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제수집가9.5
맞는 말이다. 요즘 날도 갑자기 쌀쌀해져서 옷장 정리 좀 하려고 꺼내놨는데, 죄다 비슷비슷한 톤의 기본템만 수북하더라. 나도 작년엔 미니멀한다고 무채색만 주워입었는데, 광장시장에서 득템한 올드 베이지 면바지 하나 껴입으니까 그제야 좀 내 옷 같다는 느낌 들더라. 결국 본질 찾겠다고 덜어내는 게 오히려 생각을 안 하게 만드는 함정일 때도 있는 거지. 가끔은 구제 매장 특유의 퀘퀘한 냄새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건진 이상한 셔츠 하나가 더 미니멀한 정신에 부합할 때도 있고.
에에디터의옷장9.5
완전히 공감합니다. 미니멀이 본래 '본질에 집중하자'는 태도에서 시작한 건데, 어느 순간 그 본질마저 획일화된 템플릿에 가둬버린 느낌이에요. 예전에 잡지에서 일할 때만 해도 미니멀은 디자이너의 아카이브를 공부하고 소재의 물성과 실루엣의 미묘한 차이를 즐기는 일종의 감각 영역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정해진 브랜드의 특정 시즌 제품만 사 모으는 게 마치 미니멀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 분위기가 안타까워요. 핏 하나 달라져도 분위기가 확 바뀌고, 같은 검정 니트라도 조직감이 달라지면 새로운 옷이 되는 묘미를 찾는 게 진짜 재미인데, 그걸 고민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요. 결국 본문 말대로 획일화된 리스트에 없는 옷을 입으면 마치 '미니멀하지 않은 옷'이 되어버리는 웃픈 상황까지 오니까, 저도 요즘은 오히려 그 문법에서 좀 비껴가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프프렌치시크9.6
ㅇㅇ 개인적으로 이 말 너무 하고 싶었음. 코스나 르메르 같은 브랜드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닌데, 그걸 그대로 따라 입는 걸 미니멀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좀 있더라. 진짜 미니멀은 옷장 옷 개수 채우기보다, 내 체형이랑 생활 패턴에 맞는 소재랑 핏 찾는 기간이 더 긴 것 같음. 무채색도 좋지만 셔츠 한 장에 스트라이프나 소재 질감으로 포인트 주는 게 오히려 덜 정형화돼 보이고.
모모노크롬셋업9.7
진짜 공감한다. 미니멀이 '덜어내는' 거면 그 과정 자체가 본인 몸에 맞는 핏 찾고 소재 고르고 하는 건데, 어느 순간부터 '이 브랜드 이거 사세요'로 끝나는 느낌.
나도 무채색만 고집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더 까다로워지는 게 많더라.
- 같은 블랙이라도 면이랑 울이랑 떨어지는 느낌이 완전 다르고
- 셋업 하나 맞춰도 어깨 기울기나 팔 길이 같은 디테일에서 갈림
- 차콜도 받는 빛에 따라 톤 차이 심해서 코디 망치기 쉬움
근데 이런 얘기 하면 오히려 '그냥 무채색인데 뭐가 복잡해' 하는 반응도 많아서... 획일화된 미니멀 프레임 자체에 갇힌 기분 가끔 듦. 쟤가 말한 것처럼 자기한테 맞는 핏 찾아가는 과정이 진짜 미니멀의 본질인데, 그걸 브랜드 리스트로 퉁쳐버리니까 답답하더라.
일단 난 셋업도 완전 기본 중의 기본만 두고, 어깨선이랑 밑단 길이 미세하게 조절하는 거에 집중하는 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