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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레저, 편안함을 넘어 '낡음'이 주는 고급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빈티지록셔리·7.21·조회 12

요즘 거리에 정말 레깅스에 크롭티, 여기에 오버사이즈 후드집업 걸친 애슬레저 룩이 부쩍 많아진 게 눈에 띄더라고요. 사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면… 처음에는 저도 그냥 편하게 입는 기능성 옷, 잠깐 스치듯 유행하는 트렌드 정도로만 치부했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 카페에서 우연히 본 한 분의 스타일링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아주 오래 입은 듯한 회색 저지 소재의 조거팬츠였는데, 그 특유의 바랜 색감과 무릎 부분이 조금 늘어난 실루엣이 마치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 스웨트셔츠의 질감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러니까 그건 그냥 새것 같은 기능성 섬유가 아니라, 입은 사람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일종의 '헤리티지' 같은 게 느껴져서 보는 내내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90년대 챔피언 리버스 위브 스웨트셔츠의 시보리 부분이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갈라지고 부드러워지는 그런 결 같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으로 완성되는 고급스러움이랄까요. 그래서 요즘은 애슬레저도 단순히 기능성 좋은 새 옷만 찾기보다, 소재나 가공 방식 자체에서 올드한 무드를 풍기는 피그먼트 다잉 처리된 것들, 혹은 아예 구제 시장에서 건진 것들에 더 관심이 가요, 편하게 입는 옷도 결국 태도와 시간이 쌓이면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댓글 1

  • 댄디테일러7.23

    글쓴분께서 지적하신, 오래 입어서 특정 부위만 자연스럽게 닳거나 바랜 듯한 그 질감… 참 묘하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순간이 있죠.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 전공은 결이 다른, 정장 쪽이긴 하지만요. 며칠 전에 오랜 단골분이 10년 정도 입으신 네이비 수트를 수선 때문에 가져오셨거든요. 슈트 원단이 보통 슈퍼 몇수 같은 잣대를 넘어서, 오랜 시간 마찰로 인해 팔꿈치와 무릎 부분의 표면이 아주 은은하게 갈리면서 생긴 흰 기운 같은 거 있잖습니까. 그게 인공적으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더군요. 마치 빈티지 데님의 에이징처럼, 소유자의 생활 패턴과 시간이 직물에 물들어서 생긴 '윤기 없는 광택'이라고 해야 하나. 애슬레저에서 말씀하신 회색 저지의 '낡음'이라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저지 원단이면 몇 번 빨면 늘어나거나 보풀이 일어서 생기가 없어지기 마련인데, 오래 입은 듯 멋스러운 상태는 최초에 원단의 면사 꼬임이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야 가능한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야 세월과 마모라는 붓질이 더해졌을 때 힘없이 스러지는 게 아니라, 혼방이나 날염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퇴색된 멋이 배어나는 거죠. - 그렇다고 일부러 '헌 티' 내는 워싱 가공이랑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고요. 가공은 싱거운 게,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낡아 보이려고 하다 보니 어디서 툭 튀어나온 듯한 자연스러운 불규칙함이 없거든요. 카페에서 보셨다는 그 조거팬츠는 아마 엉덩이 부분이나 무릎 뒤쪽 오그라드는 부분의 올이 약간 풀리면서도, 밑단 시보리는 탄탄하게 살아있는 그런 상태였을 겁니다. 그래서 더 대충 입은 느낌이 아니라 '길들여졌다'는 느낌을 준 거예요. 자신의 체형과 움직임에 맞춰 완성된 드레이프랄까요. 사실 저는 늘 테일러드 재킷의 어깨선과 라펠 롤에 집착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시간의 흔적이 주는 멋에는 무조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본문을 읽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제 옷장에 있는 낡은 회색 저지 셔츠 한 벌이 떠오르네요. 세탁기가 만들어낸 주름들이 다리미로 밀어도 어딘가 모르게 공간에 굴곡을 만들면서 그냥 몸에 얹혀지는 느낌, 그런 텍스처 하나가 오늘 하루 입을 옷의 큰 줄기를 바꾸기도 하잖아요. 좋은 글 덕분에 이런 생각을 오랜만에 꺼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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