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요즘 펑크, '입는' 건 쉬워도 '소화'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렵죠?
편집장님 몰래 빈티지 셔츠에 체인 달고 출근했다가 “오늘 컨셉이 뭐냐”는 핀잔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요즘 매장 앞을 지나다 보면 마네킹조차 말끔하게 재해석된 펑크 룩을 입고 서 있더라고요. 체크 무늬에 지퍼, 레이어드된 액세서리까지, 분명 70년대 런던 킹스로드에서 반항기로 시작된 스타일이 이제는 럭셔리 하우스의 런웨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무드가 됐잖아요. 그런데 제가 좀 까다롭게 보는 건, 그 ‘정제된 펑크’가 줄 수 있는 안정감이에요. 본래 밑단 풀리고 낡은 가죽 자켓에서 느껴지던 위태로움, 그 불편한 생경함이 사라지니까 왠지 그냥 시크한 블랙 코디로 편입된 느낌이랄까요. 물론 멋은 멋인데, 서브컬처의 반짝이는 파편만 따서 기성복에 붙여 놓은 모습을 볼 때면 에디터로서 이걸 ‘펑크 스타일의 진화’라고 소개해야 할지, 아니면 ‘순한 맛 각색’이라고 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혹시 회원님들은 ㅇ대ㄱ 펑크 하면 아직도 낡은 닥터마틴에 찢어진 스키니가 먼저 떠오르시는지, 아니면 완벽하게 테일러링된 체인 장식 셋업이 더 익숙하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