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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이제 진짜 반항할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거 아닐까요
펑크 하면 아직도 체크 패턴에 지퍼 잔뜩 달린 라이더 재킷, 찢어진 스키니 진만 떠올리는 분들 많으시죠. 저는 요즘 펑크가 좀 더 무서운(?) 방식으로 옷장에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를테면 빈티지한 아크(Arc) 테일러링 재킷에 보면 목 뒤쪽에만 시침 핀을 꽂은 것처럼 스터드가 한 줄 박혀 있다거나, 완전 클래식한 울 트라우저 밑단을 그냥 가위로 싹둑 자른 것처럼 생컷 처리를 해놓고 안쪽에 실크를 덧대서 마감한 디테일 같은 거 있잖아요. 70년대 펑크가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저항'을 소리쳤다면, 요즘은 그 에너지를 아주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아하게 비틀기'로 가져가는 느낌이에요. 물론 찢어지고 페인트 튄 데님에 밴드 티셔츠 같은 직구적인 요소도 여전하지만, 신기한 건 거기에 진주 목걸이를 걸거나 로퍼를 신어서 일부러 균열을 만드는 식의 레이어드가 진짜 펑크의 핵심처럼 보이더라고요. 솔직히 과거처럼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이 빈곤한 게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게 너무 반짝거리니까, 만드는 사람이 '이건 그냥 완벽한 척 안 할래'라고 결함을 심는다는 게... 그 태도 자체가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반항이 아닌가 싶어서 저는 꽤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