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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라운, 제발 한 철 유행으로 끝나길 바랐던 사람의 솔직 후기.txt
아니 진짜 톰 브라운 얘기만 나오면 속이 쓰렸던 게, 컬렉션 사진 볼 때마다 저 실루엣을 어떻게 현실에서 소화하나 싶었던 적이 있어요 ㅋㅋㅋㅋ 결국 호기심을 못 이기고 클래식 셔츠랑 원앙 밑단 크롭 팬츠를 입어봤는데, 이게 입기 전엔 '누가 교복을 이렇게 비싸게 사 입나'였는데 막상 입으니까 몸에 감기는 핏이 완전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여유로운 듯 타이트한' 그 미묘한 긴장감이 옷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특히 등판과 어깨 라인이 잡아주는 구조가 진짜 프레피 룩의 역사를 현대 테일러링으로 끌고 온 느낌이라 에디터 시절에 분석했던 수많은 룩북이 갑자기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 옷이 진짜 문제인 게, 그 트레이드마크인 삼색 그로스그레인 루프 탭이 너무 상징적이다 보니 한 번 입으면 중독되는 맛이 있으면서도 "아, 오늘 또 톰 브라운 입었네"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힘들더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셔츠를 단독으로 입기보다 살짝 오버사이즈 아우터 안에 깃만 살짝 빼서 포인트를 흐리는 식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스타일링 하니까 비로소 옷이 저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제가 옷을 '빌려 입는' 기분이 사라지면서 현타가 좀 가셨어요. 결론은 하나의 완벽한 제복을 얻는 기분이고 가격표를 떠올리면 심장이 쫄깃해지긴 하는데, 이 옷을 입고 느낀 그 엄격한 아름다움이 자꾸 생각나서 다음 시즌 립스탑 자켓을 검색해보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식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