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고민
겨울 남자 출근룩, 캐시미어를 입어야 진짜입니다
출근길에 그냥 기능성 패딩 입고 가는 분들 보면 마음이 아파서 글 남깁니다. 올드머니 룩이 갑자기 유행이라지만, 진짜 겨울 남자 출근룩의 정석은 유행 타는 실루엣이 아니라 연식 먹은 소재에 있다고 봅니다.
일단 아우터는 캐시미어나 알파카 혼방 발마칸 코트로 시작하세요. 싸구려 폴리 울 특유의 번들거림만 피해도 출근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안에는 수피마 면 100% 옥스퍼드 셔츠로 차분하게 깔고, 그 위에 브리티시 스타일 램스울 라운드 니트 하나 걸치면 돼요. 여기서 포인트는 니트의 게이지인데, 너무 가늘면 셔츠 칼라 밑으로 주름이 잡히고, 너무 두꺼우면 코트 소매가 껴서 실루엣이 망가집니다. 14게이지 정도의 적당한 텐션이 상의를 받쳐주면서도 코트 안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라인을 만들어 줘요.
하의는 저는 개인적으로 헤비 웨이트 플란넬 울 트라우저를 고집합니다. 한겨울 출근길 칼바람에 다트 하나 없는 치노는 좀 비현실적이고, 복사열을 가둬주는 480g 이상 원단의 핀스트라이프나 글렌 체크 정도는 돼야 다리 라인도 살고 보온도 어느 정도 잡히거든요. 크리즈는 내릴 수 있더라도 살려서 다니는 게 맞습니다. 기계도 아닌데 매일 밤 아이롱 할 순 없지만, 스팀 한 번 쐬고 천으로 눌러주는 아침 루틴 정도는 괜찮더라구요.
슈즈는... 운동화 신고 출근하시는 분들한테 강요할 순 없지만, 굿이어 웰트 로퍼나 더비 슈즈 한 켤레 정도는 로테이션에 넣으시는 게 어떨지. 오래 신은 코드반이나 박스 캐프 특유의 에이징을 보면 구두도 결국 '가죽이 숨 쉰 궤적'이라 새 신발과는 궤가 다른 무게감이 생깁니다. 레더 솔에 오늘 같은 날 눈 비 오면 미끄러지니까, 개인적으로는 댄나이트 반창 처리를 강력 추천드려요. 오늘 아침에도 남부터미널 계단에서 구두 앞코 긁히신 분 봤는데 애처롭더군요.
결국 겨울 출근룩은 '추위를 버티는 것'에 올드머니 특유의 절제를 더하는 거라, 옷 자체에 돈을 태우기보단 소재 하나하나의 포텐셜을 보는 눈부터 기르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단계라 주제넘게 길게 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