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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코디 고민

첫 만남엔 역시 캐시미어가 답일까요... 소개팅 룩 고민입니다

빈티지록셔리·6.17·조회 46

안녕하세요, 맵시 식구분들. 제법 쌀쌀해진 요즘, 다들 옷장 정리들 하고 계신지요. 저는 이번 주말에 난생처음 소개팅이라는 걸 하게 되어서, 일주일 내내 머릿속이 옷 생각뿐입니다. 평소 같으면 좋아하는 빈티지 니트 하나 걸치고 편하게 나갔을 텐데, 첫인상이라는 게 발목을 잡네요. 제 성향을 너무 죽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이 사람 옷 좀 과하네' 싶은 인상을 줄까 봐서요.

상대방은 30대 초반 직장인이고, 만남 장소는 삼청동 쪽의 조용한 와인바라고 들었어요. 분위기가 차분할 것 같아서 저도 덩달아 차분하게 가고 싶은데, 고민의 시작은 이겁니다.

  • 재작년 겨울에 공들여 찾은 90년대 스코틀랜드産 라벤더 그레이 캐시미어 니트. 어깨선은 살짝 처진 드롭 숄더에, 소매 끝과 밑단의 리브가 세월을 타고 은은하게 보풀려서 램스울과는 다른, 정말 정갈한 빈티지 광택이 올라온 아이템입니다.
  • 여기에 80년대 이태리 피에몬테 지방에서 만든 걸로 추정되는 진회색 플란넬 울 팬츠. 주름선이 칼로 벤 듯 살아있는 게 아니라, 수없이 다려지고 접혀서 생긴 결이 있어요. 입었을 때 실루엣이 무릎부터 완만하게 떨어지는 그 느낌은 진짜 요즘 기성복에선 맛볼 수가 없거든요.
  • 신발은 당연히 블랙 스웨이드 로퍼나, 좀 더 포멀하게 가고 싶다면 빈티지 플레인토 더비 중에 고민 중입니다. 가죽 밑창이 길들여져서 딱딱하지 않고 걸을 때 조용히 흡착되는 느낌? 그런 녀석으로요.

문제는 이 조합을 그대로 갔을 때의 톤앤매너입니다. 제가 보기엔 세월이 빚어낸 멋스러움과 절제된 선이 꽤 아름다운데, 상대에게는 그냥 '옷 좀 낡은 사람' 혹은 '할아버지 냄새 풍기는 사람'으로 비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문득문득 올라옵니다. 올드머니 무드가 유행인 건 알지만, 실제 오프라인 만남에서 이게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단 말이죠. 저는 분명히 새 옷으로 치장한 깔끔함보다, 좋은 소재가 오래도록 입혀져 내러티브가 쌓인 이 느낌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이걸 첫 만남에서 고스란히 드러내는 게 오버일까요?

한편으로는 캐시미어 특유의, 소리 없이 품위를 말해주는 그 부드러운 광택과 라벤더 그레이 컬러가 차분한 와인바 조명 아래서 은근하게 빛날 것을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적어도 화려하거나 인위적인 스타일링보다는, 대화하는 내내 상대가 무의식중에 편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요.

혹시 저처럼 빈티지나 헤리티지 스타일로 첫 만남에 임하셨던 선배님들 계시면 작은 후기라도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 아니면 아예 마음을 비우고, 평소보다 조금 컨템포러리하게 유니클로 U넥 크루넥에 하이게이지 코튼 팬츠로 무난하게 가는 게 맞는 걸까요? 정말 모르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1

  • 캠핑무드러6.19

    솔직히 캐시미어 좋죠 ㅋㅋ 저는 첫 만남 같은 날은 괜히 옷에 힘주기보다는, 평소 자주 입어서 나한테 제일 잘 맞는 무드를 고르는 편이에요. 너무 새 옷 냄새나면 저도 긴장되고.. 차라리 자주 입어서 몸에 익은 부드러운 니트 하나에 깔끔한 치노팬츠 정도? 그러면 은근히 편안해 보이는 이미지 주더라구요. 캠핑장 가는 길 같은 편한 분위기가 오히려 대화도 잘 풀리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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