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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코디 고민

환절기 출근룩, 결국 믿을 건 소재와 레이어드라는 생각입니다

빈티지록셔리·1시간 전·조회 12

요즘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지고 낮엔 또 더워서 옷장 앞에서 한참 멍때리게 되는 날이 계속되네요. 출근 전에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골라 입어야 하는데, 이맘때만 되면 진짜 옷이 없어요.

제 경우엔 일단 베이스는 얇은 실크 블라우스 아니면 70년대 자수 코튼 셔츠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둘 다 피부에 닿는 결이 하루 종일 바뀌는 체온에 훨씬 관대해서, 오피스 에어컨 바람에도 덜 움츠러들고 밖에 잠깐 나갈 때도 끈적임이 덜해요. 특히 올봄에 우연히 입수한 70년대 후반쯤으로 추정되는 프렌치 커프스 달린 면 셔츠가 있는데, 칼라가 빳빳하게 살아있으면서도 반팔인 게 의외로 요즘 같은 날씨에 딱이더라고요. 거기에 얇은 캐시미어 가디건 하나 던져두면 실내에선 정갈하고, 나갈 땐 벗어서 백에 넣어도 부피가 작아서 좋습니다.

하의는 고민이 좀 길어지는데요. 작년까지는 테일러드 울 팬츠만 고집했는데, 올핸 좀 다른 기분이에요. 90년대 초쯤으로 보이는 버진울 크레이프 미디스커트를 하나 구해놨거든요. 안감까지 실크라서 흐르는 듯 떨어지는데 바람 불면 은은하게 발목 위로 펄럭여서, 구두를 뭘 신느냐에 따라 오피스 무드가 확 달라지더군요. 여기에 무릎 아래 오는 얇은 스타킹 신고 메리제인 펌프스 신으면 생각보다 차분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잡혀서, 요즘 일주일에 두 번은 이 조합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같은 환절기엔 레이어드를 한다고 해도 아침에 거울 앞에서 한 번 더 멈칫하게 되는 게, '좀 과한가' 하는 생각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결국 믿을 건 소재더라고요. 폴리 블렌드나 후가공이 많이 들어간 건 겹칠수록 답답함이 배가 되는데, 제대로 방적된 울이나 숙성된 코튼 같은 건 오히려 레이어드가 공기층을 만들어주는 느낌이에요. 예전에 빈티지 숍 사장님한테 들은 얘기인데, 60~70년대 영국산 경번개버리 코트 같은 건 실 자체의 밀도와 꼬임이 달라서 가볍게 걸쳐도 온도 유지가 된다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나서부터는 억지로 얇은 한 벌에 집착하기보다, 얇은 걸 여러 겹 고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액세서리는 요즘 진주 말고 카메오 브로치를 즐겨 달고 나가요. 1900년대 초 빅토리안 레플리카 수준이지만, 실루엣이 너무 납작하지 않고 볼륨감이 살아있는 걸 셔츠 칼라 밑에 꽂아두면 단정한 셔츠도 갑자기 이야기가 생기는 기분이에요. 이런 사소한 포인트가 출근길 발걸음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주더라고요.

혹시 여러분은 요즘 출근룩 어떻게 풀어내고 계신가요? 저는 매년 이맘때가 제일 어렵네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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