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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꿀팁

장마 지나고 가죽 아이템 관리, 구두약 고르기 전에 아셨으면 하는 것들

빈티지록셔리·2시간 전·조회 45

장마 끝물이라고는 해도 습기가 아직 집 안 구석구석 남아있어서, 저처럼 오래된 가죽 제품 좋아하는 분들은 요즘 같은 환절기(?)가 제일 신경 쓰이실 거예요. 저도 지난주에 90년대 말 생산된 브리티시 브랜드의 송아지 가죽 브리프케이스에서 흰 곰팡이가 살짝 올라온 걸 발견하고 식겁해서 주말 내내 가죽 관리에만 매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업계에서 만났던 구두 장인분께 들었던 것들, 그리고 제가 수년간 시행착오 겪으면서 체득한 팁들을 좀 정리해봤어요. 마침 게시판에도 비슷한 고민 올라오길래, 저 같은 빈티지 덕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될까 해서 적어봅니다.

  • 우선 가장 중요한 건, 곰팡이가 보이면 절대 물티슈나 물 묻은 천으로 안 닦는 게 좋아요. 가죽에 수분이 더 들어가서 곰팡이 포자가 오히려 깊숙이 파고들거든요. 저는 마른 극세사 천이나 아니면 오래된 면 티셔츠 잘라서 아주 부드럽게 표면만 먼저 털어내는 식으로 시작합니다. 햇볕에 말리는 것도 절대 금물이고요. 그늘에서 통풍으로 천천히...

  • 그러고 나서 본격적인 클리닝인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고급 가죽이니까 영양 크림 듬뿍'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아요. 특히 2000년대 이전 무두질로 마감된 가죽들은 지금의 것들보다 훨씬 숨 쉬는 성질이 강해서 유분 과잉이 답답해하더라고요. 저는 일단 중성 클렌징 로션이나 약산성 pH 맞춰진 전용 클리너를 쓰는데, 시중에 파는 거 말고 말 사료용 밀기울로 만든 천연 클리너를 구해서 써요. (이건 동네 작은 수선집 사장님께 팁 얻은 건데, 화학 냄새 안 나고 빈티지 특유의 에이징 컬러를 해치지 않아서 좋습니다)

  • 영양 공급은 가죽 상태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손등으로 가죽 표면을 쓸었을 때 '사각' 하는 느낌이 들거나, 살짝 접었을 때 잔주름 사이로 갈라질 듯한 기미가 보이면 그때서야 매우 소량만 도포합니다. 그것도 밍크 오일이나 너무 무거운 동물성 오일은 피하고, 밀랍 베이스에 라놀린 약간 섞인 연고 타입을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큼만 덜어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흡수시키는 편이에요. 다 흡수되고 나면 남은 건 반드시 마른 천으로 닦아내고요. 유분 남아있는 상태로 보관하면 그게 또 먼지 붙고 산화돼서 끈적임의 원인이 되더라고요.

  • 그리고 이건 정말 강조하고 싶은 건데, 슈트리 보관하실 때 제발 일회용 방습제 그냥 막 넣어두지 마세요. 특히 오래된 셸 코드반 같은 데는 실리카겔이 직접 닿으면 소재가 경화되거나 얼룩이 생길 수 있어서 무조건 한지나 면 주머니에 한 번 싸서 넣어야 합니다. 저는 얇은 모시 조각으로 주머니 직접 만들어서 쓰는데, 통풍도 되고 습기 조절도 은은하게 돼서 만족스러워요.

  • 제가 모은 빈티지 미드나잇 블루 송아지 가죽 더비 슈즈 하나가 작년 장마 때 방심해서 앞코 부분이 심하게 말라서 크랙 직전까지 갔었는데, 그땐 정말 몇 주에 걸쳐서 조금씩 수분과 유분을 레이어드하는 식으로 살려냈습니다. 한 번에 회복시키려고 하면 절대 안 되고, 이건 거의 인내심 싸움이에요. 마치 마른 대지를 적실 때 처음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아도 몇 번 반복하면 서서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 과정에서 가죽 특유의 깊이 있는 광택, '패티나'라고 하죠, 그게 오히려 더 은은하게 살아나서 지금은 그 신발이 제일 애착 가는 녀석이 됐네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결국은 온도와 습도 조절이 전부인 것 같아요. 에어컨 바람 직접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너무 과하지 않은 기본기 위주로 관리하시면 몇십 년 된 가죽도 충분히 제 빛깔을 유지하더라고요. 혹시 다른 분들만의 관리법이나, 제가 모르는 좋은 소재의 클리너 같은 거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배우는 입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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