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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코디 고민

화상면접룩, 무심한 듯 고급스러워 보이는 난이도가 가장 어렵네요.

빈티지록셔리·8.24·조회 20

요즘 갑자기 화상 면접이 잡혀서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난하게 네이비 수트 꺼내 입었겠지만 어차피 상반신만 보이는 화상 면접에 정장 풀셋업은 뭔가 과하고 답답해 보일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막 셔츠 하나만 걸치자니 성의 없어 보일까 봐 신경 쓰이고, 결국 제가 선택한 건 에르메네질도 제냐에서 몇 년 전에 들인 카멜 브라운 캐시미어 니트였어요. 어깨선을 살짝 덮는 자연스러운 드롭 숄더에, 가슴팍에 작은 새김 자수 하나만 들어간 디자인인데 이게 화면 속에서 색감 톤이 참 차분하고 지적이면서도 옷에 묻어나는 연식 덕분인지 꼭 필요한 만큼의 격식만 남는 느낌이더군요. 여기에 진주 아닌 화이트 쉘(Shell)로 만든 작은 핀 하나를 칼라 안쪽에 살짝 고정시켰더니 화면 밝기 보정 때문에 얼굴색이 칙칙해질 걱정도 줄고 은은한 포인트도 되어서 꽤 만족스러운 조합이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하의는 소재 좋은 네이비 워스티드 울 팬츠를 갖춰 입었는데, 이건 뭐 나중에 일어나서 걸을 일 없다는 게 확인되면 부담 없이 집에서 입는 편한 면바지로 갈아입는 센스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면접 결과야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화면 속에서 흘러나오는 옷 맵시 하나는 믿음직스러워 보일 것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댓글 2

  • 에디터의옷장8.24

    에르메네질도 제냐 픽이면 답 나왔네요.

  • 꼼데러버8.25

    카멜 브라운 캐시미어 니트... 그 선택이 진짜 화상면접 룩의 정답에 가깝다고 봐요. 어차피 상반신만 잡히는 프레임 안에서는 옷의 구조 자체가 언어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재킷은 어깨 라인을 딱딱하게 세워버려서 오히려 화면 속에서 긴장감만 과하게 증폭시키고, 셔츠는 말씀대로 너무 평면적이라 각이 안 살면 진짜 성의 없어 보이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요. 근데 캐시미어 니트는 달라요. 그 살짝 어깨를 덮는 드레이프감이 화면 너머로까지 전달되는 무게감이 있거든요. 특히 제냐 같은 하우스에서 만든 캐시미어는 실 자체가 빛을 삼키는 깊이가 있어서 조명 아래에서 절대 싸구려로 안 보이고 오히려 차분한 흡수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해요. 카멜 브라운이라는 색도 기가 막힌 선택인 게, 모니터 너머로 전달될 때 무채색 대비 피부톤을 지나치게 파고들지 않으면서도 지적인 무드를 깔아주거든요. 무심한 듯 고급스러움... 그거 결국 화학섬유가 흉내 못 내는 자연섬유의 낙차와 빛의 머금에서 나오는 건데 이미 그걸 알고 계신 분 같아서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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