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그런지가 또 오긴 왔는데, 이게 예전 그 더러운 감성은 절대 아니더라고요
에디터의옷장·2시간 전·조회 19
맞아요, 이 얘기 좀 깊게 파고 싶었는데 요즘 SNS에 떠도는 그런지 룩들 보면 예전 커트 코베인 생각하면서 무턱대고 찢어진 데님에 체크 셔츠 걸치면 오히려 촌스러워지는 함정이 있잖아요. 지금 다시 유행하는 건 90년대의 날것 그대로가 아니라, 확실히 하이엔드에서 한 번 걸러지고 스트리트에서 한 번 더 세탁된 느낌이에요. 예를 들면 미우미우나 로에베 컬렉션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일부러 밑단을 풀어헤치고 안감이 비치는 시어한 소재를 겹쳐 입거나 올이 풀린 니트 안에 테크니컬한 팬츠를 받쳐 입는 식이죠. 제가 보기에 핵심은 '해체'인데, 이걸 그냥 빈티지 샵에서 주워온 올드 플란넬 셔츠로만 풀면 진짜 거지 패션이 돼버리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게 실루엣의 긴장감이에요. 이를테면 보풀이 일어난 크롭 니트를 입었으면 하의는 과장된 와이드 핏에 드레이프성이 좋은 울 소재로 깔끔하게 떨어뜨려서, 슬프지만 룩을 완성하는 마지막은 묘하게 컨템포러리한 엑세서리 하나 딱 올려주는 거. 그렇게 연출된 그런지는 더 이상 분노나 저항의 언어가 아니라, 완벽하게 계산된 귀여운 불완전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면서도 참 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