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고민
봄 남자 데이트룩, 너무 꾸몄나 싶다가도 저녁 바람 맞으면 딱 좋을 그런 옷차림
사실 저는 여자지만, 어쩌다 보니 에디터 시절에 남성복 파트를 잠깐 맡으면서 이런 저런 고민 상담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느낀 건데, 남자분들 옷 입을 때 진짜 간절한 포인트가 '데이트'더라고요. 면접이나 출근보다 훨씬 떨린다고 할까. 그래서 오늘은 봄 남자 데이트룩, 그것도 좀 벚꽃 피고 난 다음 어정쩡하게 따뜻해지는 4월 중순쯤에 초점을 맞춰서 제 생각을 좀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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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을 입을 거라면, 안에는 완전히 힘을 빼세요. 요즘 같은 봄에 남자분들 보면 클래식한 트렌치코트나 약간 루즈한 싱글 재킷 자주 꺼내시잖아요. 그런데 데이트 때 제일 큰 실수는 안에까지 신경 써서 셔츠에다가 니트까지 레이어드하고... 이렇게 정제된 느낌을 너무 풀세트로 가져가는 거. 그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히 카페나 공원 같이 편한 장소일수록 '저 사람 지금 나랑 있는 게 편하지 않은가?'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요. 오히려 재킷 아우터가 클래식하다면, 안에는 부드러운 질감의 코튼 티셔츠 하나만 입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진을 매치하는 게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이고 자연스러워요. 꼭 흰 무지티가 아니어도 프렌치 네이비나 약간 빈티지한 오트밀 컬러 반팔 티 하나로도 충분하고요. 단, 티셔츠의 목 부분이 늘어난 건 절대 안 됩니다. 그 디테일 하나 때문에 전체가 무너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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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트셔츠 하나로 엣지를 주되, 컬러에서 반전을 노리기. 재킷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그냥 마음 편하게 스웨이트셔츠를 고르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막막한 게, 무채색 스웨이트셔츠는 안전하지만 조금 밋밋할 수 있고. 과감한 프린팅은 데이트 상대방 취향을 타니까 위험 부담이 크고요. 제 경험상 이럴 때 딱 좋은 게 좀 희귀한 파스텔 톤이면서도 채도가 탁한 컬러예요. 이를테면 라벤더가 들어간 더스티 블루, 아니면 딸기 우유보다는 훨씬 잿빛이 많이 섞인 핑크 베이지 같은. 이런 컬러는 남자가 입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저녁 해 질 무렵 노을빛 아래서 정말 잘 빛나요. 그리고 여기에 밑단이 살짝 와이드한 치노 팬츠를 흰색이나 진한 아이보리로 받쳐주면 그 봄날의 무드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되더라고요. 너무 과하지도 않고, 아예 신경 안 쓴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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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정말 중요해요, 진짜로. 남자 데이트룩에서 제발 신발은 깨끗하게. 이거 진짜 무심한 듯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의 시선은 의외로 신발로 내려가거든요. 무조건 새 신발을 신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평소에 신던 운동화라면 흰색 미드솔 부분을 깨끗이 닦거나 레더 로퍼라면 먼지를 완전히 털어내야 한다는 거예요. 요즘은 적당히 볼륨감 있는 스웨이드 로퍼에 양말 안 신고 발목을 살짝 드러내 입는 스타일도 많은데, 만약 이 스타일에 도전하실 거면 바지 기장이 너무 길면 절대 안 돼요. 바지가 신발 위에 푹 꺼지면 그냥 꾸민 건지 아닌 건지 애매한 옷차림이 되어버리니까, 복숭아뼈 바로 위에서 살짝 말리는 기장의 바지나, 아니면 직접 밑단을 한 번 접어서 연출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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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길을 걷다 보면 저녁엔 춥더라고요. 낮엔 따뜻해서 좋았는데, 해 지고 나면 바람이 꽤 쌀쌀한 게 요즘 날씨잖아요. 이걸 대비 못 해서 데이트 중에 어깨를 움츠리면 그날 룩은 거기서 끝인 거예요. 저는 항상 휴대하기 간편한 초경량 니트 가디건 하나 정도는 예쁜 에코백이나 서류형 클러치에 넣어 다니라고 추천해요. 갑자기 꺼내서 걸쳐줄 수 있는 멋진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거고, 설령 그런 일이 없어도 바람이 차가워질 때 스스로 입으면 되니까요. 이때 가디건은 철저하게 미니멀하게, 버튼 없는 깔끔한 판초 스타일이나 보더 패턴이 살짝 들어간 얇은 울 혼방이 좋고 절대 두꺼운 꽈배기 니트는 피하세요. 입었을 때 실루엣이 뚱뚱해 보이면 그 시간 이후로 자꾸 신경 쓰일 수도 있어서요.
정리하면... 결국 데이트룩이라는 건 너무 잘 차려입은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이 순간이 나한테는 특별하다는 걸 은근하게 표현하는 예의라고 생각해요. 향수처럼 아주 은은하게 말이죠. 그래서 오늘 제가 말씀드린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오히려 대화보다 더 솔직한 표현이 되기도 하니까, 거울 앞에서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옷깃 하나라도 상대방을 향해 있고, 미소 짓기 좋은 편한 옷을 고르시면 그게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