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Y2K, 어쩔 수 없이 눈은 가는데 손은 안 가네
솔직히 요즘 Y2K 얘기 진짜 많이 나오더라. 편집샵 가도 그렇고 인스타만 열어도 로우라이즈에 크롭탑, 통넓은 카고에 블록코어까지... 뭔가 색감 자체가 확실히 옛날 느낌인데 오묘하게 요즘 스타일링이랑 섞여서 나오니까 신기하긴 해.
근데 내 기준에서는 좀 난해한 게 많다. 특히 컬러.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난 블랙, 그레이, 차콜 말고는 옷장에 없는 사람이라서, Y2K 특유의 그... 형광이라던가 크롬 실버에 핑크나 민트 섞어놓은 그런 팔레트 보면 일단 눈이 피로해져. 유행이라는 게 원래 그렇긴 한데, 채도 높은 색에 메탈릭 텍스처 과하게 들어간 조합은 좀 거부감 들 때가 있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 번에 쏟아지는 느낌.
그래도 나름대로 건질 만한 요소는 있다고 본다. 내 경우에는 실루엣의 비율이나 소재감, 그리고 액세서리에서 몇 가지 참고할 만한 포인트가 눈에 띄더라.
- 로우라이즈 팬츠에 대한 생각. 나는 원래 하이웨이스트 아니면 입지도 않는 편인데, Y2K에서 보여주는 로우라이즈 배기진이나 와이드한 페이유 팬츠는 또 다른 맛이 있어. 상의를 몸에 붙게 입고 바지를 밑으로 툭 떨어뜨리면서 허리선을 길게 잡아주면 의외로 비율 망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질 때가 있다. 물론 이건 체형 따라 타는 것도 있고, 내 기준에서는 상의랑 아우터를 전부 블랙으로 통일하고 바지만 그레이로 살짝 풀어주면서 라인을 무너뜨리는 식으로 접근 중.
- 레이어드 액세서리. 이건 진짜 예전에 쓰던 걸 다시 꺼내게 만들더라. 굵은 실버 체인 벨트를 바지에 걸치거나, 얇은 커브 체인 목걸이를 두세 개 겹쳐서 착용하는 건 나름 괜찮다. 근데 여기도 내 취향은 절제. 뭔가 덕지덕지 매달린 거 보면 어질어질해서, 차라리 모던한 실버 피스를 필요한 만큼만 딱. 블랙 코디에 은은하게 빛나는 정도로 포인트 주는 게 내 한계선.
- 아이템 자체에서 오는 질감 대비. 요즘은 내추럴하면서도 광택이 도는 나일론 소재나, 살짝 더스티한 메탈릭 컬러를 쓰는 걸 봤는데 이건 나쁘지 않더라. 예를 들어 차콜에 가까운 펄 재킷이나 어두운 실버 톤의 백팩 같은 거. 너무 번들거리지 않으면서도 흑백 바탕에 텍스처 하나 더해주니까 답답함이 덜해서, 이건 받아들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 Y2K를 나한테 맞추려면, 그런 시끄러운 컬러랑 과한 장식 다 빼버리고 구조만 추리는 식이 되는 거지. 어떤 유행이든 이런 식으로 거르고 거르면 내 옷장에 들어올 수 있는 아이템은 얼마 안 남는다는 게 좀 씁쓸할 때도 있는데, 어차피 안 입는 옷 들이는 것만큼 스트레스도 없으니까. 그냥 나 같은 사람도 저기서 단 하나 정도 건질 수 있다는 점에서, Y2K도 그렇게 무의미하진 않았다 정도.
아 근데 신발은 진짜 모르겠다. 두꺼운 청키 스니커즈나 투박한 버팔로 스타일은 나한테 너무 무거워보여서, 그냥 내 볼캡 토 억스포드는 못 벗어날 듯. 이건 취향 차이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