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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다크 아카데미아, 이제는 좀 지겹다가도 또 빠져드네요

에디터의옷장·1시간 전·조회 50

요즘 길거리나 SNS에서 다크 아카데미아 스타일 보면 묘하게 양가감정이 들어요. 한쪽에서는 '아직도 이게 유행이야?' 싶다가도, 다른 쪽에서는 '아니 근데 진짜 이쁘긴 하다' 이런 마음이 번갈아가면서 올라오더라고요 ㅋㅋㅋ

솔직히 저는 다크 아카데미아가 본격적으로 뜨기 훨씬 전, 그러니까 대략 2010년대 중반쯤부터 그 무드를 좋아했던 사람이라 이 흐름이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체계적인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았고, 그냥 '고전적인 옥스퍼드 룩'이나 '빈티지 리브로 스타일' 정도로 통했던 느낌이었거든요. 도서관에서 낡은 책 냄새 맡으면서 트위드 자켓 입고 필사하는 그런 분위기요.

제가 보기엔 다크 아카데미아가 하나의 완성된 룩으로 자리잡은 건 2020년 팬데믹 시기였어요. 집에 갇혀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우아하고 지적인 세계로 도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커졌고, 틱톡이랑 핀터레스트 같은 시각 플랫폼에서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된 거죠. 칸예가 입은 갭 발렌시아가 컬렉션의 어두운 아카데믹 무드나, 영화 '한 교실에서' 같은 작품들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고요.

근데 재미있는 건, 이 스타일이 한국에서 소화되는 방식이 꽤 독특하다는 점이에요. 원래 다크 아카데미아는 '입는 사람의 지적 수준' 같은 걸 암시하는 암묵적인 엘리트주의가 깔려 있잖아요. 아이비리그 캠퍼스, 그리스 라틴어, 클래식 음악… 이런 문화적 자본을 소유했다는 걸 드러내는 옷차림이랄까.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런 계급적 뉘앙스보다는 순수하게 '멋'으로만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강해요. 그러니까 진지하게 데드 포이츠 소사이어티 빙의하는 사람 찾기 힘들고, 그냥 SPA 브랜드에서 나온 체크 패턴 블레이저에 흰 셔츠 받쳐 입고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가는 게 우리나라식 다크 아카데미아인 거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오히려 더 대중적이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봅니다.

스타일링 측면에서 요즘 제가 눈여겨보는 포인트는 이거예요.

  • 컬러 팔레트가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예전엔 차콜, 버건디, 딥 그린, 네이비 같은 완전 딥톤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카멜 브라운이나 머스타드 같은 따뜻한 중간톤을 섞어서 경직된 인상을 풀어주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아예 크림색 니트를 안에 받쳐서 목 부분만 환하게 터주는 식으로요.

  • 하의 실루엣이 와이드하게 변하고 있다. 초창기 다크 아카데미아 하면 스키니하거나 일자로 떨어지는 울 슬랙스가 국룰이었는데, 요즘은 세미 와이드나 아예 풀 와이드로 가면서 고프코어나 워크웨어 감성과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어요. 발목에 쌓이는 정도의 기장감에 로퍼 신으면 꽤 멋스럽습니다.

  • 니트 베스트의 부활. 아가일 패턴이 들어간 니트 베스트는 솔직히 작년부터 너무 흔해져서 좀 식상해진 감이 있는데, 대신 무지 립 조직 니트 베스트를 셔츠 위에 걸쳐서 텍스처 대비만 주는 방식이 슬쩍 올라오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덜 코스프레 같고 더 세련돼 보이더라고요.

  • 아웃웨어는 체스터필드 코트보다 덕 헌팅 재킷이나 퀼팅 라이너. 이게 실용성 면에서 훨씬 낫고,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걸치기 좋은 선택이에요. 특히 퀼팅 라이너는 유니클로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안에 니트 입고 넥타이까지 매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살아요. 물론 넥타이는 실크보다는 울 소재가 어울리고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스타일의 함정은 날씨예요. 제가 알기로 한국 봄가을은 다크 아카데미아 하라고 만든 계절이 아닙니다 ㅋㅋㅋ 트위드 자켓 입고 나갔다가 땀으로 샤워하고 돌아오기 십상이고, 반대로 겨울에는 코트 안에 이것저것 껴입느라 눈사람 되는 함정이… 그래도 이런 거 감수할 만큼 근사한 무드를 주는 스타일인 건 분명해요.

최근에 기억에 남는 룩은, 한 인스타그래머가 올린 사진인데 옷 자체는 전부 중고거래로 모은 거래요. 90년대산 해리스 트위드 블레이저에, 바지는 셀비지 데님을 접어 올려서 입고, 신발은 마독스 더비슈즈 신었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컬러는 브라운 계열로 통일했고, 가방만 캔버스 토트백으로 툭 던져서 끝냈는데… 그렇게 명품 하나 없이도 저렇게 분위기 잡을 수 있구나 싶었어요. 사실 다크 아카데미아가 가성비로 승부 보기 좋은 스타일이기도 하거든요. 소재만 좋으면 브랜드는 크게 안 따지는 편이라서, 동묘나 광장시장 빈티지 샵 뒤지면 꽤 건질 게 많아요. 요즘은 거기조차 가격이 좀 올랐다고 하지만요.

결론은, 전 아직도 이 스타일 좋아합니다. 질릴 만큼 많이 봤지만 어쨌든 철학과 낭만을 옷에 녹여낸 거의 유일한 현대 패션 무드라서 그런지 계속 마음이 가요. 여러분은 요즘 어떻게들 입고 다니세요? 혹시 작년에 샀던 체크 블레이저 옷장에서 썩히고 있는 분들, 올가을에 한번 꺼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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