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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트, 이제 좀 지치는 게 아니라 취향의 문제로 넘어갈 타이밍인 것 같아요

에디터의옷장·3일 전·조회 5

사실 좀 조심스러운 주제인데... 요즘 코케트 스타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예쁘다'를 넘어서 '이걸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진지하게 입고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물론 저도 코케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꽤 신선했어요. 2022년쯤부터 샌디 리앙이랑 시몬 로샤가 밀면서 메이저로 올라왔고, 틱톡에서 #coquette 검색하면 하트가 쏟아지는 그 시절이요. 그때만 해도 이게 단순한 '소녀 감성'의 재탕이 아니라, 2010년대 중반의 노멀코어나 미니멀리즘에 지친 사람들이 일부러 과잉된 장식을 선택하는 일종의 반동 무브먼트처럼 보였거든요. 속옷처럼 보이는 레이스 블라우스, 발레 플랫, 진주 목걸이, 리본 핀까지. 모든 게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여성적이었고, 그걸 진지하게 입는 태도 자체가 하나의 패션 스테이트먼트였죠.

근데.

이제는 그 '진지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느낌이에요. 제가 지난주에 홍대 쪽 카페 갔는데, 테이블 세 개 건너마다 리본 머리끈에 진주 목걸이, 시폰 블라우스 입은 분들이 계셨어요. 다 예뻤어요, 진짜로. 그런데 그 순간에 '아, 이제 이건 더 이상 취향이 아니라 유니폼이구나' 싶더라고요. 유니폼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모든 트렌드는 유니폼화되는 과정을 거치니까요. 문제는 코케트 본연의 매력이 '자기만의 소녀다움을 재해석하는 일'에서 나오는 건데, 그게 유니폼화되면서 오히려 그 반대가 돼버렸다는 거죠. 다들 같은 리본, 같은 컬러 팔레트, 같은 아이템 리스트.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스타일은 체형이나 나이에 대한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도 이제 좀 말해도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물론 나이 상관없이 입을 수 있고, 체형 상관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말 많이들 하지만... 현실적으로 '코케트 룩'이라고 핀터레스트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들을 보면, 특정한 체형과 연령대를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거든요. 그게 이 스타일의 가장 큰 함정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소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가 떠올리는 소녀는 매우 좁은 범위로 정해져 있다는 점.

그래도 저는 코케트가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이제는 '전면적인 룩'으로 입기보다는 아이템 단위로 녹아들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예를 들어:

  • 발레 플랫은 이미 코케트가 아니더라도 편안한 플랫슈즈의 한 갈래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요. 오히려 지금은 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전환되는 중이고.
  • 리본 모티브는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지만, 머리끈보다는 셔츠 칼라 아래 살짝 묶는 방식이나, 벨트 대신 실크 리본을 쓰는 식으로 좀 더 은근하게 변주되고 있어요.
  • 레이스나 시폰 같은 소재는... 이건 좀 애매해요. 아직은 '코케트'라는 꼬리표가 너무 강하게 따라붙어서, 당분간은 이걸 입으면 무조건 '코케트 하는 사람'으로 읽힐 것 같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 스타일의 진짜 끝판왕은 '비싸게 입는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어요. 시몬 로샤 블라우스 한 벌이면 중저가 브랜드의 코케트 풀착장을 압도하는 이유가, 결국 원단의 무게감과 레이스의 입체감에서 나오거든요. 근데 그게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가 아니라는 건 다들 아실 테고. 그래서인지 요즘은 저렴한 브랜드에서 만든 코케트 아이템일수록 오히려 촌스러워 보이기 쉽다는 역설이 생기더라고요. 저렴한 레이스는 빨면 바로 구겨지고, 저렴한 진주는 반짝임이 아니라 플라스틱 광택이 나고.

결론적으로 저는 이제 코케트를 '트렌드'로 쫓기보다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요소가 뭔지'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는 게 좋은 타이밍이라고 봐요. 리본이 좋은 건지, 레이스가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소녀 감성'이라는 분위기가 좋은 건지. 전자는 앞으로도 계속 입을 수 있지만, 마지막 건 아마 내년 이맘때쯤이면 다른 분위기에 끌리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코케트가 남성 패션 쪽으로는 거의 스며들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워요. 물론 젠더리스 브랜드에서 일부 시도는 있었지만, 대중적으로는 거의 전무했죠. 사실 진주 목걸이 하나만 남성 셔츠 위에 걸쳐도 재밌을 텐데, 그런 시도가 좀 더 보였다면 코케트가 지금처럼 '여성만의 유니폼'으로 고착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뭐, 이건 그냥 뇌피셜입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도 코케트 풀착장으로 외출하시는 분들 계신지, 아니면 이미 아이템 단위로 분해해서 입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전 솔직히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둔 시폰 블라우스 한 벌이 아직 애매하게 걸려 있어서... 이걸 내년 봄에 다시 꺼내게 될지, 아니면 이대로 중고로 보내게 될지 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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