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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깃 안으로 V넥 니트 입는 맛에 다시 꺼내는 프레피, 근데 이거 진짜 올드스쿨이라 좀 애매하네요 ㅋ

에디터의옷장·1시간 전·조회 17

요즘 프레피 스타일 계속 눈에 밟히더라고요. 뉴스레터나 해외 스트리트 스냅에서 셔츠 레이어드에 두꺼운 케이블 니트, 거기다 치노 팬츠에 로퍼 신은 룩이 은근 자주 보여서 다시 궁금해졌어요.

근데 이게 진짜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스타일이라, 우리 나라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특히 더 애매한 위치인 것 같아서 말 꺼내봅니다.

프레피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아이비리그 감성이잖아요. 1950~60년대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입던 스타일이 대중 패션으로 내려온 건데, 엄밀히 말하면 영국 귀족 스포츠복이나 군복에서 파생된 디테일이 많죠. 예를 들면 옥스포드 셔츠에 버튼다운 칼라, 크리켓 스웨터, 퀼팅 조끼 같은 것들. 이게 80년대에 랄프 로렌이 대중화시키면서 '부자 동네 아이들' 이미지로 굳어졌고, 한때는 너무 과하게 예쁘장한 꾸밈으로 받아들여져서 좀 유치하거나 답답한 인상으로 읽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다시 올라운드로 클래식 피스들이 유행하면서 프레피도 자연스럽게 리바이벌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특히 일본 쪽에서 '아메카지'랑 섞이면서 빈티지 데님 자켓에 프레피 머플러 두르거나, 오버사이즈 옥스포드 셔츠에 밀리터리 팬츠 매치하는 식으로 엣지를 섞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게 좀 신선하더라.

  • 프레피가 요즘 어떤 식으로 바뀌었나 보면, 일단 실루엣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슬림핏 셔츠에 스키니 치노 입고 발목 양말에 페니 로퍼 신는 게 정석이었다면, 지금은 셔츠도 좀 넉넉한 핏에 팔통도 여유 있고, 바지는 스트레이트나 살짝 와이드하게 떨어지는 핏으로 바뀌었어요.
  • 색감도 차분한 네이비, 브라운, 버건디, 카멜 같은 가을 톤에서 크게 안 벗어나니까 우리나라 남자분들 부담 없이 입기 좋은 것 같고요.
  • 액세서리나 포인트 아이템이 진짜 중요해졌어요. 예를 들어 격자무늬 넥타이 대신에 패턴 양말로 포인트 주거나, 레터맨 자켓 대신 울 볼캡 같은 걸로 가볍게 터치하는 정도. 완전 올드스쿨 풀세팅보다는 '프레피 감성' 한두 개만 슬쩍 얹는 느낌으로 가는 게 지금 흐름이더라고요.

근데 이게 한국에서 먹히려면 진짜 조심해야 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너무 교과서처럼 따라 하면 진짜 올드해 보여요. 케이블 니트에 치노에 로퍼까지 풀세트로 맞추면, 잘해봐야 재벌집 막내아들 스타일이라는 소리 듣거나 최악은 교회 오빠 소리 나요 ㅋㅋㅋ 저도 예전에 편집부 시절에 너무 룩북 재현하려다가 사무실 복도에서 "야, 너 오늘 영어마을 선생님 같다" 소리 듣고 현타 온 적 있어서 압니다.

둘째, 체형이 받쳐줘야 예쁘게 떨어지는 아이템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대표적으로 퀼팅 조끼는 어깨가 좁으면 그냥 동네 경비아저씨 조끼랑 구분 안 되고, 크리켓 스웨터는 목이 짧으면 v넥 라인이 묻혀서 얼굴이 더 커 보여요. 저는 그래서 셔츠 깃을 v넥 니트 안으로 접어 넣는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게 얼굴형이 길고 목이 가는 분들은 오히려 갸름하게 살려주더라고요. 근육 있는 체형이시면 그냥 가디건으로 레이어드하는 게 낫고.

셋째, 한국 남자 패션 시장 자체가 아직은 미니멀, 노멀코어 쪽에 더 무게중심이 실려 있어서 프레피 풀룩은 주변에서 이해 못 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냥 길거리에서 보면 '오 저 사람 패션 좋아하나 보다' 정도는 먹어도, 데이트룩으로는 약간 과하게 생각하는 여자분들도 꽤 있어요.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고.

그래서 제 결론은, 지금 프레피 스타일은 그냥 통으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옷장에 있는 미니멀 베이직 아이템들 사이에 프레피 아이템 하나씩 섞어서 무드만 빌려오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싶어요. 예를 들면 평소 입는 검은 세미와이드 슬랙스에 흰 티셔츠 위에 두꺼운 네이비 라운드 니트 걸치고, 발목 양말 대신에 버건디 컬러 리브 양말에 로퍼 신는 정도만 해도 충분히 프레피 감성 나고 과하지 않아요.

가격대도 사실 굳이 안 비싸도 돼요. 요즘 유니클로나 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데서도 옥스포드 셔츠나 케이블 니트 기본 퀄리티 괜찮게 나오고, 빈티지 쇼핑몰에서 3~4만원대 80년대 버튼다운 셔츠들도 꽤 많아서 그걸로 감성 살리기 좋더라고요. 로퍼도 저렴한 국내 브랜드 중에 카멜 컬러 나오는 게 여러 개 있으니까 찾아보시길.

글이 길었네요. 다들 요즘 프레피 스타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진짜 예전처럼 완전 올드스쿨 접근하는 분들도 있는지, 아니면 저처럼 조금만 섞어서 입는 게 낫다고 보시는지 댓글로 얘기해 주세요. 가끔 이 감성 너무 예쁘게 소화하시는 분들 스트리트 스냅 보면 은근 다시 꽂히긴 하더라고요 ㅋㅋ 특히 가을되면 체크 니트랑 스웨이드 로퍼 환상 조합 못 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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