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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자 실루엣만 고집하던 내가 E라인에 꽂힌 썰 푼다
나도 진짜 몇 년 동안 일자로 떨어지는 H라인, 그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음. 특히 출근룩은 무조건 깔끔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어서 슬랙스도 일자, 블레이저도 박시한 레귤러핏. 근데 이게 웃긴 게, 막상 거울 보면 뭔가 심심하고 밋밋한 거임. 나름대로 신경 썼는데 왜 이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까 실루엣의 문제였음.
지난달에 무신사스탠다드 세일할 때 실수로 스커트 하나 샀음. 스커트 잘 안 입거든? 나 허벅지 튼실한 편이라 감추려고 바지만 고집했는데 이게 A라인이 살짝 들어간 디자인이었음. 그냥 집에서 입어봤다가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예쁜 실루엣이구나 싶더라. 허리는 들어가고 밑으로 퍼지니까 허벅지 라인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가려지는 효과가 있었음. 상의만 타이트하지 않게 반집업 니트 입었는데 사람이 좀 여유로워 보이는 거. 그 다음날 바로 출근룩으로 입고 갔음.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게, 상하의 실루엣을 다르게 가져가야 밸런스가 맞는다는 거. 예를 들어 하의가 와이드 팬츠로 풍성한 느낌이면 상의는 몸에 살짝 붙는 니트나 셔츠로 정리하는 식으로. 반대로 상의가 오버핏 맨투맨이면 하의는 슬림하거나 스트레이트로 잡아주는 거. 이거 진짜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의외로 놓치는 사람 많더라. 나도 그랬고.
아 그리고 소재도 실루엣에 영향이 큼. 같은 와이드핏이라도 면바지랑 폴리 슬랙스랑 실루엣이 다름. 면바지는 좀 뻣뻣하게 떨어지고 폴리 섞인 건 좀 더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이라 다리 라인이 다르게 보임. 나 같은 경우는 허벅지 때문에 유니클로 스마트앵클 같은 쫀쫀한 소재보단, 코튼이나 린넨 섞인 거로 골라서 바지가 다리에 달라붙지 않게 함. 이렇게만 해도 옷 잘 입는다는 소리 종종 듣는다 ㅋㅋ
요즘에는 실루엣만 잘 잡아도 가성비템도 훨씬 비싸 보이는 효과 있는 거 같음. 나도 유니클로랑 무신사스탠다드 같은 데서 사도 실루엣 생각하면서 코디하면 뭔가 덜 초라해 보임... 물론 그래 보인다고 위로하는 걸 수도 있는데 어쨌든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니까. 다들 H라인만 고집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다른 실루엣 도전해봐라. 생각보다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