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요즘 스트리트 스타일 신발이 진짜 다 말아먹거나 살리더라
요즘 길거리 지나다니면서 진짜 스트리트 감성 제대로 낸 사람들 몇 번 봤는데, 공통점이 다 신발에서 갈리더라 ㅋㅋㅋㅋ 옷은 대충 비슷비슷한데 신발 하나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거 보면 진짜 신발이 스트리트 룩 8할은 먹고 가는구나 싶음.
내가 며칠 전에 홍대 쪽 지나가는데 어떤 분이 와이드 카고팬츠에 빈티지한 후드집업 걸치고 나왔는데 밑단 스트링 살짝 조여서 복숭아뼈 보일락말락하게 입었더라. 거기다가 아디다스 삼바 OG 흰검 조합 신었는데 진짜... 이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딱 발등부터 발목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그 와이드 팬츠 스트링 조인 부분이랑 찰떡이었음. 삼바 특유의 납작하고 기름진 텅이 발목 감싸는 느낌이랑 팬츠 밑단의 조임이 진짜 예술이더라. 옆에서 슬쩍 보니까 라스트도 생각보다 슬림하게 빠져서 발볼 넓은 사람은 좀 애먹겠구나 싶었지만 그분 발에는 딱 맞았는지 옆라인 진짜 깔끔하게 떨어짐.
근데 같은 날 다른 사람은 거의 비슷한 실루엣에 카고팬츠, 박시한 티셔츠 입었는데 신발을 좀 굽 높은 첼시부츠 신었더라고. 이건 또 완전 다른 느낌이야. 팬츠 통이 넓으니까 첼시부츠 특유의 발목 딱 잡아주는 그 타이트한 라스트가 밑단 안에서 살짝 드러나는데, 걸을 때마다 가죽 주름이랑 굽 소리 ㄹㅇ 찰지게 나면서 그 와이드한 하의에 긴장감을 딱 주는 느낌이었음. 내 스타일은 삼바 쪽이 더 땡겼지만 첼시부츠도 진짜 센스 있게 신은 사람 보면 감탄 나오더라.
그리고 요즘 러너 계열 신발 다시 확 올라오는 느낌인데 작년부터 아식스 젤 카야노 14 은색 나오면서 스트리트에 운동화 붐 다시 제대로 터진 거 같음 ㅋㅋㅋㅋ 나는 개인적으로 뉴발 레거시 쪽을 더 좋아하는데 993 그레이 같은 거 신고 다니면 주변 반응이 좀 극단적으로 갈린단 말이지.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은 "아재 운동화 신었네" 이러고 젊은 층은 "오 993 알아주네요" 이럼 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스트리트 스타일의 묘미인 게, 약간 촌스러울 수 있는 걸 믹스해서 전체 분위기를 타파하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일부러 올드한 디자인 골라서 현대적인 옷이랑 비비는 맛으로 신고 다니는 편임. 실제로 뉴발 990v3 네이비를 좀 테크니컬한 스톤 아일랜드 카고팬츠랑 매치해봤는데 의외로 발목 부분의 메쉬 질감이랑 팬츠 소재가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잘 어울리더라.
제일 웃긴 건 로퍼 신고 스트리트 스타일 한다는 사람들임 ㅋㅋㅋ 나도 꽂혀서 요즘 페니로퍼 하나 장만해서 입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 호불호가 신발 하나로 여기까지 오나 싶었음. 와이드 데님에 두꺼운 화이트 삭스, 거기다 블랙 페니로퍼 신고 나갔더니 친구가 "너 90년대 양아치냐" 이럼 ㅋㅋㅋㅋㅋ 근데 또 어떤 사람은 "와 이 조합 너무 힙하다" 그러고. 특히 로퍼는 굽 높이랑 앞코 쉐입이 진짜 중요하더라. 굽 너무 낮으면 전체적으로 힘 빠져 보여서 오히려 밑창 좀 두껍고 라운드토 살짝 둥글게 빠진 놈으로 골라야 그 스트리트 무드에서도 안 묻힘. 나는 발볼이 좀 넓은 편이라 라스트 하나 차이로 발등 찍찍 눌리는 거랑 통증 장난 아닌데, 빈티지 스타일 로퍼 중에 E, EE 사이즈 있는 거 찾느라 진짜 한 달 넘게 헤맸다...
마지막으로 스트리트 룩에서 양말 얘기 안 할 수가 없음. 양말 길이랑 두께 차이가 신발 라인 다 바꿔놔서 ㄹㅇ 간과하면 안 되는 포인트임. 삼바 같은 스니커는 발목 약간 드러내는 숏 삭스가 무난한 거 같고, 러너 계열은 아예 양말을 좀 두껍고 긴 걸로 깔아주면 신발 볼륨감이랑 발목 연결이 더 자연스러움. 나는 뉴발 993에 흰 삭스 목 긴 거 접어서 두 겹으로 신는 거 좋아하는데 이러면 발목이 갑자기 퉁퉁해 보일 수 있으니까 팬츠 통 꼭 넉넉하게 입어줘야 밸런스 맞음 ㅋㅋㅋ 한 번 얇은 무지 삭스로 신어봤다가 발목 라인이 너무 휑해서 집 가자마자 갈아신었음.
결국 요즘 스트리트 스타일은 옷 자체는 거의 균일화돼서 실루엣이나 컬러배색보다도 디테일에서 개인 취향이 갈리는데, 그 디테일의 정점이 신발인 거 같음. 특히 발볼 넓이, 굽 높이, 텅 두께, 삭스랑의 밸런스 같은 거 신경 쓰는 사람이 진짜 패션 좀 아는 사람 같고... 반대로 옷은 끝내주게 입었는데 신발에서 이상한 거 신으면 ㄹㅇ 모든 게 무너짐. 스트리트 룩은 신발이 구두처럼 정제된 게 아니라 좀 더 과감하고 편안해야 하는데 그 경계선 지키기가 은근 어렵더라구요. 다들 자기 발에 맞는 시그니처 스니커 하나쯤은 꼭 찾아두시길 ㅋㅋㅋㅋ 안 그러면 맨날 옷 맞추고도 신발 고르다 늦어서 대충 아무거나 신고 나갈 확률 높아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