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고민
면접 복장, 너무 사서 고생하는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에 끄적여봅니다.
스펙도 스펙이지만 첫인상이라는 게 은근 무섭더라고요. 저도 한창 취준할 때 옷 때문에 밤잠 설친 적이 많아서, 지금 비슷한 고민 하시는 분들 보면 괜히 제 일 같아서 몇 자 적어봅니다. 물론 저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좀 과했다 싶긴 한데, 그때는 정말 절실했거든요.
면접 복장 하면 보통 무난한 정장을 생각하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흔한 검정 셋업은 오히려 '성의 없음'이나 '대충 빌려 입은 티'가 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해요. 특히나 첫 직장이나 경력이 짧은 신입 면접일수록 면접관들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요. 제 경험상 중요한 건, 옷 자체의 스펙보다는 내 체형과 분위기에 맞게 다듬어진 '의복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 소재: 솔직히 폴리 100%는 면접장 조명 아래서 너무 빤질거리고 광이 납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무릎이 나오고 정전기 때문에 난리도 아니고요. 예산이 빠듯해도 상의 자켓만큼은 울 70% 이상, 가능하다면 캐시미어가 살짝 섞인 혼방을 찾아보세요. 캐시미어 10%만 섞여도 광택이랑 주름 회복력이 차원이 다릅니다. 예전에 제가 입었던 네이비 캐시미어 혼방 재킷은 면접 내내 저를 지켜줬다는 믿음이 아직도 있어요. 브랜드보다 연식과 소재라는 말,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 핏: 요즘 너무 슬림해서 움직이기 불편한 건 피하는 게 좋아요. 팔을 올리거나 앉을 때 당기는 옷은 면접관 앞에서 자세가 움츠러들게 만드는 주범이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브룩스 브라더스 같은 곳의 빈티지 세미 오버핏 재킷을 추천드리는 편입니다. 어깨선이 자연스럽고 소매 통도 여유 있어서 긴장돼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도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나와요. 거기다 옷 자체에 세월이 주는 헤리티지 같은 게 묻어 있어서인지, 이걸 입고 가면 괜히 제 연륜이 더 깊어 보이는 듯한 착각도 들고요.
- 컬러: 무난한 코스는 네이비죠. 하지만 모든 지원자가 네이비일 걸 생각하면, 저는 약간의 도박을 걸되 품위를 잃지 않는 쪽을 택했습니다. 차콜 그레이에 아주 옅은 핀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더블 브레스트 수트를 입고 갔는데, 나중에 들으니 '단정하지만 기억에 남는 느낌'이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핀스트라이프 폭이 너무 넓으면 공격적으로 보이니까, 아주 세밀한, 자세히 봐야 보이는 정도의 칠크 스트라이프가 제격입니다.
셔츠는 귀찮다고 그냥 와이셔츠 받쳐 입지 마시고, 꼭 좋은 면 100% 셔츠에 카라 스테이는 기본으로 챙기시고요. 넥타이는 실크 편물 니트 타이 하나면 충분합니다. 너무 번들거리지도 않고, 힘이 과하게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격식을 갖춘 느낌이라 저는 면접 볼 때마다 그걸로 통일했어요. 벨트와 구두의 가죽 색깔 맞추는 건 이제 거의 국룰이라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테고, 구두는 새것보다는 길들여진 게 좋습니다. 서류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앉을 때 구두 앞코가 너무 민망하게 긁히거나 삐걱거리지 않도록, 미리 몇 번 신고 가는 여유 정도는 꼭 챙기시길.
사실 옷을 잘 입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옷을 입은 내가 얼마나 자연스러우냐 하는 건데, 취업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것도 다 돈과 시간이 들어서 참 힘들죠. 그래도 적어도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 "아, 내가 지금 내가 입을 수 있는 최선을 입고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각보다 큰 힘을 주더라고요. 그 힘으로 첫 인사를 건네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