Juun.J(준지)가 2007년 파리에서 처음 보여준 세계다.
준지는 흔히 "한국 최초의 글로벌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2013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테일러링을 아는 디자이너가 그걸 부수는 법을 보여준 과정이었다.
파리에서 통한 낯섦, 스트리트 테일러링
1999년, 정욱준 디자이너는 서울 신사동의 5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남성복 브랜드 'Lone Costume(론커스텀)'으로 시작했다. 서울컬렉션에서 활동을 이어가다 2007년, 자신의 이니셜을 딴 'Juun.J(준지)'로 파리 남성 컬렉션에 정식 데뷔한다. 이때 그가 내건 것은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였다. 어깨가 흘러내리고 몸통이 몇 배는 커 보이는 이 코트는 유럽 패션계에 생경한 충격이었다. 클래식 테일러링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이 그 구조를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비틀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2012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으로 편입된 이후에도 디자인 방향성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기업의 안정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매년 두 차례 파리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공개하며, 자신의 시그니처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왔다. 그의 쇼는 이제 파리 패션위크의 정규 스케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블랙, 볼륨, 그리고 해체
준지의 디자인 언어는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블랙, 오버사이즈, 그리고 밀리터리 디테일이다.
먼저 블랙. 정욱준 디자이너는 검은색을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한다. 화려한 컬러나 프린트 대신, 같은 블랙이라도 소재의 질감과 광택, 밀도 차이로 대비를 만든다. 광택이 도는 바이커 재킷과 매트한 울 코트를 같은 검은색으로 겹쳐 입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입체감이 준지의 핵심이다. 여기에 밀리터리 셔틀콕, 패치 포켓, 벨트 같은 하드한 디테일을 심어, 단정한 컨템포러리와는 다른 공격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 브랜드의 옷에는 패턴이 해체된 흔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소매가 몸통보다 넓고, 진동은 아래로 깊게 파여 있으며, 팔을 올리면 어깨 라인이 극적으로 솟아오른다. 이는 단순히 크게 만든 옷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통 테일러링의 패턴을 정확히 알고 그 선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린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2026 FW 시즌에 선보인 Alpinestars(알파인스타즈)와의 협업 바이커 룩처럼, 라이더 재킷이라는 스트리트 아이콘에 테일러링의 구조를 이식하는 식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준지는 스트리트의 반항성과 미니멀의 절제를 동시에 품는다. 차라리 그래픽이나 로고로 브랜드를 드러내는 ADER error(아더에러)와 달리, 준지는 철저히 실루엣과 구조로 정체성을 증명한다. 도시적인 베이직에 한 끗을 더하는 MATIN KIM(마뗑킴)이나, 조용한 절제로 무드를 짜는 INSILENCE(인사일런스)와 비교하면, 준지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훨씬 더 건축적이고 공격적이다. 같은 블랙이라도 더 무겁고, 같은 코트라도 더 과장되어 있다.
여성복이 아닌, 준지의 옷
2019년 봄, 준지는 여성 라인을 정식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점은 그 시작이 "여성복을 만들자"가 아니었다는 데 있다. 남성 라인을 즐겨 입던 여성 고객들의 모습에서 출발해, 여성의 신체 비율에 맞춰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물은 전형적인 여성복과 거리가 멀다. 미니 드레스조차도 과장된 숄더와 군더더기 없는 직선으로 떨어지는 실루엣을 유지하며, 블랙이 주조를 이룬다.
이 확장은 결국 젠더의 경계를 지우는 방향으로 흐른다. 남성과 여성의 옷을 나누기보다, 준지라는 하나의 강력한 실루엣이 성별을 가로지르며 존재하는 것이다.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나 발마칸 코트 같은 아이템은 셋업의 전형적인 격식을 스트리트로 끌어내리며, 그 자체로 젠더리스한 스타일링의 근거가 된다.
이 옷을 입는다는 것
준지는 가격표부터가 SPA나 일반 컨템포러리 브랜드와는 다른 무게다. 블레이저 70만 원대 후반, 코트 120만 원대라는 진입 장벽은 이 브랜드가 겨냥하는 지점이 "옷장을 채우는 일상 소비"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준지로 휘감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과잉이다. 이 옷의 진짜 힘은 옷장 안의 평범한 베이직 위에 한 벌을 얹었을 때, 그 한 벌이 전체의 무드를 지배하는 데서 나온다.
준지의 오버사이즈 블레이저 하나에 SPA의 얇은 니트와 빈티지 데님을 매치하는 식의 믹스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활용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준지의 과장된 볼륨을 받쳐줄 하의의 실루엣이다. 지나치게 슬림한 팬츠는 상의의 볼륨을 불안정하게 뜨게 만들고, 반대로 지나치게 와이드한 팬츠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무너뜨린다. 적당한 세미 와이드나 스트레이트 핏으로 깔끔하게 축을 잡아주는 편이 낫다. "한 벌의 구조"가 전체 룩을 이끌어가게 하고, 나머지는 조용히 받쳐주는 역할에 충실할 때 준지는 가장 빛난다.
출처
- 삼성물산 패션부문 공식 뉴스룸 — 준지 2026 FW 파리 컬렉션 공개 및 브랜드 소개 (https://news.samsungcnt.com)
- Harper's BAZAAR Korea — 준지 시그니처 및 협업 이력 관련 기사 (https://www.harpersbazaar.co.kr)
- SSF Shop — 준지 공식 온라인몰, 가격 및 라인업 확인 (https://www.ssfshop.com)
- 패션비즈 — 준지 파리 데뷔 22번째 컬렉션 및 글로벌 유통 현황 (https://fashionbiz.co.kr)
자주 묻는 질문
준지 어떤 브랜드야?
디자이너 정욱준이 2007년 파리에서 론칭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입니다.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블랙 컬러를 기반으로 클래식 테일러링을 스트리트 감성으로 해체하는 스타일을 구축해왔으며, 2013년에는 국내 디자이너로는 두 번째로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되었습니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 산하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 부사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준지 사이즈 팁이 있을까?
준지는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시그니처로 삼기 때문에, 동일한 표기 사이즈라도 일반 정장 브랜드보다 품과 기장이 넉넉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다만 시즌과 아이템에 따라 핏의 의도가 크게 달라지므로, 구매 전 반드시 해당 제품의 상세 실측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준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야?
SSF샵 공식 정가 기준으로 남성 블레이저가 79만 원에서 83만 원 선, 코트류는 129만 원대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성 라인의 경우 미니 드레스가 60만 원대 중반입니다. 니트나 트렌치코트는 시즌별 편차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는 최상위 가격대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