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코케트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에 대해서 좀 오래 생각했습니다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며 여기저기 쇼핑몰 룩북에서도 그렇고, 코케트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부쩍 많이 눈에 띄더군요. 리본이며 레이스, 쉬폰 소재에 파스텔 톤 컬러까지... 뭐랄까, 소녀적 감수성을 정면으로 내세우는 그 미학 말입니다.
사실 저는 이런 트렌드를 볼 때마다 좀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어요. 제 옷장 깊숙한 곳에 걸려 있는 90년대 생 로랑의 블랙 벨벳 드레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그 옷도 나름대로 레이스 장식이 가미되어 있고 실루엣 자체는 꽤나 섬세한데, 그 시절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여성스러움'은 철저하게 구조적인 테일러링 위에 얹어진 장식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코케트는 좀 더 직설적이고 본능적인 매력을 겨냥하는 느낌이랄까요. 소재로만 보자면 예전 빅토리아 시대 블라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실크와 시폰, 거기에 레이스 장식은 제가 사랑하는 1930년대 란제리 드레스의 세공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걸 해석하는 동시대의 손길은 확실히 '헤리티지'보다는 '이미지'에 방점을 찍는 것 같습니다.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최근에 제가 팔로우하는 일본의 어느 빈티지 셀렉트 숍 오너분이 올린 글에서, 70년대 초반 로라 애슐리의 프레리 드레스를 두고 "이것이 진정한 코케트의 시초"라고 말하는 걸 보고 잠깐 고개를 갸웃했을 뿐이에요. 제 기억에 70년대 로라 애슐리는 산업화된 패션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연주의와 수공예적 가치를 내세웠던 거지,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장식성을 강조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 연식과 맥락을 떼어놓고 그냥 하이넥에 레이스, 작은 꽃무늬 이런 표면적인 디테일만 따와서 코케트라고 이름 붙이는 건, 헤리티지를 조금 얄팍하게 소비하는 인상이 없지 않아요.
물론 저도 리본 디테일이 싫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작년에 우연히 구한 90년대 샤넬 트위드 재킷 안감에 달린 카멜리아 플라워를 보면, 이 작은 장식 하나가 옷 전체의 무게감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마법을 알기에 그 힘을 부정할 수도 없고요. 다만 요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코케트 스타일은... 뭐랄까, 100미터 밖에서도 '나 코케트 해요'라고 외치는 듯한 완성형 룩이 대부분이라 좀 숨 막힐 때가 있습니다. 아시죠, 제가 옛날에 올린 글에서 애착하던 보헤미안 원피스 같은 건, 그냥 그 자체로 허전해서 제 허리에 둘렀던 빈티지 실크 스카프 하나가 오히려 스타일을 완성해 주는 우연 같은 게 있었는데 말이죠.
결국 제 생각에 코케트 스타일의 매력은 그런 계산된 미완성, 혹은 살짝 빗겨난 지점에서 피어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할머니 옷장에서 막 꺼낸 듯한 빈티지 레이스 블라우스를, 심지가 굵은 데님 팬츠와 매치한다거나, 혹은 전혀 코케트스럽지 않은 소재의 백과 부딪치게 하는 그런 긴장 말이죠. 프라다의 2008년 리조트 컬렉션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 시절 프라다가 레이스를 다루던 방식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로 지적인 미학이었는데, 그걸 진짜로 재현하려면 소재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 장식성이 내 몸 위에서 어떻게 연기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요즘 코케트 스타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저처럼 복잡한 마음에 휩싸이시는 분들이 계실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