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꿀팁
럭키슈에뜨, 그 이름에 속지 마세요. 정말 솔직히 써봅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럭키슈에뜨 입으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작년부터 저도 몇 벌 들이게 됐는데, 이 브랜드 참 말이 많죠. 올드머니 무드인데 좀 과하다, 가격 대비 별로다, 하는 얘기들. 저는 개인적으로 써 본 몇 가지 아이템 중심으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광고 아니고요, 그냥 제 옷장에 걸린 실물들을 만져보며 생각난 대로 적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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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드 재킷 이야기부터 할게요. 작년 FW 시즌에 나왔던 트위드 셋업 중에 블랙과 네이비가 섞인 라운드 넥 재킷이 있었거든요. 사진으로 볼 땐 진짜 고급스러웠습니다. 샤넬의 오마주인가 싶을 정도로 톤온톤 로고 플레이도 절제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실제로 받아서 입어보니, 소재가 생각보다 까끌까끌합니다. 트위드 특유의 질감을 살리려다 보니 모직 함량을 좀 높인 건 알겠는데, 안에 실크 이너를 입지 않으면 목이며 손목이 간지러워서 못 입겠더군요. 안감도 큐프로가 아니라 폴리 블렌드라서 통풍이 좀 답답해요. 입었을 때 실루엣 자체는 예쁩니다. 어깨 패드가 과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소매통도 여유 있어서 90년대 풀먼 스웨터 같은 두꺼운 니트를 안에 받쳐도 우아하게 여며집니다. 단추는 금장에 진주 인레이가 박혀 있는데... 이게 명품 빈티지에서 느껴지는 그 묵직함과는 거리가 좀 있어요. 가볍습니다. 말 그대로 '장식'에 가까운 무게감. 그래서인지 두 번 입고 단추 한 개가 덜렁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실로 한 땀 한 땀 더 꿰매두긴 했지만, 이 가격대에 이런 사소한 마감은 좀 실망스럽습니다. 그래도 그 날의 코디를 말씀드리자면, 오간자 블렌드의 깊은 네이비 블라우스에 이 재킷을 걸치고, 밑단은 그냥 클래식한 백진을 둘렀는데요. 재킷을 절대 잠그지 않고 그냥 어깨에 두른 느낌으로 걸치니까 확실히 숨을 쉬더군요. 묘한 매력이 있는 아이템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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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작년 봄에 나왔던 럭키슈에뜨의 시그니처 캐시미어 혼방 가디건입니다. 저는 네이비와 크림이 섞인 보더 패턴을 샀는데, 이건 솔직히 이야기해서 칭찬할 만합니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엘르 파리나 로로피아나에서 보던 그런 보더 배색 감각이 있어요. 두께는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정말 애매한 환절기용인데 이 애매함이 되려 좋습니다. 요즘 같은 초봄에서 늦봄까지,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찰 때 셔츠 위에 걸치면 딱입니다. 손목 시보리도 너무 조이지 않고, 길이는 골반을 살짝 덮는 정도라서 하이웨이스트 슬랙스에 넣어 입어도 실루엣이 정리됩니다. 소재는 캐시미어 10%에 나머지가 울과 약간의 나일론인데, 보풀은 몇 번 입으니 소매 안쪽에 약간 올라오더군요.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스팀 쐬고 전용 브러시로 살살 빗어주면 또 새 옷처럼 돌아옵니다. 관리하는 맛이 있는 옷이에요.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목 뒤에 수놓아진 작은 행운의 부적 자수입니다. 이게 정말 작은 디테일인데, 깃을 세웠을 때 보일 듯 말 듯 빛나는 카멜리아 실크 실의 색감이 아주 고급스럽습니다. 작년 겨울에는 이 가디건 위에 할머니께 물려받은 올드 코트를 걸치고 다녔는데, 그 코트의 묵직함과 이 가디건의 가벼운 복고풍 무드가 묘하게 조화를 이뤄서 지인들한테 칭찬 꽤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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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팬츠 이야기인데, 이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올해 봄 시즌에 나온 실크 블렌드 트랙 팬츠, 아니 이건 정말... 우아함의 극치더군요. 겉으로 보기엔 그냥 밴딩이 들어간 편한 바지인데, 소재가 인견에 실크를 블렌딩해서 광택이 장난이 아닙니다. 절대 반짝거리는 게 아니라, 모래사장에 스며드는 파도처럼 은은하게 결을 따라 빛이 흘러내려요. 통도 넉넉하고 밑단으로 갈수록 아주 약간 좁아지는 테이퍼드 핏이라서, 굽이 낮은 로퍼나 발레리나 슈즈에 걸쳐 입으면 발등 위로 잔잔하게 실루엣이 쌓입니다. 마치 70년대 비앙카 재거의 리조트 룩 같달까요. 다만 치명적인 단점은, 이게 너무 잘 구겨집니다. 의자에 30분만 앉아 있어도 엉덩이 부분이며 허벅지 앞쪽에 주름이 쭈글쭈글하게 잡혀서 좀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는 외출할 때 아예 작은 스팀 티슈를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녀요. 화장실에서 슬쩍 한 번 펴주면 또 원래대로 돌아오긴 합니다. 이 귀찮음을 감수할 만한 우아함이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저는 '네'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비추입니다.
결론을 좀 내려보면, 럭키슈에뜨라는 브랜드는 분명히 방향성은 좋습니다. 한국 브랜드에서 보기 드문 '철 지난 명품' 같은 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보여요. 하지만 아직은 그 헤리티지를 완성도로 증명하는 단계라기보다, 디자인 무드에 기대어 가격이 책정되는 느낌이 강합니다. 소재나 봉제에서 오래 입을 수 있는 그런 깊이가 몇 시즌 더 쌓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그래도 소장 중인 가디건 하나만큼은 꾸준히 꺼내 입을 것 같구요, 시즌마다 올라오는 실크 블렌드 아이템들은 꼭 눈여겨볼 생각입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브랜드라고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