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요즘 그런지, 단순한 빈티지가 아니라 ‘일부러 구겨 입는’ 태도가 관건이더라고요
에디터의옷장·1시간 전·조회 14
오, 이 주제는 진짜 옷장 앞에서 한참 서 있게 만드는 키워드죠. 솔직히 그런지(Grunge) 하면 제일 먼저 커트 코베인의 헐렁한 니트와 찢어진 청바지가 떠오르긴 하는데, 요즘 길거리나 SNS에서 보이는 무드는 90년대의 날것보다 훨씬 세련되게 재해석된 느낌이에요. 마치 오래 입어서 몸에 맞춰진 듯한 낡은 플란넬 셔츠에, 광택이 살짝 죽은 워싱 가죽 자켓을 걸치고 밑단을 일부러 바지에 넣지 않는 식의 스타일링이 대표적이죠. 중요한 건 단순히 중고 제품을 걸치는 게 아니라, 고급스러운 소재에 인위적인 페이드나 크리즈를 줘서 ‘세월의 결’을 연출하는 디테일에 있다고 봐요. 예전 에디터 시절에 인터뷰했던 한 디자이너가 “그런지는 반항이 아니라 결국 편안함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딱 요즘 트렌드가 그 말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꽤 흥미롭습니다. 저 역시 지난주에 너무 깔끔해서 못 입던 블랙 데님 자켓을 사포로 살짝 문질러보려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실패하면 어쩌나 싶어서 아직 옷걸이에 걸어둔 상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