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요즘 미니멀 스타일,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쎄요, 최근에 며칠 동안 옷장 정리를 하면서 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요즘 미니멀 스타일이라고 하면 SNS에서 보이는 건 거의 흰 티셔츠에 검은 와이드 슬랙스, 군더더기 없는 코트 뭐 이런 룩이 거의 공식처럼 굳어진 느낌이더라고요. 물론 그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저도 흰 셔츠의 광기라고 할까요, 그 깔끔함에 매료되어 오랫동안 입는 사람 중 하나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 미니멀리즘이라는 게 자칫 '생각 없음'이나 '쉬운 선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진짜 미니멀은 최소한의 디테일로 최대의 품격을 뽑아내는 건데, 그러려면 결국 소재와 컷에 훨씬 더 엄격해져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오래 입는 흰 셔츠 하나만 봐도, 그냥 흰색 긴팔 셔츠가 아니라 광목처럼 약간 결이 살아 있는 옥스퍼드 클로스인지, 아니면 은은한 광택이 도는 이집트산 면 실크 혼방인지에 따라 같은 화이트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감기는 방식이나 빛을 받아들이는 깊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즌 오프 매장에서 건진, 만든 지 1950년대 중반까지 올라가는 어떤 셔츠 하우스의 패턴을 그대로 따온 제품인데, 겉으로 보기엔 그냥 흰 셔츠지만 팔을 움직일 때 소매산이 접히는 곡선만 봐도 요즘 숄더가 과하게 처지는 오버사이즈 셔츠와는 궤를 달리하죠.
- 소매산의 완만한 곡선과 어깨 라인의 구조: 이건 기계가 아니라 수십 년 전 장인들의 풀 패턴 연구에서 나온 거라서, 활동할 때 실루엣이 망가지지 않아요.
- 원단의 복원력: 싸구려 폴리 혼방은 세탁 세 번이면 깃 부분이 밀가루 반죽처럼 흐물흐물해지거나 보풀이 올라오는데, 빈티지 룸에서 데려온 서플렉스 코튼 니트는 오히려 입을수록 구김이 자연스러운 맵시로 자리 잡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룩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 미니멀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결국 소재와 헤리티지에 더 깊게 파고들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겁니다. 겉보기엔 심플하지만 만져보고 입어보면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옷들 말이죠. 그냥 무채색 심플함에 안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성비 좋은 기본템'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옷의 본질을 놓치게 되는 느낌이에요.
아침에 옷장 앞에서 보면, 결국 많이 입는 옷은 화려한 패턴의 무언가가 아니라 수선을 여러 번 거쳐서 이제는 완전히 제 상체 곡선을 따라 잔주름이 생긴 오트밀 컬러의 캐시미어 니트, 이런 것들이더군요. 그런데 이 니트 하나를 고를 때도 평직인지 케이블 니트인지에 따라, 또 혼용률이 70%인지 100%인지에 따라 같은 미니멀이라도 완성되는 실루엣의 급이 달라지니까, 저는 미니멀이야말로 결국 소재 싸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그런 미니멀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옷장이 지금 다 이런 고요한 소재 덩어리들로만 채워지고 있어서,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