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고민
어깨 넓은데 가을 트렌치 입어도 돼?
비 그치고 습한 바람이 불던 지난 주말, 뜬금없이 가죽 재킷이 왔어. 냄새부터가 달라. 도서관 오래된 서가 냄새에 철분 섞은 느낌. 아직 몸에 안 맞아서 자켓 걸치고 거울 앞에 서 있는 게 웃기더라. 카멜 브라운에 은은한 광택 돌게 기름 먹이고, 까슬한 모직 니트베스트 위에 걸쳐 봤는데...
아니 근데 이게 웬걸, 어깨가 더 넓어 보이더라. 원래 어깨 넓은 편이라 평소엔 오버핏 자켓 즐겨 입는데, 막상 가죽 재킷은 좀 다르네. 실루엣이 딱 떨어지는 것보단 약간 여유 있으면서도 어깨선이 무너지지 않는 정도가 좋다는 걸 새삼 느꼈어. 니트베스트도 원래 V넥 깊게 파인 걸 골라서 시선 분산시키는 편이고.
트렌치코트도 벌써 꺼내신 분들 있더라. 어깨 넓은 사람이 트렌치 입는 거 어떻게 생각해? 나는 라펠이 좀 작고 칼라가 과하지 않은 디자인, 벨트로 허리 살짝 묶어서 A라인 실루엣 내는 거 괜찮더라. 거기에 소매 통 넉넉하고 기장은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아웃핏. 낙엽 밟는 소리랑도 어울리고.
혹시 나처럼 어깨 때문에 실루엣 고민하는 사람들, 요즘 어떤 아우터 입는지 궁금하다. 난 당분간은 이 가죽 자켓 길들이기에 집중할 생각. 가을비에 습기 먹이면서 천천히 내 몸에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