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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코디 고민

겨울 남자 데이트룩, 결국은 받쳐주는 베이스가 말해주더라

에디터의옷장·1시간 전·조회 55

요즘 커뮤니티 여기저기서도 그렇고, 제 주변에서도 은근히 데이트룩 고민 올라오는 거 보면 다들 비슷한 벽에 부딪히는 것 같아요. 저도 몇 년 전까지는 데이트 전날 옷장 앞에서 30분 넘게 서서 아무 생각 없이 레이어드 쌓았다가 뭔가 과해 보여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그런 패턴의 연속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옷을 덜 입은 것처럼 보여도 '좀 아는 사람 같다' 느낌 받을 때랑, 진짜 별생각 없이 편하게 입었는데 상대방 반응이 좋을 때랑 공통점이 한 가지 있더라고요. 과하지 않은 베이스가 결국 사람을 편안해 보이게 만든다는 것.

겨울 남자 데이트룩에서 제일 큰 함정은 사실 '코트'라는 존재예요.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체스터필드나 발마칸 같은 정통 있는 디자인은 입으면 순식간에 분위기를 올려줍니다. 근데 문제는 이걸 데이트라는 상황에 그대로 끌고 가면 너무 무장한 느낌을 줄 때가 있어요. 마치 면접 보러 가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반대로 너무 과하게 숏패딩이나 MA-1 같은 걸로 캐주얼을 때려도 뭔가 약간 편의점 갈 때 입은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쉽죠. 그러니까 이걸 중간 어디쯤에서 푸는 감각이 필요한 건데, 저는 여기서 '적당한 긴장감을 빼주는 레이어드'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가장 무난하면서도 실패 확률이 낮은 조합은 의외로 투톤 정도로 색을 제한한 구성이에요. 바닥에 깔리는 큰 면적 – 코트나 무스탕 같은 아우터 – 은 블랙, 네이비, 혹은 캐멀 계열 중 어느 한 가지로 잡고, 그 안에 입는 니트나 티셔츠는 톤 차이가 크지 않은 아이보리나 더스티 핑크 같은 부드러운 색으로 열어주는 방식. 여기서 하의는 그냥 그 톤을 이어받은 스트레이트 혹은 살짝 세미와이드한 울 팬츠로 내려주면 상체에만 시선이 약간 모이면서 다리가 극단적으로 짧아 보이는 불상사도 안 생깁니다. 진짜 무난한 게 제일 입기 좋죠.

조금 더 취향을 넣고 싶은 분들은 원 포인트 액세서리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쪽을 추천하고 싶어요. 데이트라는 게 결국 대화가 오가는 자리니까 상대방 눈길이 여러 번 갈 만한 요소가 있으면 그걸로 말을 걸 수 있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단색 코트의 라펠에 작은 빈티지 브로치라든가, 아니면 평소 안 하던 올리브 계열 베레를 살짝 쓰는 것만으로도 "오늘 스타일 좀 다르네요?" 같은 말 한마디가 나올 확률이 높아져요. 단, 여기서 진짜 조심할 건 한 번에 여러 군데 포인트를 주면 안 된다는 점. 목도리도 강한 색, 양말도 패턴, 가방도 컬러 블록, 이렇게 가면 데이트 상대가 아니라 거리의 패션 피플이 돼버려요.

제가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했던 때가 생각나는데,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무렵 데이트 때 너무 분위기를 살리려고 버건디 컬러의 터틀넥에 체크 패턴 더블코트까지 둘렀다가 식당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같더라고요. 상대가 뭐라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좀 오버스펙이었죠. 그때 깨달은 건, 데이트 룩은 '내가 오늘 얼마나 신경 썼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옆에 있을 때 잘 어울리는 공기 같은 느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사람들이 잘 안 얘기하는 부분인데, 신발은 데이트 코스에 맞춰야 합니다. 걷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꼭 에어맥스 같은 복고풍 스니커로 텐션을 낮추는 게 맞고, 와인바나 파인다이닝 예약이면 가죽 솔이 얇은 사이드 고어 부츠나 로퍼로 무게를 살짝 올려주는 정도. 여기서 꼭 얘기하고 싶은 건 발목까지 오는 첼시부츠는 바지 기장에 따라 다리가 짧아 보이거나 너무 정직해 보일 수 있어서, 바지 밑단이 부츠 샤프트를 살짝 덮거나 반대로 깔끔하게 한 번 접어서 복사뼈 라인이 드러나는 걸 의도하는 게 좋아요.

남자 체형 고민도 데이트룩에서는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인데, 저는 실루엣이라는 게 근육량보다 뼈대와 골반 높이에서 결정된다고 보는 쪽입니다. 예를 들어 어깨가 좁고 골반이 넓은 편이면 오버핏보다는 어깨선이 딱 맞는 셋인슬리브에 바지는 세미와이드로 해서 상하 비율을 맞추는 게 훨씬 안정적으로 보여요. 반대로 어깨가 넓고 엉덩이가 좁은 역삼각형 체형은 너무 정직한 코트보다 무스탕이나 덩치를 약간 죽여주는 블루종 계열 아우터가 훨씬 편안한 인상을 줍니다. 중요한 건 옆모습 실루엣을 한 번 확인하는 작은 습관인데, 거울 앞에서 어깨-허리-바지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한 번만 봐도 생각보다 많은 게 정리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정말 사소한 건데, 향수 뿌리는 루틴도 옷 입는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같은 옷이라도 우디 계열 베이스가 깔리면 코트가 더 무게감 있어 보이고, 시트러스 계열로 가볍게 열어주면 안에 입은 니트의 부드러운 색감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거든요. 이건 좀 오버하는 소리 같지만 패션 에디터 시절에 진짜 자주 하던 고민이었어요.

결국 겨울 데이트룩은 레이어드를 얼마나 잘 쌓느냐가 아니라, 그 쌓은 걸 얼마나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느냐의 싸움 같아요. 그렇게 입고 나가서 상대방 앞에 섰을 때, 옷 생각보다 대화가 편하게 이어지면 그날 룩은 성공했다고 봐도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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