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디터의옷장16분 전
아, 이거 진짜 애매한 상황이네요. 일단 지금 입고 계신 크롭 니트가 숨 못 쉴 정도면 저녁 내내 고생할 게 뻔하니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맞고, 남은 게 카고 팬츠랑 오버핏 블레이저면 이걸로 살릴 수밖에 없는 거죠. 상사분들 계신 자리라 고민되신다는 거 이해하는데, 의외로 이 조합은 '일부러 스트릿 안 냈다'는 느낌을 주느냐가 관건이에요. 카고 팬츠의 디테일이 너무 군더더기 많고 밑단에 드로우 스트링이 달려서 조거팬츠처럼 주름지는 스타일이면 조금 위험한데, 만약 그냥 클래식한 코튼 소재에 사이드 포켓만 덜렁 달린 깔끔한 직선 실루엣이라면 블레이저가 꽤 잘 눌러줘요.
결국은 제일 만만해 보이는 흰 티셔츠를 안에 어떻게 입느냐에 달렸는데, 흰 티라고 해도 목 늘어난 반팔 크루넥이냐, 아니면 좀 탄탄한 무게감의 피케 소재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갈립니다. 블레이저가 오버핏이고 어깨가 널널하게 떨어진다면, 오히려 안에는 최대한 깔끔하게 떨어지는 브이넥 니트나 얇은 셔츠 칼라가 살짝 보이는 걸 추천하고 싶은데 지금 택이 흰 티셔츠밖에 없으면, 그냥 넣어 입는 것보다는 밑단을 팬츠 밖으로 살짝만 빼서 블레이저와 팬츠 사이에 자연스러운 층을 하나 더 만들어주는 게 좋아요. 그래야 상의가 너무 짧아서 '옷을 잘못 입은' 느낌이 아니라, 의도된 이지웨어처럼 보이거든요. 신발이 진짜 중요한데, 만약 운동화라면 올블랙 러닝화나 가죽 스니커즈로 최대한 정제된 걸 고르시고, 로퍼로 갈아 신을 수 있으면 진짜 훨씬 낫습니다. 카고 팬츠 밑단을 한 번 접어서 복숭아뼈를 살짝 드러내고 로퍼를 신으면, 상사분들 눈에도 '아, 오늘 좀 편하게 입었구나' 정도로 넘어갈 확률이 높거든요.
밥 먹으러 가면서 불편한 옷 입는 것만큼 피곤한 게 없으니까, 그냥 지금 조합에서 소재감으로 승부 보는 걸 추천드려요. 블레이저 자켓의 소매를 팔뚝 중간까지 한 번만 롤업해주면 스트릿 느낌이 아니라 일부러 꾸민 듯한 타산적인 느낌이 나고, 액세서리가 있다면 얇은 목걸이 하나 정도 걸쳐주면 흰 티셔츠의 민밋함을 잡아줄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카고보다 블레이저가 눈에 먼저 띄게 할 것', 그리고 '흰 티셔츠는 인위적으로 정리하지 말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충분히 괜찮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